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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토박이말]살바람

배달말지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살바람
[뜻]1)좁은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
[보기월]새벽에 살바람이라고 하긴 그래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서 잠을 깼답니다.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 보람(상)과 선물을 줬습니다. 많은 배움이들이 보람과 함께 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걸 봤습니다. 갖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좋았을 것입니다. 이러면서 아이들 마음 한 쪽에 토박이말이 자리하게 되면 더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낮과 밤이 많이 달라서 고뿔에 걸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잠이 들기 앞에는 문을 조금 열어 두고 잤습니다. 새벽에는 살바람이라고 하긴 그래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 잠을 깼답니다. 얼른 문을 닫고 잠이 들었는데 이불 속이 따듯하니 좋았습니다.
한글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글과 아랑곳한 기별들이 많이 보입니다. 곳곳에서 여러 가지 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참고을 진주에서도 진주시의 도움으로 한글학회 진주지회와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 뽑기'와 학술발표회를 하고, 두류한국어교육학회에서도 학술발표회를 한답니다.
무엇보다 진주교육지원청에서는 그동안 배우고 익힌 토박이말을 누가 더 많이 잘 알고 부려 쓰는지를 겨루는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 잔치'를 엽니다.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모임과 잔치에 함께해 보는 것도 한글날을 뜻 깊게 보내는 길이 될 것입니다.
어디서 얼마를 들여 어떤 일을 한다고 하면 그 일에 드는 돈을 쪼개서 토박이말 살리는 데 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답니다. 그렇게 남다르고 뛰어난 한글을 낳은 것이 우리 토박이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 안 되는 까닭을 생각하면 더 답답해집니다.
이 말은 2)이른 봄에 부는 찬바람을 뜻하기도 하며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네요.
1)-살바람에 감기 든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표준국어대사전)
2)-살바람에 봄기운이 묻어난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표준국어대사전)
4348. 10.6.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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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줍_45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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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 읽고 싶은 너와 나의 이야기: 15
Tomorrow is another day 제가 해와 달을 매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것, 오로지 그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것, 먼지처럼 때처럼 아무것도 씻어내지 않고 덜어내지 않고 켜켜이 쌓여서 그 사람만의 지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문은 그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는 다른 한 사람의 가슴에 오랫동안 새겨지는 것이다. ⠀ 냄새는 결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란 말에 떠오르는 향들이 선을 따라 이어진 나의 지문. 온 몸에서 향이 퍼져나간다. ⠀ #외로움의 온도#해냄#조진국 재규어 운전석에 오르면 시동 버튼이 1분에 72회 깜박이기 시작합니다. 이는 움직이지 않을 때 맹수 재규어의 심장박동수와 같습니다. 디테일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디테일에서 전체를 예감합니다. ⠀ 사람과 사물, 장소와 음악, 온도와 습도 등 작은 디테일함을 통해 전체를 예감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 #평소의 발견#북하우스퍼블리셔스#유병욱 내가 상처를 잘 받는다면 상처를 잘 받는 나를 탓하면 안 됩니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누군가는 언어에 민감할 수도 언어의 표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는 말을 하기 위해 더 노력합니다. ⠀ 탓과 노력을 끊없이 반복하던 벙어리가 드디어 말문을 열게 되었다. ⠀ #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21세기북스#글배우 자꾸 다른 이야기들을 옮기는 나 자주 저문다. 그늘엔 독이 스며 있다. 사과 멀쩡한 면을 다 깨물고 뒷면으로 고요하고 고독한 바다로 자꾸 갉아서 나아갔다. 한번 좀먹힌 부분은 다시 차오르지 않는다. 달이 아닌 사람들. ⠀ 독이 퍼지는 속도의 차이일 뿐이라 생각하면서도 아 너무 빨리 퍼지고 있는 것 같은데 덜컥 겁이 난다 검은 바다를 보면 내 생각이 날까 베개가 젖는다 눈을 감을 수 없다 ⠀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문학동네#권민경 억압받는 사람은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구조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불행이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과 싸우기보다 ''어쩔 수 없다''며 감수한다. ⠀ 새는 새장을 보지 못한다 ⠀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김지혜 어떤 추락은 너머가 된다 ⠀ 기억을 염려하는 순간 미리 슬프다는 감각에 몸서리친다 나는 ⠀ 직각의 바다 그 끝은 낭떠러지 떨어지고 부서지고 터진다 나눠지고 살아내고 떨어지고 부서지고 터지는 지난함의 무한대속에 압사 생의 마감 ⠀ #반과거#문학과지성사#장승리 이제는 그 문장처럼 사고하고 있다. 점점 책이 되어가는 기분이다.나는 펼쳐져 있다. 누군가에게 일컬어지길 기다리는 듯이 새까만 잉크들이 누렇게 빛바래갈 때까지라도 영영. 수많은 활자가 모여 문장을 이루고 눈을 통해 들어와 온 몸에 흐른다. 창가에 앉아 바람이 넘겨주는 책을 읽다 해가 진 뒤엔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을 읽고 또 읽는다. 한철 꿈이었던가. 가을 속 봄을 느낀다. #오늘만은 나랑 화해할래요#자화상#김민준
단편 : 붉은 눈
현수는 30분 만에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 30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안 들어왔어.” 그녀는 거의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현수는 지금 당장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후 옆에 있는 후배에게 말했다. “나 가봐야 될 거 같다.” “네? 곧 있으면 그 자식 나올 거 같은데요?” “연이가 아직도 안 들어왔대.” 후배의 얼굴이 굳어졌다. 현수는 잠복근무를 하던 후배의 차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은평경찰서로 빨리 가달라고 말했다. 설현의 첫 전화는 연이가 학원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이 되었는데 들어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는다는 것이었다. 현수는 수업이 조금 늦게 끝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했고 그녀는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 말투로 좀 더 기다려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나 다시 전화가 온 것이다. 연이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연이의 학원은 원래 10시 반에 끝난다. 집에는 보통 15분 안에 도착한다. 지금 현수의 손목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11시 25분이었다. 경찰서 앞에 내리자마자 현수는 주차돼 있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네 번째 신호등에서 빨간 불에 걸렸다. 초조하게 핸들을 두드리고 있던 현수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엑셀을 꾹 밟았다. 앞에서 우회전하던 트럭과 부딪힐 뻔했지만 핸들을 확 틀어 피했다. 뒤에서 트럭의 상향등이 점멸하고 클락션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차는 경찰서에서 아파트까지 20분 만에 도착했다. 현수가 502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벽시계의 시침은 이제 막 자정을 지나는 중이었다. 설현은 식탁 주변을 서성이며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네. 저희 연이가 집에 아직 안 들어와서요. 지현이는 집에 잘 들어갔나요? 연이가 혹시 보충 수업받거나 하진 않았는지 지현이한테 좀 물어봐 주실 수 있을까요?” 현수는 아내의 앞에 서서 눈빛으로 물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입모양으로 잠깐만 이라고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설현이 전화를 끊고 식탁 의자에 주저앉았다. “연이 학원에도 전화해 봤고 연이랑 같이 학원 다니는 친구들, 걔네 부모님한테까지 다 전화해봤는데 아무도 모른대. 연이 어디 있는지. 학원 정시에 딱 끝났고 연이 친구들도 학원 나오고 나서 항상 헤어지던 데에서 멀쩡하게 헤어졌고.” “전화는 언제부터 안 받은 거야?” “학원 수업 시작하는 시간 될 때까지만 해도 카톡 했었어. 그리고 집에 올 시간이 됐는데 안 오길래 전화했는데 안 받아. 카톡도 안 보고.” “알았어 여보. 일단 내가 학원 주변 한 번 돌아볼게. 당신은 집 주변 좀 돌아봐.” 대답이 없었다. 설현은 초점 없는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수가 허리를 숙여 아내를 꼭 안았다. “여보. 연이 아무 일 없을 거야.” 설현은 울음을 터트렸다. 전화에서부터 느껴졌던 울먹임이 이제야 형체를 가지고 흘러내렸다. “우리 연이 괜찮겠지? 아무 일 없겠지? 나 연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설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현수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연이 내가 데리고 들어 올게.” 현수도 그쯤에서 말을 멈췄다. 그는 눈가가 아릿해져서 흰 벽지를 쳐다보았다. 차를 타자 5분 만에 학원에 도착했다. 학원은 아직 불이 밝혀져 있었다. 현수는 계단을 세 개씩 밟고 올라가 3층에 있는 학원 문을 열었다. 문에 달린 종에서 소리가 나자 안에서 여자 한 명이 나왔다. “누구세요?” “혹시 연이 선생님이신가요?” “아, 네. 아까 어머니가 전화 주셨던데 연이 아버님이세요?” “네, 연이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와서요. 혹시 오늘 수업 중에 연이가 평소랑 조금 달랐다거나 어디 간다고 이야기를 했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잠시 음 소리를 내며 생각하던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연이 평소랑 똑같이 수업도 잘 들었고 어디 간다거나 그런 이야기도 없었어요. 학원 나갈 때도 평소처럼 지현이랑 희연이랑 인사하면서 나가길래 당연히 집으로 가겠거니 생각했거든요. 저도 어머니 전화받고 놀랐네요.”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현수는 어두워진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몸을 돌렸다. 안타까운 시선이 현수의 뒷모습에 꽂혔다. 현수는 건물을 나와 집까지 가는 길을 훑기 시작했다. 편의점과 아직 열려 있는 마트 안을 일일이 들어가서 확인했고 골목길도 하나하나 들어가서 혹시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는 않나 살폈다. 보이는 사람마다 잡고 이렇게 물었다. “혹시 단발머리에 안경 쓴 고등학생 여자아이 못 보셨어요? 키는 이 정도 되고 17살이에요. 아마 교복 입고 있었을 거예요, 동명여고 교복.”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던 대학생 세 명과 셔터를 내리고 있던 마트 주인,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젊은 여자, 편의점에서 카운터를 보던 알바생까지 모두 본 적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혹시 몰라 핸드폰에 있는 연이의 사진까지 같이 보여줬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고개를 젓는 알바생을 뒤로하고 편의점에서 나온 현수의 앞에 오른쪽 골목으로 걸어가는 아줌마가 보였다. 현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안경 쓰고 단발머리 한 여자애 못 보셨어요? 고등학생이고 아마 교복 입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생겼어요.” 스마트폰 화면 속 연이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아줌마가 말했다. “아까 교복 입고 가던 여학생 한 명 보긴 봤는데 멀리서 봐서 얘가 맞는지는 모르겠네. 단발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혹시 그 학생 어디로 갔는지 보셨나요?” “저기 언덕길 올라서 가던데. 지나간 지 얼마 안 됐어요. 한 5분쯤 됐나? 근데 웬 남자랑 같이 가던데?” 현수는 아줌마가 턱짓으로 가리킨 언덕길을 향해 달렸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빨간 불이었지만 현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왼쪽에서 오던 차가 현수를 칠 뻔했다. 간발의 차로 앞으로 넘어져 급정거하는 차와의 충돌을 피한 현수는 돌아보지도 않고 앞으로 다시 뛰었다. 뒤에서 운전자의 욕지거리가 들렸다. 높은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달려 올라가자 숨이 차기 시작했다. 11월 밤의 차가운 공기가 폐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기도를 차갑게 긁었다. 목에서 올라온 피 냄새가 입 속을 통과해 후각을 자극했다. 현수는 코와 입으로 동시에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언덕길을 뛰었다. 언덕을 넘어서자 앞에 내리막길이 보였다. 외길이었다. 계속 달리기만 한다면 연이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현수는 통증으로 한계를 경고하는 허벅지 근육을 무시하고 달려 내려갔다.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심장이 쾅쾅대며 뛰는 소리가 고막을 때릴 때쯤 앞에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키 큰 남자 옆에 연이 정도 키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연이를 부르려고 했지만 숨이 가빠 크게 외칠 수가 없었다. 현수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여자아이의 머리가 단발이라는 게 보였다. 현수는 더 빠르게 다리를 움직이며 연이를 불렀다. “연아!” 남자와 아이가 함께 뒤를 돌아보았다. 가로등 때문에 아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져 연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현수가 가까이 다가가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남자가 현수와 아이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현수는 그 앞에서 멈춰 섰다. “당신 뭐야?” “연아!” 가쁜 숨이 섞인 소리로 연이의 이름을 한 번 더 부르자 아이가 남자의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안경도 없었다. 연이가 아니었다. 현수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애써 참고 숨을 고르는 현수 앞에서 남자는 의심에 가득 찬 얼굴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흡이 진정된 현수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딸인 줄 알았어요. 딸이 집에 아직 안 들어와서요.” 연이일 뻔한 아이 앞에서 현수의 말은 조금씩 떨렸다. “혹시 교복 입은 여자 아이 못 보셨나요? 이 정도 키에 단발머리고 안경 쓰고 있는 아이예요.” “저희는 못 봤어요.” 연이를 닮은 여자아이의 아빠는 일말의 의심과 약간의 동정을 담은 시선으로 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아직도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몸을 돌렸다. 다시 언덕길을 넘어가야 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현수가 외투를 벗자 몸에서 김이 났다. 땀이 식어가며 머리가 차가웠다. 돌아가는 언덕길은 아까보다 두 배는 높았다. 현수는 땀에 젖었던 몸이 밤공기에 차갑게 식은 채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얼굴은 초췌했다. 흰자에는 붉은 실핏줄이 올라왔고 땀에 젖었던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뭉쳐 삐죽거렸다. 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환한 빛과 억눌린 흐느낌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파트 복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내리는 사람은 없었고 문은 곧 닫혔다. 아파트 복도는 다시 고요한 어둠에 잠겼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한참 서 있었다. 502호에는 설현이 없었다. 현수는 헛기침을 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세 번 정도 가고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 어디야.” “여기 롯데마트 쪽. 연이는 찾았어?” “일단 집으로 들어 올래?”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응.” 전화가 뚝 끊겼다. 현수와 설현은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연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듯 둘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설현이 입을 열었다. “경찰에 신고해야겠지?” “아마도.” 설현은 발작적으로 눈물을 터트렸다. 연이의 어릴 적처럼 설현은 목놓아 울었다. 현수는 우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현수도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설현이 바닥에 떨어진 유리잔처럼 산산이 깨질 것 같았다. “나 신고 못하겠어. 그러면 진짜 연이가 집에 못 돌아올 거 같단 말이야.” 중간중간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설현이 악을 썼다. 현수는 쥐고 있는 손을 더 꼭 잡는 수밖에 없었다. 사라진 아이의 엄마는 심장을 토해낼 듯 내리 울다가 시간이 지나자 조금 진정되었다. 현수는 두 손으로 뜨거운 아내의 손을 그러쥐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 “괜찮아. 실종 골든타임 48시간이니까 아직 많이 남았어. 지금 신고하면 이틀 안에 연이 볼 수 있을 거야.” 현수는 설현의 눈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하라고 불안에 떨면서 웃었다. 설현은 붉어진 눈으로 울음을 멈췄다. 현수가 아내의 손을 툭툭 일정한 박자로 토닥였다. 설현의 숨은 여전히 가빴지만 어깨의 들썩거림은 잦아들었다. “난 나가서 좀 더 찾아볼게. 혹시 연이가 갈만한 곳 아는 데 있어?” 설현이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TV 옆의 장식장 위에서 포스트잇과 볼펜 한 자루를 가지고 왔다. 설현은 볼펜을 들고 뭔가를 적더니 포스트잇을 건넸다. 포스트잇에는 여러 장소가 적혀 있었다. 카페, 독서실, 공원, 연이 학교 근처의 찜질방도 있었다. 현수는 포스트잇을 자신의 손바닥에 붙였다. “경찰에 신고하고 집에서 눈 좀 붙여. 오늘도 늦게 퇴근했잖아. 내가 실종 수사 쪽에 아는 분 있으니까 연락 한 번 해 볼게. 걱정하지 마.” 일어서는 현수의 머릿속에 온갖 강력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직접 본 적도 있었고 증거 사진이나 현장 사진에서 목격한 적도 있었다. 피해자들의 모습에 연이가 겹쳐졌다. 옷이 다 찢어진 채 강간당한 연이, 토막 난 채 강에서 발견된 연이의 팔과 다리, 검은 봉지에 담긴 퉁퉁 부은 연이의 머리. 머리가 지끈거리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현수는 떨리는 손을 설현이 보지 못하게 외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눈물을 닦는 설현을 한 번 보고 현수는 문을 열고 나왔다. 찬 공기를 마시자 머리가 조금 차분해졌다. 현수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서울 실종 수사 총괄 위원회 쪽 높은 분이랑 전에 한 번 술자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번호를 받아 놨었다. 재작년, 장애 아동이 실종되었다가 죽은 채 발견된 사건 이후로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위에서 내놓은 답이 서울 실종 수사 총괄 위원회였다. 서울 경찰서들의 실종 수사팀 간 효율적인 연계와 빠른 소통을 목표로 내세우며 만들어진 단체였다. 제대로 작동하는 위원회이긴 한 건지, 연이를 찾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현수는 저장된 이름 몇 백개를 하나하나 살폈다. 찾았다, 이기수. 알고 보니 본이 같고 돌림자도 같은 항렬이어서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며 비위를 맞췄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술자리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한 잔 더 하자고 외치는 이기수가 현수의 옷에 토를 거하게 하고, 옷을 대충 씻은 현수가 대리를 불러 5만 원을 쥐어주며 이기수를 태워 보내고서야 끝이 났다. 그때 시간은 아침 6시였다. 현수는 집에 오자마자 그 옷을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기수는 현수에게 전화해 언제든지 부탁할 일 있으면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현수는 이기수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계속 울리다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3시 반이었다. 현수는 한 번 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됐다. 현수가 형님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뾰족한 여자의 목소리가 현수의 귀를 찔렀다. “지금 남편 자니까 내일 전화해요! 예의 없게 새벽에 뭐하는 짓이야!” 전화가 끊겼다. 현수는 멍하니 있다가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현수는 주먹으로 벽을 때렸다. 하얀 벽에 붉은 핏자국이 묻었다. 현수는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찜질방부터 가기로 결정하고 연이의 학교 쪽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신호에 빨간 불이 들어와 차를 멈췄다. 앞에서는 후드티를 입은 대학생이 담배를 입에 물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현수는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흰 담배 연기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자신이나 설현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한 것은 아닐까. 현수는 연이가 찜질방이나 공원에서 친구에게 아빠 욕을 실컷 하고 있기를 바랐다. 이현수 그 새끼가 무슨 아빠냐고, 꼰대라서 말이 안 통한다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찜질방에서 식혜를 먹고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보아 왔던 착하고 말 잘 듣는 연이의 모습이 사실 꾸며진 것이었고 그 속의 진짜 연이는 아빠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아이이기를, 그래서 말없이 가출한 것이기를 현수는 빌고 또 빌었다. 현수는 자신이 누구에게 연이의 안전을 빌고 있는 건지 생각했다. 보통은 신에게 빌겠지만 현수는 신이 있다면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일들을 수도 없이 목격한 형사였다. 불 속에서 타 죽었어야 할 인간들이 버젓이 한낮의 태양 아래서 돌아다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세상을 어떤 존재가 만들었다면 그건 신이 아니라 악마였다. 머릿속에서 악마인지 범죄자인지 알 수 없는 검은 형체가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여기.’ 비닐봉지 속에서는 물에 퉁퉁 부은 연이의 머리가 나왔다. 검은 형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빵!” 뒤에서 클락션 소리가 울렸다. 정신을 차린 현수가 머리를 흔들고 앞을 보자 신호는 이미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현수는 식은땀을 훔치며 출발했다. 뒤차가 추월하면서 클락션을 한번 더 길게 울린다. “빠아앙!” 현수는 아내가 준 포스트잇에 있는 장소들과 그 주변 편의점, 24시간 카페, 패스트푸드점, 식당들까지 모조리 돌아다녔지만 어제 아침까지 보았던 연이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지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24시간 카페 주인에게 열렬히 연이의 인상착의를 이야기했지만 그는 아는 것이 없었다. 카페를 나서는 현수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잠이 부족했다. 현수는 까끌까끌한 눈을 감고 그 위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가 뗐다.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밝아오는 하늘이 보였다. 집에 들어가자 설현이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쥔 채 식탁에서 졸고 있었다. 현수는 아내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여보. 신고하고 그쪽에서 다시 연락 온 건 없었어?” 설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났다. 당신이구나 라고 말하며 가슴에 손을 얹은 설현은 숨을 한 번 내쉬고 말했다. “신고했더니 마지막으로 어디서 봤는지 물어보고 무슨 정보 조회 같은 거 동의해달라고 해서 동의한다고 했어. 마지막 목격 장소 가서 수색 시작해본다고 했는데 그 뒤로 아무 연락도 없네. 다시 전화해 봤더니 조사 중 이래. 그게 끝이야.”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실종 신고가 들어오는 사람 수만 해도 수 만 명에 이른다. 미취학 아동이나 장애인, 고령의 노인들만 수색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하다. 90프로, 아니 99프로 이상이 가출이나 야반 도주로 판명 나는 성인과 청소년들의 실종 신고까지 신경 쓰기는 힘들다. 게다가 17살의 고등학생이라면 더욱더. 현수도 형사로 일한 기간 동안 실종 수사는 거의 한 적이 없었다. 명백한 유괴나 납치, 혹은 살인의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실종 수사는 없다. 다른 수사해야 할 사건들이 차고 넘친다. 현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연이는 그 당사자가 되었다. “일단 서에 가서 오늘 널널한 애들한테 탐문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볼게. 가는 길에 서장님한테도 연락해 봐야겠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침대 가서 잠깐이라도 쉬어.” 설현은 건조한 눈으로 현수를 바라보았다. 현수는 그녀가 울면서 자신을 비난했으면 했다. 이런 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밤부터 어깨를 짓누르던 죄책감과 자책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곧 현수를 잡아먹을 듯했다. 현수는 설현의 눈을 피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납치당하거나 한 거면 진작 범인한테 연락 왔을 거야. 돈 내놓으라고. 이래 봬도 나 형사잖아. 진짜 별일 없을 거니까 쉬고 있어.”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질문에 현수는 아내의 어깨쯤을 바라보며 변명했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끝낸 현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바깥으로 향했다. 불안이 머리를 조여들었다. 현수는 관자놀이를 찔러대는 두통을 무시하며 이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건너편에서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 저번에 같이 술자리 했던 이현수입니다.” “어, 현수야. 아침부터 웬일이야?” “형님 실종 수사 위원회 쪽에 계시죠?” “응. 근데 왜?” “저희 딸이 어제부터 안 들어와서요. 일단 신고하긴 했는데……” “야, 딸 이름이랑 사진, 신상정보 보낼 수 있는 거 싹 다 나한테 문자로 보내. 내가 다 처리해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늘 안에 딸 찾아 줄게.” “감사합니다 형님!” “바로 보내!” 현수는 전화가 끊기고 나서야 90도로 숙였던 허리를 폈다. 문자에 연이 사진을 첨부하고 학교, 이름, 나이, 키, 몸무게, 기억나는 흉터나 점의 위치까지 알고 있는 신상 정보를 모두 써서 이기수에게 보냈다. 마지막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고 붙였다. 현수는 자신의 옷으로 토사물을 받아 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현수는 차를 타자마자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 스피커에서 신호음이 울리다 전화가 연결됐다. “서장님, 저 형사과 이현수입니다.” “어, 무슨 일이야?” “딸이 학원 갔다가 집에 안 들어와서 새벽에 아내가 실종 신고를 넣었습니다. 혹시 진행 상황 좀 알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어제 새벽에 17살 여자애 실종 신고 한 건 들어왔던데 니 딸이었어?” “네, 그렇습니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현수는 서장이 다시 말을 꺼낼 때까지 입을 꾹 다물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너도 알잖아. 청소년이나 성인 실종 90프로 이상이 단순 가출인 거. 게다가 지금 발달 장애 초등학생 실종 사건 때문에 뺄 사람이 없어.” “제 딸 그렇게 말없이 가출할 아이 아닙니다.” “그래 아는데 사람이 없다니까, 사람이. 너 지금 인터넷 들어가 봐. 네이버 실시간에 아직도 실종된 애 이름 떠 있어. 나현이 실종, 나현이 사건, 줄줄이 다 걔 얘기야. 초동 수사 미흡하다고 뉴스에 뜨고 난리도 아니라니까. 지금 여청과 애들 밤새면서 CCTV 돌려보고 탐문 나가고 인터넷 접속 기록 뒤져보고 있는 거 너도 알잖아. 하필 우리 관할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돼 가지고, 재수 없게. 걔 못 찾으면 나만 징계받냐? 여청과 과장은 옷 벗어야 될지도 몰라.” “그럼 신고 들어가고 나서 기본적인 조사나 탐문도 없었습니까?” “… 미안하다. 탐문 나가는 애들한테 얘기는 해놨는데……” 현수는 서장의 말을 이해하는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누가 봐도 나현이가 급했다. 나이도 어리고 심지어 장애까지. 누구에게나 0순위는 나현이고 연이는 아마 2순위쯤일 것이다. 현수는 형사를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론에 휘청거리는 경찰이라는 집단과 연이의 흔적 하나 찾지 못하는 형사인 자신. 현수가 아무 말이 없자 서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너 연가 처리 해 놓을 테니까 납치나 유괴 관련된 거 같다는 증거나 아님 목격자라도 찾아와. 바로 정식으로 인원 동원해서 수사 나갈 수 있을 거야. 근데 혹시 증거 있어서 수색 시작하게 되면 언론에다가 기사 좀 내도 되냐? 나현이 사건 때 초동 수사 미흡하다고 기사가 엄청 떠 가지고 말이야, 실종 신고 들어오자마자 증거 찾고 정식 수색 시작했다고 기사 내면 여론도 좀 사그라들고…” 현수는 서장이 말하고 있는 도중에 통화 종료를 눌렀다. 그때 진동과 함께 문자가 하나 왔다. ‘애가 나이가 좀 많네, 열일곱 살이면. 말은 해보겠는데 정식으로 실종 수사 들어가긴 좀…’ 이기수였다. 현수는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형사과 안으로 들어가자 같이 잠복근무했던 후배 앞에 얼굴에 피어싱을 열 개 정도 한 젊은 남자가 앉아 조서를 쓰고 있었다. 어젯밤 차 안에서 기다렸던 마약 유통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현장에 나가 있는지 자리가 비어 있었다. 후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앞에 앉아 조서를 쓰고 있던 남자가 움찔했다. “형!” 현수는 대꾸 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현수는 엄지와 중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후배도, 후배 앞의 남자도, 현수도 아무 말이 없었다. 얼어 버린 공기를 깬 건 현수였다. “야, 우리 서에서 잡았던 놈들 중에 납치범 신상 정보 리스트 볼 수 있지?” “네.” 후배는 범죄자 및 용의자 신상정보 데이터가 들어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파일을 열었다. 현수도 일어서서 후배의 뒤에 섰다. 후배가 키보드를 몇 번 두들기더니 바로 옆의 프린터에서 종이가 인쇄되는 소리가 났다. 현수는 프린터에서 나온 재생지를 집어 들었다. 총 세 장이었다. 다섯 명의 사진과 집주소, 전화번호, 나이, 키, 몸무게 등이 표로 A4 용지 한 장에 두 명씩 정리되어 있었다. 눈이 건조해서 표가 두 개로 보였다. 현수가 왼손으로 눈을 비비자 흰자는 더 붉어졌다. “형, 그럼 연이는…” 후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수는 계속 종이를 보고 있었다. 후배는 망설이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도 오늘 나가면서 탐문 한 번 해볼게요. 연이 사진 보내 주세요.” “고맙다.” 현수는 피곤함과 좌절감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종이를 갈무리하고 나가려는 현수의 등 뒤에서 후배가 말했다. “형, 좀 쉬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한숨도 못 자신 거 같은데.” 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현수는 붉은 눈으로 후배를 응시하다 대답 없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수는 경찰서 밖으로 나와 종이에 쓰인 전화번호를 누르고 순서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오영곤과 김철훈은 전화를 걸자마자 받았고 아는 게 없는 눈치였다. 형사의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둘은 정말로 연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세 번째로 박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네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연결된 전화는 현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끊겼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이 새끼다. 내비게이션에서 5분 후 목적지 도착이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종이에 적혀있던 박진수의 집까지는 30분이면 갈 거리였지만 출근 시간대와 겹쳐 시간이 1시간 가까이 지났다. 꾸물대던 앞차 때문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에 걸렸다. 현수가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들긴다. 앞에서는 한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왠지 익숙하다. 어디서 봤더라. 고심하던 현수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황급히 조수석에 있는 종이를 들고 박진수를 찾는다. 두 번째 장, 박진수라는 이름 옆에 있는 얼굴이 모자를 눌러쓴 채 횡단보도를 거의 건넜다. 현수는 차 문을 열고 뛰쳐나와 초록불이 깜빡거리는 횡단보도를 뛰었다. 운전자가 도로 위의 차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뛰어가자 신호를 대기하던 운전자들이 창문을 내리고 현수를 쳐다보았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고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댔다. 현수가 모자 쓴 남자의 4m 뒤에 있을 때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6년 전 잡아넣었던 박진수와 현수의 눈이 마주쳤다. 현수는 박진수의 눈이 놀람에서 당혹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박진수는 달리기 시작했다. 현수가 박진수의 외투를 잡아 채기 바로 직전이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박진수는 대로에서 바로 주택가 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골목이 나올 때마다 방향을 틀었고 집 앞의 화분, 자전거, 주차 방지용 드럼통 등 온갖 것들을 넘어뜨리며 현수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하지만 현수는 방해물들을 피하며 집요하게 그 뒤를 따랐다.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았고 눈은 고요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호랑이처럼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지친 먹이가 스스로 목덜미를 내밀고 자신의 딸을 토해낼 때까지. 그때는 곧 찾아왔다. 박진수가 어느 가정집 대문 앞에 서 있는 유모차를 넘어트리다 손잡이에 외투 끄트머리가 걸렸다. 박진수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땅을 짚고 일어나려는 박진수의 얼굴에 현수의 발이 날아들었다. 박진수는 옆으로 다시 쓰러졌다. 현수는 여전히 차분하게 숨을 쉬며 박진수의 멱살을 잡았다. 현수가 연이의 행방을 묻기도 전에 박진수는 멱살을 쥔 현수의 팔 위로 두 손을 올려 빌기 시작했다. “형사님! 저 뽕 딱 한 번 밖에 안 했어요. 진짜예요. 팔 보여드릴게요. 주사 자국도 하나밖에 없어요. 저한테 뽕 준 애들 명단도 다 불게요, 번호랑 어디 사는지도 다 알아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박진수는 속사포처럼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울기 시작했다. 왼쪽 볼이 빨갛게 부은 채 피 묻은 손을 비비며 울고 있는 29살의 남자 앞에서 현수는 사고가 정지됐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멱살을 잡은 채 움직이지 않는 현수 앞에서 박진수는 계속 자신만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연이는. 연이는 어디 있어!” 현수가 윽박지르자 박진수는 울면서 대답했다. “연이가 누구예요. 저 진짜 그런 놈은 몰라요.” 현수는 멱살을 더 세게 틀어쥐었다. 박진수가 목이 막혀 컥컥거렸다. 현수는 아까보다 더 커진 목소리로 박진수를 윽박질렀다. “왜! 왜 니가 아니야!” 현수는 멱살 쥔 손을 마구 흔들었다. “왜 니가 안 데리고 있어. 너라고 말해. 니가 데리고 있다고! 니가 어젯밤에 연이 납치했다고, 제발 너라고 말해. 제발. 너라고 말하라고……” 말이 이어지는 동안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멱살을 쥔 현수의 손에서는 힘이 빠졌다. 현수의 붉은 눈에서 눈물이 울컥거리며 튀어나와 얼굴을 가로질러 흘렀다. 마지막 목표를 잃은 현수의 손은 더 이상 박진수를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현수의 손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낀 박진수는 팔을 쳐내고 일어서서 쏜살같이 사라졌다. 현수는 동력원을 잃은 로봇처럼 그대로 멈췄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휘몰아쳤지만 무엇 하나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 그때 어서 자신을 손에 쥐라는 듯 외투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윙윙대며 울렸다. 현수의 무시를 무시하고 스마트폰의 진동은 영원히 끊기지 않을 듯 계속해서 울려댔다. 몇 분간 지속된 진동에 현수는 천천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처음 보는 번호가 스마트폰에 떠 있었다. 현수는 아무 말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연이 내가 데리고 있어요.” 아직 정오도 안 지난 시각인데 하늘은 매우 흐렸다. 마치 해가 떨어지는 초저녁 즈음의 하늘 같았다.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눈이나 비가 쏟아질 듯했다. 현수는 전화기 너머에서 알려준 주소로 향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 상에서는 경기도 양평의 산자락이었다. 현수는 허리춤의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여자의 목소리가 귓속을 맴돌았다. “제가 말하는 주소로 오세요. 총을 들고 오든 칼을 들고 오든 상관없어요.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혼자 오세요. 누군가 데리고 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연이는 죽어요.” 여자는 주소를 불렀고 현수는 묵묵히 여자의 말을 들었다.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수가 물었다. “왜 지금에야 연락하는 거지?” “지금이어야 하니까요.” 전화가 끊겼다. 내비게이션에서 예상 도착 시간을 알렸다. 10분 뒤였다. 현수는 불안과 희망을 초단위로 넘나들며 계속해서 총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약실에 공포탄은 없었다. 전부 실탄이었다. 경기도로 출발하면서 서에 들러 공포탄을 빼고 실탄으로 약실을 채웠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차는 점점 인적이 드문 산길로 들어갔다. 도착지가 보일 때쯤에는 포장도로가 끊겨 차가 덜덜거리며 떨렸다. 하늘에서 쌀알 같은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차가 멈췄다. 내비게이션에서 여자의 명랑한 음성이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현수가 차에서 내렸다. 지붕이 파란색 슬레이트로 된 조그만 시골집 한 채가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현수는 두 손으로 총을 움켜쥐고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문에 귀를 댔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현수는 오른손에 든 총을 한 번 바라보고 왼손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문고리는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현수가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확 열자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혔다. 현수는 두 손으로 총을 잡고 집 안을 겨눴다. 거실 뿐인 집 안의 검은 소파에 검은 상복을 입고 앉아 있는 여자가 보였다. 여자의 하얗게 센 머리는 곱게 쪽 지어져 있었고 검은 상복과 대비되어 묘한 느낌이었다. 총구가 재빨리 여자의 얼굴로 향했다. “여기 앉으세요.”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렸던 그 목소리였다. 현수는 성큼성큼 걸어가 총구를 여자의 머리 바로 앞에 가져다 댔다. “연이 어디 있어.” 목소리가 떨렸다. 여자는 소파 앞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날 죽이면 연이도 죽어요.” 여자는 현수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손을 들어 앞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목소리만 들어서는 여자가 현수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현수는 여자의 얼굴에서 눈과 총구를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여자의 주름진 얼굴은 60대는 되어 보였다. 현수가 소파에 앉자 여자가 빈 찻잔에 차를 따랐다. 여자가 잔을 현수의 앞에 놓았다. 현수는 찻잔에 손도 대지 않고 여자의 이마 정중앙에 총을 겨눈 채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총이 보이지 않는 건지 차분한 눈빛으로 현수의 시선을 맞받았다. 창 밖의 눈송이가 조금 더 많아지고 찻잔의 김이 약간 잦아들 때쯤 현수는 입을 열었다. “연이는 어디 있지? 아니, 왜 연이를 납치한 거지?” 현수는 이 여인이 왜 자신의 딸을 납치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 목적은 아닌 것 같았고 그렇다고 사이코패스나 정신병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뭔가 분명한 목적이 있어 보이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저 누군지 모르겠어요?” 깊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현수의 붉게 충혈된 눈과 마주쳤다. 현수는 자신의 머릿속 어딘가에 여자가 있는지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자신이 잡았던 범죄자도 아니었고 그들의 가족도 아니었다. 비슷한 얼굴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현수가 한참 머릿속을 헤집고 있을 때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설이 엄마예요.” 저 깊은 곳에서 가는 실 같은 기억 하나가 쏜살같이 딸려 올라왔다. 기억을 되감으며 움직이던 현수의 눈동자가 멈췄다. 새벽 2시, 현수는 서로 주먹질을 하다 잡혀 온 취객 두 명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취객 둘이 엉겨 붙어 주먹질인지 발길질인지 구분이 안 가는 무언가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걸 말리는 건 6개월 차 막내인 현수의 몫이었다. 선배들은 취객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현수에게 화를 냈고 현수는 주먹과 발에 얻어맞으며 둘을 떼어놔야 했다. 그게 벌써 1시간째였다. 그 사이 성희롱과 성추행, 취객들의 싸움, 심지어 승객이 택시 타고 돈을 안 낸다는 택시 기사의 전화까지 온갖 신고들로 경찰서의 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선배들은 현수에게 한껏 짜증을 내며 신고가 온 곳으로 출동했고 현수는 두 취객을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채 홀로 남겨졌다. 현수가 혼자 남은 지 10분쯤 지났을 때 경찰서의 문이 열렸다. 현수는 아직도 기운이 남아 비틀거리는 주먹을 주고받으려는 취객 둘을 떼어놓느라 용을 쓰고 있었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출동했던 선배가 아니라 40대 중반의 여자였다. 땀범벅이 된 머리가 여자의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맨발에 삼선 슬리퍼, 고무줄 바지, 대충 걸쳐 입은 듯 보이는 티와 얇은 외투는 11월의 쌀쌀한 밤 날씨에 어울리는 차림은 아니었다. 말이 안 통하는 취객들을 달래려 애쓰고 있는 현수에게 여자가 말했다. “선생님, 딸이 없어졌어요.” 취객들의 으름장에 여자의 말은 묻혀버렸다. 현수는 뒤에 여자가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아저씨, 그만 좀 하세요! 잠깐만 여기 가만히 앉아 계세요, 예?” “선생님, 제 딸이 없어졌어요. 제 딸 좀 찾아주세요.” 여자가 현수의 등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그제야 현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벽에 머리를 박고 잠든 척하는 취객과 자기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다른 취객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며 현수가 물었다. “뭐라고요 아줌마?” “제 딸이 없어졌어요.” 현수는 한숨을 푹 쉬고 여자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취객은 바닥에 침을 뱉기 시작했다. “아저씨! 거기다 침 뱉으시면 안 돼요!” 현수는 포기했는지 취객을 말리지는 않고 고개를 흔들며 책상 앞에 앉았다. 취객은 거의 나오지도 않는 침을 바닥에 퉤퉤 거리며 뱉고 있었다. 여자는 책상 앞에 서서 현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현수는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언제 없어졌어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제가 일 갔다 11시쯤 들어오면 항상 집에 있었는데 애가 집에 없어서. 전화도 안 받길래 찾으러 다녔는데 안 보여요.” “그럼 어디서 없어진지도 몰라요? 마지막으로 본 데는 어디예요?” “제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오늘 아침에 학교 가는 거 보고 그 뒤로는 못 봤어요. 제 딸 찾을 수 있겠죠 선생님?” 여자는 말을 하면서 불현듯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여자의 눈은 현수가 이 사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애는 몇 살이에요? 사진 같은 건 없어요?” “열일곱 살이에요. 사진은 집에 있는데 가져올까요?” 현수는 여자의 대답을 듣자마자 코웃음을 쳤다. “열일곱 살이요?” “네, 열일곱 살.” 현수는 들고 있던 펜을 책상에 탕 소리 나게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침을 뱉고 있는 취객에게 걸어갔다. 여자는 취객에게 걸어가는 현수를 쳐다보다가 황급히 뒤를 따랐다. “아저씨! 여기 침 좀 뱉지 말라니까요, 진짜. 내가 이거 다 닦아야 되는데 드러워 죽겠네.” 여자는 현수의 뒤에 서서 취객과 현수가 벌이는 실랑이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입을 뻐끔거리던 여자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선생님, 설이는 안 찾아주시나요?” 현수는 뒤로 돌아서서 벌컥 화를 냈다. “아니, 아줌마. 열일곱 살짜리가 무슨 말 못 하는 애도 아니고 알 거 다 아는 나이에 뭔 경찰까지 나서서 찾아요. 친구 집에서 놀고 있든가 아님 사춘기라 가출했던가 한 거겠지. 내일쯤 되면 알아서 들어올 테니까 그냥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세요. 안 그래도 바쁜데 귀찮게 하지 말고.” 다시 취객에게 돌아선 현수의 뒤에서 여자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빌었다. “선생님, 저희 딸 그럴 애 아니에요.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선생님. 네? 우리 설이 한 번만 찾아주세요.” 여자는 울면서 애원했다. 머리를 바닥에 닿을 듯 숙이면서. 지문이 닳아질 듯 빌면서. 하지만 현수는 무릎 꿇고 비는 여자를 돌아보지 않았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 피곤한 건 당연했고 취객들이 사고 안 치게 보고 있는 것만도 정신이 없었다. 가출해서 대로변에 침이나 찍찍 뱉고 있을 열일곱 살짜리 여자애까지 신경 쓸 여력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선배들도 항상 이렇게 했었다. 청소년 실종 신고는 가출한 아이가 스스로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했으니까. 현수는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여자는 결국 일어서서 경찰서 문을 열고 나갔다. 설이는 다음날 오후 경기도 양평의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점심때부터 오기 시작한 눈이 설이 위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설이는 옷이 다 찢겨 거의 벌거벗은 상태로 발견되었고 몸 안에서는 정액이 검출되었다. 사인은 두부 외상이었다.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이다. 피로 물든 붉은 눈이 설이의 머리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퍼져 있었다. 범인은 근처의 나무에 목을 매달고 자살했다. 현수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빌던 여자는 설이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여자는 취재를 거부했지만 기자들은 여자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그 결과 한국일보에서 경찰에 설이의 실종 신고가 두 번이나 들어갔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온갖 매체들이 앞다투어 실종 신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비난하는 기사를 냈다. 현수는 실종 신고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간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 바로 다음날 현수가 엄중한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가 3대 신문의 한 꼭지를 차지했다. 현수는 설이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설이의 발인이 있던 날, 꿈에 설이가 나타나 뭔가를 말했는데 현수는 그 말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다음 날부터 현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런 현수에게 동기들과 선배들이 말했다. “야, 너 진짜 재수 없었다. 원래 청소년 실종은 그렇게 대처하는 게 맞는 거야. 다른 사건도 수두룩한데 가출한 애들까지 언제 찾고 앉았냐. 그냥 운이 없었다 생각하고 잊어버려.” 죄책감이 조금 옅어졌다. 현수는 재수 없었던 그 일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3주가 지나자 설이는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았고 불면증은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설이의 얼굴은 점점 희미해졌다. 정직 처분이 끝날 때쯤에는 설이 주위를 동그랗게 둘러싼 붉은 눈만 떠올랐다. 그리고 23년이 지나 설이가 사라진 그 날, 연이도 재수 없게 사라졌다. 현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현수가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여자는 찻잔을 들고 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설이 위에 쌓였던 그 눈은 오늘도 오고 있었다. “설이, 그 날 이 산에 6시간 정도 누워 있었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어요. 옷도 다 찢어지고 많이 추웠겠죠.” 여자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현수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자세 그대로 여자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연이, 지금 열일곱 살이죠?” 현수가 고개를 들었다. 현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총구를 잡은 채 총을 여자에게 내밀었다. “차라리 저를 죽이세요. 연이는 아무 잘못 없어요. 연이 제발 살려주세요.” 여자는 찻잔을 놓고 일어서 현수의 손에서 흔들리고 있는 총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총을 다시 현수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이제는 당신에 대한 원망도 분노도 없어요. 그 감정을 유지하기에 23년은 너무 길었어요. 이 일은 설이가 죽은 그 날부터 제가 해야 될 의무였고 그래서 한 것뿐이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여자는 현수의 검지 손가락을 친절하게 방아쇠 구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총을 든 현수의 손을 두 손으로 잡은 채 현수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연이 이미 죽었어.” 여자는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채 옆으로 쓰러졌다. 현수는 총이 발사된 순간이 기억나지 않았다. 심지어 총성을 들었는지도 헷갈렸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검지 안쪽에 닿았던 방아쇠의 차가운 촉감뿐이었다. 여자는 노란 장판에 쓰러진 채 옆구리에 뚫린 구멍에서 피를 울컥울컥 쏟아냈다. 현수는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뿜어져 나오는 피를 두 손으로 눌렀다. 하지만 검붉은 피는 현수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바닥을 붉게 적셨다. 현수의 입에서는 신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수는 한 손을 떼서 여자의 코 아래 댔다. 덜덜 떨리는 손에서는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서 떨어진 피가 여자의 볼을 타고 아래로 흘렀다. 몸 밖으로 갓 나온 피의 진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현수의 주머니가 윙윙대며 울렸다. 현수는 여자의 코 밑에 댔던 손을 주머니에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이설현’ 손에서 묻어난 피로 액정은 군데군데 붉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피로 미끌거리는 손이 스마트폰을 놓쳤다. 버튼은 제대로 눌렸는지 노란 장판 위 붉은 샘에 잠긴 스마트폰에서는 설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연이 무사히 돌아왔어!” 현수는 가만히 설현의 목소리를 들었다. 설현은 환희와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계속해서 연이의 무사 귀환을 알렸다. 현수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두 번 깜빡였다. 건조한 붉은 눈에 눈꺼풀 안쪽이 달라붙었다 떨어지며 따끔거렸다. 현수는 피로 적셔진 두 손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어 얼굴을 감쌌다. 조용하고 처절한 소리가 붉은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여보? 여보! 현수 씨, 당신 울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창 밖에서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눈이 희었다.
그러니 가서 잘 살아라
많은 ‘사람의 일’ 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게 다 날씨처럼 느껴져 섬뜩했다. 나의 귀는 듣지 않은지 오래. 나의 눈도 보지 않은지 오래다. 안타깝다는 말들 슬프다는 말들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무엇도 말을 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37년의 삶을 채 정리도 못 하고서 허겁지겁 파리로 떠나간다. 엠마는 사람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렸고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울었지만 나는 이 나이에 공부를 하러 간다는 말이 민망해서 한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영영 가는 것도 아닌데 뭐’ 할 뿐이었다. 이 무심한 사람. 하지만 생각해보니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채 그 날이 마지막 인지도 모른 채 영영 보지 못하게 되어 버린 사람들이 잔뜩이다. 또 보자는 빠른 인사로 서로를 지나쳐 열심히 걷다 보니 서로를 그 어느 날의 추억 속에 죽여 놓고 왔다는 걸 한참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된 것이지. 그렇게 실은 그 날에 죽여 놓고서 훗날 늦은 장례식에나 가게 되겠지. 우습다. 책들을 정리했다. 두꺼운 책들은 마음을 묶어 두려 놔두고 반쯤 읽은 책들 꿈을 사려고 무리해서 산 책들은 그만 팔아야지 하고 두 가방 가득 채워 서점을 갔다. ‘53기 김상석’이라고 이름이 도장 찍혀서 1000원의 가격이 일괄적으로 메겨지는 18년 된 영화 이론 책들 중 하나에서 엽서 하나가 흘러나왔다. 20살의 아픈 나에게 21살의 룸메이트가 써 준 오줌색의 엽서. 그 친구는 공군사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친구였는데 재수 없게 굴지 않고 웃긴 광대짓도 곧잘 해서 나랑 함께 선배 방으로 자주 불려 다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프랑스 공군사관학교로 교환 프로그램을 가기 위해서 우리가 청원에 갇혀 있을 때 서울로 어학원을 다녀 우리의 부러움을 사곤 했었는데.. 준비를 거의 끝 마친 무렵 우리나라와 프랑스 사이의 교류 프로그램이 끝이 나버려서 아쉽게도 프랑스로 가지 못 하게 되었었다. 2년의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지. 친구는 불평 한마디 안 했었지만 임관을 하고 꽤 시간이 흐른 후 나를 갑자기 찾아와 퇴역을 하고 싶다는 말을 불쑥 꺼냈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소식이 끊겼다. 그가 함께 지급받은 펜으로 쓴 엽서의 마지막 줄에는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귄 벗이라는 문장이 민망함도 모르고 쓰여 있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후 철이 없던 그의 룸메이트가 프랑스로 떠난다니 웃긴 일이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에서 영화를 배우던 학생 한 명이 연기를 배우겠다고 나를 찾아왔다. 나는 곧 프랑스로 영화 공부를 하러 간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다른 좋은 말들을 챙겨주며 가르치는 일만은 사양했다. 이것 또한 웃긴 일이다. 나의 귀는 듣지 않는지 오래. 나의 눈도 무엇을 보지 않은지 오래다. 내일 나는 무엇도 보지 못 했던 곳으로 무엇도 들리지 않아서 귀가 괴로울 곳으로 기꺼이 간다. 내일부터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못 견뎌 뱉을지 지금의 나로선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무엇을 알아서 뱉는 것이 아닌데. 사실 그저 용기가 없어진 것일 뿐인데. 내가 무서워 못 잡은 쥐 같은 것들이 야금야금 나를 낮춰 가고 있었던 것일 뿐인데. 나는 이제 37년째 적당히 치던 도망을 끝내고 자수를 하려 한다. 추방되어 가는 곳에서 나는 가볍게 돌리던 이름 대신 외우기 힘들어 금방 대답하기도 어려운 숫자로 불리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무슨 이야기를 써야 좋은 지 모르겠다. 다만 내 마음이 자꾸 가는 두 주인공만 불러 세웠을 뿐. 가서 잘 살아라. 할머니 엄마 아빠 형 친구들 동료들 제자들에게서까지 같은 말을 듣고 와서는 개런티처럼 들려준다. 그러니 가서 잘 살아라. W 레오 P Luca Micheli 2019.11.15 파리일기_두려운 날이 우습게 지나갔다
[심야전시] Writing Room by 오휘명 작가님
가을은 모든 것이 익어가는 계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 끝을 찌르는 은행 냄새에 익숙해질 때쯤 겨울이 찾아오겠죠. 점점 날씨를 / 삶을 모르겠습니다. 오늘 제가 좋아하는 오휘명 작가님의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전시 기간: 2019.10.14-10.20 전시 시간: 평일 PM5시-12시, 주말 PM 1시-12시 입 장 료 : 5,000원(카카오페이결제) 전시 장소: 마포구 망원동 435-5 2층 저번 박근호 작가님 전시 이후로 두 번째로 열린 심야전시 입니다. 일상의 소리가 전시장을 메우고 있습니다. 모든 벽면에 작가님의 글, 생각과 삶 그리고 숨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메모들은 실제로 작가님이 글을 쓰기 전에 수기로 작성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사전적 정의부터 글쓰기 전의 구상들이 적혀 있습니다. 사는게 자주 외롭고 조용했다 요즘 깊고 진하게 느끼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냄새. 마음이 고팠다. 눈물이 마려웠다. 우는 법을 까먹었습니다. 울고 싶을 때가 많은데 도통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사는게 지난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작가님이 쓰신 책의 일부 입니다. 오휘명 작가님 편도 한 번 정리해서 올려야 겠단 생각이 듭니다. 오늘 밤하늘 보셨나요? 만월이었습니다. 그 빛이 아름다워 가던 발걸음을 멈춘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 종종 하곤 합니다. 짤막하게 읽기 좋은 글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자문자답하며 글을 읽는 걸 좋아해서일까요.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소설과 시 그리고 산문이 엮여져 있습니다. 하나씩 가져다 읽었는데 적당한 조도의 빛 아래에서 읽는 글, 자꾸만 빠져듭니다.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거나 공모전 원고로 작성됐던 등의 이유로 볼 수 없었던 글을 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평상시라면 담배꽁초 글이 더 좋았겠지만, 가을을 타고 있는 지금의 저에겐 사과 씨 글이 더 좋습니다. 누군가를 품고 싶단 생각이 자꾸만 드니까요.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그 드라마 속 사랑이 생각나는 글이었거든요. 모난 마음을 다지는 일부터 같이 시작하고 싶어집니다. 구상부터 발췌된 종이 조각 그리고 이 글까지 총 세 번에 걸쳐 봤습니다. 울대가 미지근해지는 글입니다.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에 글쓰기 퍼포먼스를 해주십니다. 제시어를 말하면 그에 따른 글을 써서 주시는데 전 '오늘'을 말씀 드렸습니다. 저의 제시어를 보고 글을 써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누군가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공간입니다. 모두가 모여 한 사람의 숨을 나눠서 들이켠다는 것, 생각할수록 낭만적입니다. 평소 작가님이 글 작업하는 환경을 최대한 똑같이 옮겨 놓으셨다고 합니다. 진짜네요. 이 다섯글자가 생각나는 모습입니다. 요즘 시를 자주 읽는 제 눈엔 시집만 보입니다. 눈에 익은 글귀들 속에서 오늘은 슬픔이 없는 십오 초에 눈길이 멈춥니다. 글에 흠뻑 젖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소란스러운 까닭입니다.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뜨고 이 곳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철 꿈이었던가 싶을 시간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탈리아의 어느 학교선생님이 내준 여름방학 숙제 15개
이탈리아 북동부 아드리아 해변의 작은 마을인 페르모의 돈 보스코 고등학교의 교사 체사레 카타(Cesare Catà)가 내준 여름방학 숙제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카타는 이 숙제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멋진 삶을 사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방학동안 일출을 감상하고, 미래를 꿈꾸며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독서는 '최고의 반항'이기 때문"이다. 카타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을 모델로 삼고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은 성장을 위한 도구로 문학, 철학, 문법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는 여름의 햇빛 또한 특별하고 정신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카타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15가지의 여름방학 숙제는 다음과 같다. 1. 가끔 아침에 혼자 해변을 산책하라. 햇빛이 물에 반사되는 것을 보고 네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라. 행복해져라. 2. 올해 우리가 함께 익혔던 새로운 단어들을 사용해 보라. 더 많은 걸 말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되면 더 자유로워진다. 3. 최대한 책을 많이 읽어라. 하지만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지는 마라. 여름은 모험과 꿈을 북돋우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날아다니는 제비 같은 기분이 들 거다. 독서는 최고의 반항이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를 찾아와라) 4. 네게 부정적인, 혹은 공허한 느낌을 들게 하는 것, 상황, 사람들을 피하라. 자극이 되는 상황과 너를 풍요롭게 하고, 너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인정하는 사람들을 찾아라. 5. 슬프거나 겁이 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여름은 영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너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일기를 써 봐라.  (너가 수락한다면, 개학 후에 함께 읽어보자) 6. 부끄러움 없이 춤을 추어라. 집 근처의 댄스 플로어에서, 너의 방에서 혼자 추어도 된다.  여름은 무조건 춤이다.  춤을 출 수 있을 때, 추지 않는 건 어리석다. 7. 최소한 한 번은 해가 뜨는 것을 보아라. 말없이 숨을 쉬어라. 눈을 감고 감사함을 느껴라. 8.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해라. 9. 너를 황홀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에게 최대한 진심으로 정중하게 말해라. 상대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너의 짝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해한다면 2015년의 여름은 황금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게 잘 되지 않았다면 8번으로 돌아가라.) 10. 우리 수업에서 필기했던 것을 다시 훑어보라. 우리가 읽고 배웠던 것들을 너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비교해 보라. 11. 햇빛처럼 행복하고 바다처럼 길들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라. 12. 욕하지 마라. 늘 매너를 지키고 친절하게 행동하라. 13. 언어 능력을 기르고 꿈꾸는 능력을 늘리기 위해 가슴 아픈 대화가 나오는 영화를 보아라(가능하다면 영어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고 영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너의 여름을 살고 경험하며 다시 한 번 너만의 영화를 살아보아라. 14. 빛나는 햇빛 속이나 뜨거운 여름 밤에 네 삶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꿈꾸어 보아라. 여름에는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꿈을 좇기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라. 15. 착하게 살아라. 아래는 카타 선생님과 나눈 대화다. 이 목록에 영감을 준 것은? 카타는 이 숙제가 여름의 ‘마법’ 때문에 만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여름 그 자체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특별하고 마법 같은 순간이죠.  학교에서 공부하고 익힌 것이 우리 존재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깊이 이해하기 좋은 때입니다. " 그동안 어떻게 여름방학을 보냈나? “몇 년 전 내가 학생이었을 때의 여름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스포츠, 수영, 연애, 춤, 로맨스, 꿈 등으로 가득했지요.”  그는 독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여름에 읽었던 책들이 그 이후의 나날들을 위한 깨달음을 주었고, 문제, 기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을 대면하는 새로운 실마리를 주었죠. 그때 샘솟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흥미는 결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