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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5) - 귀엽거나 혹은 대범하거나

#1. 귀엽거나 혹은 대범하거나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늘 기대치를 뛰어 넘는다. 우리의 머릿속이 상상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미지들을 너무나 아름답게 시각화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과연 대중적 소구력을 가질까, 의문이 드는 주인공 캐릭터와 소재를 선정함에도 불구하고 매 작품마다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이내 실사 영화를 능가하는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실제로 <토이 스토리(1995)>, <벅스 라이프(1998)>, <몬스터 주식회사(2001)>, <니모를 찾아서(2003)>, <인크레더블(2004)>, <카(2006)>, <라따뚜이(2007)>, <월-E(2008)>, <업(2009)>,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 등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리스트를 일별해 보면 일단 사람이 주인공인 작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라따뚜이>는 불결함의 대명사인 쥐가 무려 요리사(!)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픽사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물이나 동물, 혹은 소외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좋아할만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게다가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까지 부드럽게 전해주니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은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는 법이 거의 없다. 진심으로, 제작진들에게 존경심이 샘솟는다.
<인사이드 아웃>도 픽사가 운행하는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의 열차에 거뜬히 탑승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은 사물도, 동물도, 사람도 아닌 '감정'이다. '감정' 자체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라니. 너무나 깜찍한 캐릭터로 감정들을 시각화하긴 했지만 이 대범한 기획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과 보지 못했던 것을 은막에 뛰워보겠다는, 가장 원대한 영화적 야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뇌과학이 쌓아올린 성취를 바탕으로 그려낸 머릿속 세계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재현되었다. <인사이드 아웃>의 영화적 세계관은 흔히 '가슴이 느낀다'고 하지만, 실상 '머리가 느낀다'는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쯤되면 제작진 머릿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길래 이런 기막힌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2. 추억, 지금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자고 외치지만 주인공 '라일리'는 과거에 매몰돼 있다.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미네소타에서 LA로 이사 온 후 라일리의 감정은 온통 격량에 휩싸인 뗏목과 같다. 현재가 불만족스러울수록 과거는 미화의 프리즘을 더욱 견고히 구축하는 법이다. 그러나 추억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라일리에게 남는 것은 커져가는 상실감 뿐이다. 감정의 봇물이 점점 위험수위에 가까워지는 동안 감정의 다섯 캐릭터 중 '기쁨'은 어떻게든 라일리에게 행복감을 되돌려 주려 하지만, 결국 슬픔은 눈물로 해소할 수밖에 없다. 감정은 본디 뜻대로 통제되는 것이 아니니 차오르면 자연스레 넘치게 하라. 억지를 부리지 마라. 감정은 무위(無爲)의 영역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피트 닥터 교수가 강의하는 훌륭한 심리학 수업이다.
#3. 잃어버린 빙봉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을 본 관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빙봉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빙봉은 유년 시절의 라일리가 상상력으로 창조한 하이브리드 동물 캐릭터인데, 세월이 흘러 라일리에게 더이상 사랑 받지 못하고 기억 저장소를 헤매는 처지가 된다. 우리가 빙봉을 보며 슬퍼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함께 대화를 나누고 뛰어 놀았던 우리 각자의 '빙봉'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 이름마저 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빙봉' 같은 존재가 있었었다는 희미한 느낌만 남아 있고, 각자의 '빙봉'을 잃어버린 것이다. '빙봉'이 상징하는 우리의 유년 시절을 완전히 망각한 것이다. 아, 유(有)가 무(無)로 바뀌는 완벽한 기억 상실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리고 모두가 공유하는 그 아련한 슬픔을 건드릴 줄 아는 제작진은 대단한 한편 얼마나 무서운가. * 그동안의 모든 '절찬 상영중' 영화 리뷰를 보고 싶으시다면 클릭!http://blog.naver.com/kimkimp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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