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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팔이 뉴욕여행] #11. 워싱턴 여유롭게 돌아보기

이른아침 찌부둥한 몸을 눈을 떴다. 아웅.
어제 애지간한 랜드마크는 모두 섭렵했기 때문에 오늘의 일정은 박물관 순회 일정이다.
거기에 쁠러스 해서 어제 못 간 제퍼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탑, 그리고 내셔널 몰의 야경을 보는것이 목표다.
일어나자 마자 날씨를 확인했다.
"음 비는 조금만 내리는 것 같군" 하며 안도를 하고 선더스톰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며 2층에 있는 휴게실로 갔다. 이 호스텔은 아침에 2불만 내면 머핀,베이글,음료,커피,오트밀 등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슬슬 씻고 출발했다.
어제 비가 엄청나게 내렸던듯 워싱턴은 어제와 다르게 질퍽질퍽한 도시로 변해있었다. 진짜 하루만 늦게 왔으면 비맞으면서 다닐 뻔했다. 오늘의 코스는 드넓은 내셔널 몰에서 자연사 박물관과 항공우주박물관을 들리는 일정이다. 우리가 호스텔 밖을 나서자 마자
"어서와 너희들을 기다렸어"
라며 신나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다행히 우산이 있어서 그나마 비를 덜 맞고 다닐 수 있었다. 내셔널 몰로 가는길에는 이상한 불협화음으로 요란한 종소리를 내는 우체국이 있고 그 우체국을 지나 펜실베니아 스트리트를 지나면 바로 내셔널 몰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 기념탑에 들렀으나 우리에게 통보식으로 들려온건 오늘의 표도 모두 배부가 끝났다는 거다. 이제 우리는 내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는 처지. 내일은 정말 일찍 와야지 하고 마음먹고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일단 자연사 박물관으로 갔다. 어제 호프다이아몬드를 보았으니 오늘은 다른 것을 보아야 할 차례. 박물관은 다 무료기 때문에 입장에는 짐 검사만 하면 된다.
거대한 코끼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자연사 박물관은 1층은 지구의 탄생부터 인류의 탄생까지의 테마 2층은 지구에 있는 모든 자원과 생명체들에 대한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입장할때 아이맥스도 공짜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8.5불을 내야 함으로 실수하지 말자(우리는 이것도 공짜인줄 알고...하하)
일단 모든것은 박제고 가짜고를 떠나서 뉴욕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보다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대를 하고 가지 않는게 좋다. 특히 이날은 주말이었는데 사람이 정말 바글바글했다. 물론 보스톤 마라톤이 개막된 때라서 그런지 보스턴에서 온 관광객도 많았고, 복잡하기만 해서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추천할 것을 정해보라면 단연 2층에 있는 Insect zoo 일 것이다.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벌레들을 실컷 볼 수 있다. 봄시즌은 나비 특별전도 하고 있으니 눈 앞에 날아다는 나비를 보고 싶다면 돈을 내고 관람해도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회비용이 크다고 생각한다. (약 4미터 되는 거리에 여러종류의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것 뿐이다 정말 단지 그것 뿐이다) 그 외에도 한국관, 사진관등이 있어서 흥미롭다.
박물관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2시간 가량. 관람을 마치고 나면 정면으로는 다른 박물관 크기를 능가하는 성같은 인포메이션 센터가 존재한다. 그곳 안에는 갤러리와 자그마한 까페, 그리고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있으니 스미소니언을 들러보기 전에 먼저 이곳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면 정말 참고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에 미리 상기를 해두고 가면 이곳에서 얻은 자료만큼 더 많이 느끼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내셔널 몰 곳곳에 스미소니언 광고가 붙어있는데 인상적인건 '(박물관이) 너무 많아서, 너무 시간이 없다!'라는 문구다. 정말 그만큼 박물관이 많다. 시간이 없는 여행자라면 골라서 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 다음 우산을 쓰는건지 비를 맞으며 가고 있는건지 비가 직선으로 내리지 않고 바람을 타고 곡선을 그리며 우리의 옷을 서서히 적셔갈 무렵 거리가 꽤 차이나는 항공 우주 박물관에 도착했다. 2층의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다. 자연사 박물관보다 훨씬 커보였다. 처음부터 많이 기대한 만큼 역시나 멋졌다. 항공에 대한 역사부터 시작하여 실제 모형과 함께 우주에 대한 소개도 정말 자세히 소개 되어있다. 그리고 전쟁을 통해 발전한 항공산업인 만큼 전쟁에 대한 자료도 빠짐 없이 전시되고 있다. 이 곳의 압권은 달에서 가지고 온 월석이라던지 행성운석이다. 직접 만져볼 수도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이곳은 다 돌아보는데 거의 3-4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 안배를 잘 하는 것이 좋다. 배가 고플때는 1층에 맥도날드가 있는데 그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2층구조에 사람이 한 1000명은 들어갈 듯 싶다 손이 떨리는 건 규모만큼 가격이다.
워싱턴의 세금은 뉴욕보다 비싸다. 부가세가 10%가 붙고 여기서 팔리는 빅맥세트는 약 6.99달러(세금 제외). 원래 이렇게 비싼가 하고 생각했는데 차이나 타운에서 보니 가격이 훨씬 싸다. 그래도 우리는 배가 엄청 고팠기 때문에 신나게 햄버거를 뜯었다. 감자를 실컷 케챱에 찍어먹고 있는데, 갑자기 옆 자리 할아버지가 "카메라 좋은거 쓰네"하고 말하며 관심을 갖는다. 응? 이거 옛날 기종인데 ... 커보여서 그런가? 알고보니 이 동네는 DSLR을 잘 쓰지 않아서 (미국 전체가 그렇다)인지 어디서든 이 카메라가 신기해 보인다고 한다. 참 신기한 동네야 알면 알수록 말야... 그렇다면 이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일본인이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움직여볼까 하고 일어나는데!
-
밥을 먹으면
난 나태해 진다.
배가 부르니
다리가
아프다. 움직이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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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더 다녀야해 말아야해 하고 고민이 된다. 누나도 힘들다고 하고 더군다나 비가 오니까 이동하는게 장난이 아니다. 항공우주박물관 화장실에는 옷을 말리려고 옷가지 널어놓은게 한두벌이 아니다. 그만큼 이곳의 사람도 많고 비도 많이 온다는 증거.
그래도 다행인건 우리가 나설때 마다 비가 덜온다는 것, 일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 여기도 지구의 날 행사에 여념이 없다. 비나 피하러 가볼까도 했지만 오늘도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시간 안배를 잘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국립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중세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북쪽미술관)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로 유명. 나는 스위스 루체른 그림에 혹해서 한참을 멍하게 쳐다보며 빠져들었다. 로비에 분수도 있는 로맨틱한 미술관이었다.
미술관을 나서고 나서 제퍼슨이고 모고. 피곤에 쩔어
다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아 숙소가 최고야!!!"
누나는 안대를 쓰고 침대에 쓰러졌다.
나도 좀 씻고 쉬기로 했다. 쉬고 나서는 야경을 보러 나가기로 맥도날드에서 계획했기 때문에 에너지를 충전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
.
.
그리곤 9시경 우리는 밤 늦은 워싱턴 거리에 대한 무서움도 없이 호스텔을 나섰다.
근데 신기하게 비가 오지 않는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펜실베니아 스트리트에는 불빛이 참 아름답다.
워싱턴의 밤은 고요하면서도 정말 가로등 불빛 마저도 예쁘다.
우리는 그 충만한 느낌을 가지고 국회의 사당에 가서 야경과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무섭긴 했다. 그렇지만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사람 없는 내셔널 몰을 지나 워싱턴 기념관까지 걸어갈 작정을 했으니 참 대단하기도 하다. 근데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경찰.. 그리고 무시 못할 이동거리
갑자기
또 귀차니즘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뻗었다.
역시 여행은 체력 안배가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무 타이트하게 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루즈하게 가도 안된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노동효의 로드페로몬'에서는 이렇게 소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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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을 한다고 하지만 방학숙제를 하는 기분이야.
오늘은 어디어디를 가고 그곳에 갔다는 증명을 하곤하지, 혹여나 그날에 그것을 하지 못했다 했을경우엔 밀린 숙제마냥 한꺼번에 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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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우리는 순간 숙제를 하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바쁘게 넘어와서인지 우리도 많이 지쳐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물론 대수롭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그즈음 우리는 이번여행에 위기의식을 살짝 느꼈다.
조금은 이 행위 자체를 천재지변에 관계없이 잘 보낼 순 없을까 하고 깊이 생각해본다.
* 주 : 오늘의 일정 지도는 네셔널몰만 이동했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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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universe 밥이 문젭니다... ㅋㅋㅋ 굶는게 나아요(읭?)
나만 그런게 아녔어, 밥 먹으면 만사가 귀찮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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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 샤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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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enne역은 근처에 로댕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지하철 출구로 나와 대사관들이 모인 거리로 걸어가다 보면 왼편으로 육군박물관이 보이고 그 앞 광장 너머로 에펠탑이 보이는 마치 서울의 광화문과 같은 느낌의 지역이다. 육군박물관 뒤편으로 황금색 돔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 그곳이 바로 프랑스혁명의 영웅이자 동시에 역적인 애증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그의 일가가 묻혀 있는 Tombeau de Napoléon이다. 공증이 완료된 서류를 다음날 오전 11시 이후에 찾으러 오라고 해서, 다음날 오전 수업을 마치자마자 우리는 다시 트램에 올랐다. 트램은 전 세계 각국에서 지원을 받아 만든 그래서 각국의 이름을 딴 기숙사들이 모여 있는 씨떼 유니벡시떼를 지난다. 건물들은 조금 낡았지만 가격이 싸서 인기가 많고 따라서 입주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곳이다. 하루를 다녀왔다고 익숙해진 풍경들을 지나 Porte Vanve역에서 메트로 13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우리의 근처에 서있는 누군가의 인상이 문득 나의 눈을 잡아맸다. 오랜 시간 연기를 하고 또 영화를 만들다 보니 사람들을 관찰하고 혼자서 그들의 성격이나 처한 상황 그리고 감정이나 목적까지도 추측 추리 상상하는 버릇이 몸에 깊게 베여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많은 것들을 지레짐작하게 된다. 그것이 어떤 편견이 되진 않을까 싶어 절로 완료되는 짐작들을 애써 지워 버리려고 애먼 노력을 또 하곤 하는데 이곳은 낯선 땅이라 내 생각들이 편견일 확률 또한 높아서 여태껏 한국에서 보다 더욱 조심을 해왔다. 프랑스의 지하철에 대한 여러 글들을 많이 봤고, 소매치기와 거동이 이상한 사람들을 마주친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도 또 그때 그들의 대처들도 지나치게 보고 이곳으로 왔지만, 지난 한 달간 딱히 위험한 상황을 만난 적은 없었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아무런 사건 없이 생활을 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방심했을 때 소매치기를 당하고 말았다는 글을 읽고는, 반은 장난으로 ‘방심하다 당한다’ 며 서로에게 잦은 주의를 주곤 했지만, 시간의 힘이 참 무서워 요즘은 긴장을 거의 안 한 채 지내고 있던 참이었다.  13호선은 우리가 주로 타고 다니는 7호선과는 다르게 의자가 한편으로는 한 열이 나있고 다른 한편으로 두 열이 나있는 비대칭 구조이다. 다른 호선의 지하철들처럼 정방향의 의자와 역방향의 의자가 서로 마주 보게 되어 있는 구조는 마찬가지였다. 나와 엠마는 두 열의 의자가 나있는 쪽에 정방향의 의자에 나란히 앉았고, 그 남자는 다른 쪽 한열의 역방향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문득 들었던 부정적인 인상을 지워내고는 핸드폰으로 뭔가를 검색을 하고 있을 때, 어떠한 짐작되는 이유도 없이 그 남자가 불쑥 나의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 왔다. 다른 이곳의 사람들과 달리 나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에 혹 소매치기를 하려는 건 아닐까 싶어 하던 검색을 멈추고 핸드폰을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 남자의 목적은 우리의 물건이 아닌 건지 우리를 방심하게 만들려는 어떠한 수작도 없이 노골적으로 우리를 노려보는 게 아닌가. 우리는 괜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 남자는 계속 우리의 돌린 옆얼굴을 노려보다가 심지어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창문에 비친 우리를 눈을 찾아내 노려보기 시작했다. 순간 확실해지는 이상함에 나는 등이 굳었다. 평일 오전이라 객차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창문에 비친 남자를 주의 깊게 견제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남자는 왠지 모를 흥분까지 느끼며 우리의 돌린 얼굴과 창문에 비친 우리의 이미지를 번갈아 노려보는 일을 지속적으로 반복했고 급기야 몸을 조금씩 떨기까지 했다. 연기를 통해 익힌 경험을 비추어 보면 일반적으로는 감정이 신체의 징후를 만들어내지만 신체의 징후 또한 숨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나는 더욱 긴장을 했다. 남자의 신체 징후는 분명 이 감정이 그의 내면 안에 가만히 갇혀 있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남자의 감정과 신체가 서로를 계속 불러내며 확장을 해가고 있을 때 열차는 다행히 이름 모를 정거장에 멈춰 섰다. 나는 마치 이곳이 Varenne역인 듯, 당연한 듯 엠마를 데리고 열차에서 내렸다. 엠마도 긴장을 많이 했는지 놀란 얼굴을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남자가 우리를 따라 내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끝까지 그를 살폈다. 다행히 그 남자는 열차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열차가 정거장을 떠날 때까지 남자는 우리를 노려 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굳었던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서서히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잠자리를 설쳤다. 결국 다음날, 여러 번 울린 알람에도 우리는 침대 위를 떠나지 못했다. 오전 수업이 시작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우리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뒤늦게 발을 돌려 올린 창문 밖에서 위로 같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햇빛을 받으며 숨을 좀 녹인 후 우리는 하나의 사건을 렌즈로 파리를 바라보진 말자고 다짐을 했다.  기왕 학교를 못 간 김에 우리는 파리의 동쪽 크레테유라는 곳에 위치한 우리 지역 CAF 아정스에 서류를 내러 가기로 했다. CAF는 주택보조금을 산정, 집행하는 기관으로 인터넷으로 가입, 신청을 한 후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우편을 통하거나 직접 제출을 하면 검토 후 각자에 맞는 보조금을 산정해준다. 아날로그의 나라 프랑스도 많은 변화가 있어 CAF도 모든 서류를 스캔한 뒤 온라인상으로도 제출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검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기에 가장 빠르게 처리된다는 직접 제출을 하러 간 것이다. 파리가 아닌 외곽 지역은 위험한 곳도 많다고 들었기에 우리는 어제의 기억까지 더불어 떠올리며 긴장을 했다. CAF 아정스는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간 후 조금 걸으면 되는 곳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외곽지역을 둘러가는 동안 보는 풍경은 파리의 중심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공항을 오가는 도로에서처럼 거리에는 그래피티가 가득했고 현대식으로 지어진 커다란 아파트 단지도 높은 굴뚝이 있는 발전소나 공장 같아 보이는 곳도 자주 눈에 띄었다. 넓어진 센느강의 모습도 고풍스러운 건물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던 파리에서의 모습이 아니라 여느 곳에 흐르는 고요한 강 그 따름이었다. 강변은 온통 풀밭이었고 강 위에는 큰 새들이 앉아 먹이를 찾고 있었다. 낯선 거리의 모습에 경계와 신기함이 반쯤 섞인 시선으로 두리번거리며 CAF 아정스에 도착을 하자 먼저 건물 입구에 긴 줄을 선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파리의 주거비용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벅찬 짐이 되는지 아침부터 먼 곳까지 와 긴 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순서를 기다려 아정스의 직원에게 검토를 받고 제출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었지만 건물 밖에 장치해둔 CAF전용 우체통에 집어넣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글도 많아서 우리는 긴 줄에 두 명을 더 보태는 일을 포기하고 그냥 우체통에 서류를 집어넣고 가기로 했다.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우체통에 서류를 집어넣는 모습이 보여 우리는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서류가 잘 검토되길 바라며 우체통에 서류를 집어넣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아정스를 들렸다가 나온 한 흑인 아저씨가 우리를 응원을 해줬다. 그리고 홀로 줄을 서고 있던 한 한국 청년이 그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이신가요? 서류 그냥 여기에 넣고 가면 되는 거예요?” 서류를 봉투에다 넣어서 밀봉을 한 후 우체통에 넣어야 하는데 그 청년은 그런 사항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정스 안에 가면 봉투를 준다는 글을 본 것 같아 청년에게 알려주었다. 청년은 고맙다며 아정스 안으로 가고 우리는 남은 오후를 소중히 보내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먼저 파리의 동쪽에 있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들려보기로 했다. 내가 무척 가보고 싶어 하던 곳이었는데 영화의 성지에는 역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좋을 거 같아서 프랑스어가 조금 더 들릴 때까지 미뤄둬야지 했었다. 다만 오늘은 파리의 동쪽으로 나온 김에 인상적이라는 건물의 모습도 봐볼 겸, 영화 박물관이라도 봐보고 갈까 해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있는 Bercy역으로 갔다.  역에서 나와 조용하고 깨끗한 거리를 조금 걸으니 사진에서 봐왔던 역시나 다양한 곡선들이 인상적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눈에 보였다. 이곳은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은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원래는 미국 문화원이었던 곳이다. 2005년, 에펠탑을 마주 보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샤이요 궁 안에 있던 옛 시네마테크를 옭겨오기 위해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영화 몽상가들에 등장하던 68 혁명의 주무대였던 프랑스 영화의 최전성기를 지탱하던 ‘그 시네마테크’ 는 이 건물이 아니지만 시네마테크는 위치나 외형보다는 내용이 더 핵심이기에 Cinematheque Fracaise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처럼 들떴다. 시네마테크 앞에는 조용하고 예쁜 공원이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회전목마가 있어 이질적인 건물과 함께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영화를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거 같아 예고편처럼 사진 몇 장만 찍고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Bercy는 계획도시처럼 긴 공원을 따라 길고 낮은 아파트가 쭉 이어진 곳이었다.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 Bercy village라는 예쁜 쇼핑몰이 있었다. 이곳은 한때 세계 최대의 와인시장이 있었던 곳으로 건물의 외관을 최대한 유지한 채 내부만 리모델링을 해서 지금의 쇼핑몰로 꾸민 곳이다. 당시 와인을 운송하던 기찻길도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파리가 아닌 지방 소도시의 번화가를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규모는 작지만 테라스 자리에 앉아 햇볕을 쬐기에는 좋은 곳 같았다. 햇볕은 좋았지만 날씨는 꽤 차가웠는데 테라스 자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남은 낮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해 보기로 했다. 
 엠마가 마침 지하철을 타면 한번 만에 가는 곳에 Châtelet역이 있다며 Sainte Chapelle에 가보자고 했다. 처음 어학교재를 사러 시떼섬에 갔을 땐 긴장된 걸음으로 그 앞을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Oui.” Sainte Chapelle은 고등법원 건물과 붙어 있어 파리의 관광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보안 검사를 하고 있었다. 흡사 공항에서와 같이 짐 엑스레이 감사와 금속탐지 검사도 거친 후 부속 건물의 뒷문으로 나가자 센느 강 어느 다리에서도 보이던 날카로운 첨탑이 가고일 꼬리를 꽉 쥔 채 우뚝 서 있었다. 검은 괴수들이 사방으로 울부짖고 있는 검은 첨탑 너머의 하늘은 티 없이 파랬다. 그래 신은 이곳에는 없는 거지. Sainte Chapelle은 성루이라고 불리는 루이 9세가 동로마제국의 황제에게 금전적 지원의 형식으로 사들인 예수의 가시 면류관과 후일 모은 예수의 못 박힌 십자가 조각 등의 성물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왕실 전용 예배당이자 보물창고이다. 티켓을 끊고 듣어간 곳은 성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은 높이에 기둥이 유난히 많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단출한 홀이었다. 심지어 그곳 안에 기념품을 파는 곳과 안내 전단을 배포하는 곳까지 같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이곳이 사람들이 그렇게나 찾을 만한 곳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고 보니 그곳은 궁중 관리들과 성당을 관리하는 이들을 위한 예배공간이고 왕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준비된 곳은 이 낮은 홀이 위층 공간이었다. 이곳이 보통의 성당들 보다 낮은 이유도 기둥이 많은 이유도 위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파리에 온 후 수없이 오른 나선형 계단을 앞사람의 등만 보며 올랐다. 위쪽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탄성이 연이어 들려왔다. 아래층의 모습에 실망해서인지 별다른 기대는 가지지 않고 허벅지를 손으로 도우며 계단을 오르는 일에만 집중을 하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뱉고 말았다. “와아.” 그곳은 그 안 든 것이 어떠한 모습의 어떤 마음의 사람이든 그 안에 든 것이 어떤 피비린내가 나는 프로필을 지닌 물건이든 아이들의 보석함의 고증 없는 ‘보석’ 들처럼, 모두를 모든 것을 그저 순수히 빛나게만 만들어버리는 섬뜩한 마법의 공간이었다. 15미터의 거대한 스테인글라스가 최소한의 테두리만 두른 채 공간 안으로 피할 수 없는 색깔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고개를 들고 오래도록 바라보게 하는 것들, 가령 하늘이나 별 같은 것들. 내가 한다던 비워내고 납득하는 그런 아름다움 말고 집요하게 강요하는 채우고 또 채워서 지나침을 훨씬 더 지나쳐 내가 모르는 곳으로 그곳으로 넘어가 버린 아름다움을 보면서 나는 내가 하는 예술이 미리 지고서 핑계만 오래 고민하고 있던 건 아닌지 조금 씁쓸했다. 이 곳은 온통 빼곡하다. 빈 손으로 꾸밈도 없이 걷기 위해 오랜 시간 나를 붙잡고 얘기를 해 왔는데 벌칙처럼 온통 내가 못하는 그저 아이처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어야 할 것이 가득한 이 곳으로 불쑥 와버렸다. 우습다. 사람은 그렇게 멋대로 걸어간다. 자기 물건이 가장 지겨워서, 자신과 다른 이의 품으로 기꺼이 간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낯설어진 나를 나는 또 가까스로 소개를 해야 하겠지. 내가 마치 이런 사람이었던 것처럼.
 돈도 잘 내고 길도 잘 찾고 하지만 내일에 해야 말만은 여전히 모른다. Oui ou Non 으로 대답하는 내 시꺼먼 마음에 뭐가 걸쭉하게 녹아 있는지 꺼내지 못해서 모르겠다. 가끔은 주말에 무엇을 또 보러 가기가 조금 겁날 때가 있다. 보고 좋아하는 거 말고 내가 해서 보여주고 싶어 그런 거겠지. 안다. 그 마음.  좋은 것을 보고 나면 우린 더 많이 지쳐 파리 지하철의 악명도 다 잊고서 머리를 붙여가며 졸기까지 한다. 안다. 당신의 그 마음도. 글, 영상 레오 촬영 레오, 엠마 2019.10.29 파리일기_두려운 날들이 우습게 지나갔다
JAZZIT
잘츠부르크 레드불의 6대0 대승 경기를 직관하고 황희찬 선수 사인에 사진까지... 잘츠부르크에서의 마지막날은 넘 즐거웠답니다. 숙소 근처는 깡시골이라 시내에서 한잔하고 가려구요. 근데 토욜밤인데도 넘 조용하네요... 재즈바라고해서 찾아갔답니다. 노동자가 단결하면 무적이다? 칼형이랑 연관이 있는 건물인건가... 갑자기 독어셤 못쳤다고 차량 안테나로 손등을 때리던 금붕어 쌤이 생각나네요... 조용한 평범한 바 분위기... 안주는 안판다고... 대신 무룐데 이거라도 먹을래 하며 건네던 바텐더... 토묠밤인데 손님이 늦게 드네요... 곧 만석... 아시안은 우리뿐... 하지만 아무도 우릴 신경쓰지 않는다 ㅎ. 나이도 우리가 젤 많은듯... 아니 이건 "유럽" 의 " 파이널 카운트다운" 이곡에 춤을 춘다고? 아, 여긴 원래 재즈바인데 주말에는 클럽으로 변신하는 모양이더라구요. 매주 그런건지 날을 정해서 하는건지는 모르겠네요. 뮤지션들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가보더라구요. 바 우측으로 가보니 무대와 스테이지가 있어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직원분이 오셔서 조금뒤부터 입장료를 받고 행사(?)를 시작하니 참여하려면 입장료를 내라고해서 좀더 놀다가기로... 이런거 첨해봄 ㅋ 밖으로 나와보니 첨 들어올때랑은 완전 다른 분위기... 밤 11시가 다돼가는데 초저녁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