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gy8894
3 years ago50,000+ Views
1. 우리 달로 가지 않을래요? 그곳엔 암스트롱이 남긴 발자국도 있고, 비록 대기는 없지만 흩날리고 있는 성조기도 있대요. 이 곳에서 가끔 보던 것들이니, 그리 낯설지는 않을 거야. 아마. 같이 가요. 가서 멀찌감치 지구를 바라보는 거야. 돌이켜보면 이 곳엔 사랑했던 것들이 많아서 자주 쓸쓸했으니, 우리 그 곳으로 가서 서로가 두고 온 아픔을 무심히 바라보아요. 마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 곳에선 질량도 지구의 8분의 1가량 줄어든다는데... 어쩌면 내 눈물도 조금은 가볍게 흐르지 않을까? 그대도 왠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2. 사랑하면 같은 곳을 본다는데, 오늘처럼 달이 밝은 날에는 너도 한 번쯤 달을 올려다보고 있을 까봐 나는 종종 나 혼자, 오래오래 설레요. 우리 그렇게 같은 곳을 보고 있겠거니.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것이겠거니, 하고 내 멋대로 생각하게 된 답니다. 그러니까 피신해요. 달로요. 그 곳에 가서 나는 새롭게 담배를 배우고, 당신은 못하는 술을 왕창 마시고. 그렇게 놀다가 동이 틀 때 쯤 다시 돌아오는 게 어때요? 물론 지구의 사람들에겐 비밀이야. 아무도 우리를 찾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에서. 그렇게라도 같이 있고 싶어요.
3. 그 곳엔 해를 탐내는 옥황상제 때문에, 그걸 집어 삼키느라 녹아버린 이빨을 식히러 온 이리가 있대요. 나는 달로 가면 제일 먼저 그것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거 에요. ‘너도 가엾어라.’하고 말을 걸 거 에요. 이빨이 없는 이리는 나를 물지 않을 거예요. 대신 우리는 같이 울겠지요. 그렇게 당신도 모르게 조용히 울게요. 약속해요. 다만 중력이 약해서 내 눈물은 가끔 허공에 부유할지도 몰라요.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 안에 있는 목성과 화성의 봄을 물끄러미 바라봐 줘요. 불처럼 피어나는. 나무만큼 커다란. 우리가 처음 만난. 찬란했던 그런 봄이 당신에겐 어땠는지, 내게 이야기 해줘요.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M)
4. 같이 가줘요. 달로요. 만약 내가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안 가겠다며 고집을 부리면 날 떼어놓고 가도 좋아요. 우리 헤어지는 것, 한 번이 어려웠지 두 번은 쉬울 테니. 괜찮을 거예요. 심심해하지 않을게요. 당신이 가버린대도, 난 내 몸만큼 커다란 콘트라베이스를 가지고 가서 쉴 새 없이 노래를 부를 테니. 정말로 괜찮아요. 혼자 지구로 돌아가도 상관없으니 다만 같이 가줘요. 오늘만요. 다시 한 번 나만 남겨둔대도 정말로 괜찮을 게요.
그렇게 내가 달에 남으면, 당신은 오늘처럼 휘영청 밝은, 내가 뜬 밤에. 기억도 나지 않을 내 얼굴 한 번쯤은 쓰다듬어 줄 테니. 그거면 돼요. 그거면 난 외롭지 않아요.
5. 그러고 보니 나는 한 번도 그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네요. 그건 지구에서 너무 흔한 단어잖아요. 그런 흔한 말로는 부족했어요. 그러니까 오늘만 나와 함께 가요. 달로요. 그곳에는 어떤 언어도 존재하지 않으니, 내가 마음 놓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도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요.
만약 나와 함께 가준 다면 나는 그곳에서 비로소, 달의 언어로 끊임없이 이야기 할게요. 너는 내가 원하던 모든 것이라고. 너와 마주보며 화성과 목성의 밤에 대해 꿈꾸다가, 그렇게 영원히 잠들고 싶었다고. 우리를 둘러싼 별 들 사이에서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놀고 싶었다고. 이건 우주의 모든 시간 동안을 다 담은 나의 진심이라고.
그러니까 결국 이 곳. 지구의 언어로는.
사랑한다는 말로는 영원히 부족한 이 곳의 언어로는.
Fill my heart with song And let me sing for evermore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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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벽감성 터지는구만..
ㅠㅠ미안하지만 벌써 지웠어요. 이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만ㅠㅠ 에휴 몹쓸 잔망.. 그래도 두분이 저로 인해 잠시 웃으셨다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나도 맥주한캔 남은 거 마저 마셔야겠어요! @piggy8894 @rui0621
저도 시한수 남깁니다. 달빛                                              -이진흥 모두가 잠들고 창가 유리컵 속 찰랑거리는 어둠으로 당신은 온다 피뢰침에 찢긴 속살, 푸른 정맥이 몇 가닥 아파트 옥상에 걸리고 당신의 흰 목 그늘의 일부가 흔들린다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물마시고 어여쁜 눈빛으로 당신은 돌아선다 재빨리 나는 본다, 창가에 놓인 유리컵 가장자리 아, 지울 수 없는 슬픔 하나가 묻어 빛난다
앗 그럼 저도 술퍼먹고 자는걸로⭐️
나도 달을 참 좋아해요. 그래서 예전에 가요 한참 들을 때 제목에 달 들어간 곡은 무조건 애정하고 봤어요. (달의 몰락 제외-가사가 경망스러움) 달이라는 게 해랑은 달라서 은은하지만 뭔가 서글프고, 외로운 느낌이잖아요... -진지한 댓글 남기고 피기님따라 달로 갑니다 @piggy8894 @rui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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