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간만에 휴가를 내고 독일에서 스페인으로 떠났다. 그녀가 스페인으로 향한 이유는 그녀의 친구 결혼식이 세비야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쯤 결혼할 상대를 만날까 고민하며 비행기에 오른 그녀는 잠시 눈을 붙였다.
일단 쉬기 위해서 찾은 유럽인들의 휴양지, 말라가는 해가 쨍쨍했다. 날이 더운 나머지 그녀는 하얀 나시와 짧은 팬츠를 입고서 관광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히브랄파로 성의 전망대였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친구의 생각이 났다. 결혼하는 친구.
나와 같은 나이의 친구는 결혼하는데 그녀는 아직도 혼자였다. 근처에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어서 일까.
성에 도착하고 나자 그런 생각들 대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멋진 바다와 하늘,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의 전경에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의 보물 1호,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들어서 조심스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고작 25장의 사진만 찍을수있는 카메라. 그녀는 아직도 그런 아날로그가 좋았다.
셔터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고민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얼마나 성을 둘러봤을까, 그녀는 더위에 지쳐 잠시 쉬기로 한다. 뜨거운 햇살이 살을 태우고 관광객은 늘어만 갔다. 의자에 앉아 그녀의 오래된 휴대폰을 쳐다보니 친구에게 문자가 와 있다. 결혼식에 올거냐는 문자였다. 그녀는 당연히 가야지 라며 답장을 했다.
그녀는 다시 우울해졌다.
그렇게 친구와 문자를 주고 받던 도중, 그녀는 근처에서 방황하는 동양인과 눈이 마주쳤다. 잠깐 호기심이 일었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하지만 곧 그 남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미숙한 영어로 말을 했고 그녀 또한 영어로 답을 했다. 그녀는 흔쾌히 그에게 옆자리를 내주었다. 그녀도 심심했기에.
남자는 혼자 여행을 왔다며 같이 다니며 사진 찍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와 같이 다시 한번 전망대와 성을 둘러 보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그는 군인이였고 제대하고 나서 여행을 왔다고 해맑게 웃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나자 알카사르로 가야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녀는 심심함을 달래주고 사진을 찍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악수를 건냈다.
이렇게 남자가 먼저 다가온게 얼마만인지 까마득한 그녀는 그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내려가는 길, 기분좋게 버스를 타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쩌면 여행이 내 삶을 바꿔줄지도 몰라.
어쩌면 이곳에서 인연을 마주할지 몰라.
그녀는 세비야에 기분좋게 가리라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