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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중동

현재 쿠르드에게 독일이 군사고문단은 물론 무기를 대주고 있기는 한데(독일만은 아니지만 독일은 특히 대전차 미사일까지 제공하는 중이다, 참조 1), 이번에 난민을 받은 것처럼(내가 독일 정책결정자였다면 비난이 많든 말든 안 받았다) 정치/군사 정책이 아니어야 대중동 정책이 성공한다는 사례가 이미 있었다. 아무래도 무기보다는 마르크/유로가 환영받으니 말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 그러니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이다. 비스마르크가 물러난 후, 세계정책(Weltpolitik, 참조 2)을 채택한 빌헬름 2세는 식민지를 좀 만들긴 했는데(나미비아와 탄자니아, 카메룬, 토고 등) 독일에게 약한 것이 무엇? 해군이다. 식민지의 혜택을 거의 못 받았다는 얘기. 따라서 독일은 식민화가 안 된 지역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이 어디? 중국과 중동이다. 다만 두 지역 모두 청나라와 오스만투르크라는 거대 제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는데, 독일의 경우 중국에서는 서방열강과 보조를 취했고(보급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 중동에서는 오스만투르크와의 동맹을 추구했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는 오스만투르크를 나눠 먹으려 호시탐탐 노렸는데도 말이다.
세계대전 때 오스만투르크-터키가 독일과 항상 붙었던 이유가 있던 셈이다. 오스만투르크의 식민지화를 노린 것이야 다른 열강과 똑같았지만, 독일은 러시아도 양면전(서부 독일, 남부 오스트리아-오스만)의 위험에 빠뜨리는 동시에, 이미 이미지가 제국주의로 박혀버린 기존 열강과는 달리 유화적인 이미지로, 즉 자신을 차별화 시켜야 했다. 그래서 오스만투르크군을 훈련시키고 온갖 지원을 다 해줬다.
오스만투르크 입장에서도 Entente vs. Alliance 세력(참조 3)의 세력균형만이 자신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싸우는 족족 패배당하며 나라의 운이 다했음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서구 열강이 자신을 식민지화 시키려는 것을 막으려면 이이제이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게 두 나라의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 함정. 독일은 20세기 초 당시 오스만투르크에게 지원을 하는 동시에 범-이슬람주의를 부추겼다. 오바는 하지 말자. 독일이 ISIS의 씨앗을 뿌렸다고 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이유는 각지의 아랍인들이 단결하여 영국과 프랑스를 물리치자였기 때문이다.
실패한 이유는 현장감이 없었기 때문일까? 베두인들은 열강에는 별 관심 없이 서로 다투는 족속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동네에서 누가 짱이냐만 중요하지 영국 프랑스 몰아내기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 심지어 영국 프랑스는 각각의 동네 짱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독일이 제아무리 삐라(!)를 뿌려도 거의 효과가 없었고, 삐라를 뿌리면 뭐하나? 당시는 대부분이 다 문맹이었거늘.
독일이 종용하여 선언한 “지하드”도 소용 없었다. 성공한 갑신정변이랄 수 있을 청년투르크당의 집권으로 범이슬람주의 술탄이 퇴위당했기 때문이다. 직접 사절들을 오스만 곳곳에 보내도 소용 없었다. 이미 영국의 거트루드 벨(참조 4)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 그래도 독일이 남긴 유산이 없진 않아서 터키는 독립전쟁에서 승리하여 식민화를 피하고 공화국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1898년, 살라흐앗딘, 일명 살라딘의 묘소를 참배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독일 황제가 언제나 전세계 3억명 무슬림들과 친구로, 보호자로 남겠노라 선언했었다. 난민 거둔다고 비난하는 조국은 자신의 조국이 아니라는 메르켈의 최근 선언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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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2. 지금 와서 보면 당연히 빌헬름찡이 실수한 것으로 비쳐지지만 당시 변화하는 세상 때문에 독일도 어쩔 수 없이 식민지 개척에 나서잖았나 싶다. 내수는 한계가 있게 마련.
3. 여러분 다 고등학교 세계사에서 배우셨다. 기억을 못하셔서 그렇지. Entente는 영국/프랑스/러시아, Alliance는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4. 이라크의 탄생(2014년 6월 19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2454729419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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