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12년차에 아들 둘 키우는 흔해빠진 아저씨 입니다
저보다 두살많은 아내가 시집올때 제 주변 친지와 친구들은 도대체 전생에 무슨짓을 했길래 그토록 장가를 잘가느냐고 한 목소리로 부러워 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단아한 미모의 아내는 학력 집안 재력 능력 뭐하나 빠질것 없는, 도저히 저 같은 남자한테 시집올 하등의 이유가 없는 상류층여자 였으니까요
현재도 아내는 전문직으로 저보다 대여섯배는 잘 벌지만 항상 남편인 저를 존중해주고 시집식구들 에게도 잘하며 또 현명한 엄마입니다
저는 그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행복남 이었습니다 적어도 아내의 판도라상자를 열기전 까지는요
아내가 노트북에 열어놓은 이메일을 무심코 봤습니다 평소에 서로 이메일은 커녕 스마트폰 터치같은건 딴세상 얘기인 쿨한 부부인데 그날따라 뭔가에 씌었는지 쎄 하더군요
결혼전 전남친과 주고받은 메일이 몇개 남아 있었습니다
내용으로 보건데 그 남자는 그당시 소위 말하는 킹카 카사노바 뭐 그런 남자였던건 같았습니다
누가봐도 그 당시 어렸던 아내가 처절하다못해 비참할 정도로 매달리던 연애였습니다
결국 버림받은것 같았고 이메일 날짜상으로 꽤 한참 지난후 저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것입니다
그런데 저와 결혼하기 직전에 아내가 그 남자에게 이메일을 잔뜩 보냈더군요 그것도 꽤 긴 기간에 걸쳐서..
제 사진이 여러장 있었습니다
오빠가 날 버리고 떠나서 난 완전히 자포자기 해서 이런 거지같은놈한테 시집간다 변변치못한 거지소굴같은 집안에 시집가서 인생 막살거다 이따위로 생겨먹은 사내랑 같이 사는꼴 보니까 이제 오빠속이 시원하냐 이런 별볼일없는 남자랑 산다는데 아무렇지도 않냐 지금이라도 여기서 꺼내주면 안되겠냐 필요없다 오빠도 나처럼 거지같은년 만나서 잘해봐라..........
아마도 지옥에 떨어지라는 선고를 받으면 이런 기분이겠죠
딱히 말로는 표현조차 불가능한 분노 그야말로 순수한 분노뿐이었습니다
정신을 추스리고 그 이메일을 아내에게 다시 보내주고는 전 집을 나와버렸습니다
수십수백개의 부재중 전화와 카톡 그리고 이메일이 오고 있습니다
용서해달라 그땐 너무 순진하고 어렸었다 그 이메일들은 술김에 휑설수설 했던거다 내가 그런 쓰레기같은 남자 때문에 인생을 버릴 바보가 아님을 알지 않느냐 당신을 사랑했기에 결혼한거다 과거현재미래에 걸쳐서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자는 오직 당신뿐이다....
그 어떤 말을 들어도 창자 깊숙히서 올라오는 분노밖엔 없습니다
도저히 아내가 용서가 되질 않습니다
결혼전 딴 남자와의 연애? 그런건 정말정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결혼전 저보다 훨씬 뜨겁게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다해도 괜찮습니다 결국은 저를 선택했고 지나간 과거일 뿐이니까요 처녀총각시절의 과거 순진한 사랑을 갖고 트집잡을 소인배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12년간 살면서 큰소리한번 낸적 없었습니다 아내 말대로 변변치 않은데 시집온 공주님께 늘 황감한 심정으로 모셨습니다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두 아들을 위해서 용서하고 살아야할까요? 아니 평생 용서하는척 하고라도 사는것이 애비된 도리 일까요? 지금 이순간에도 가슴속엔 분노와 배신감이 치밀어 오르고 있습니다 인생을 접을 용기도 없는 주제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솟아납니다 아내가 증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