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eca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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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gon Story-28- 어디에 있건,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과는 별개로, 보다 좋은 정주 요건을 갖춘 곳으로의 이주 欲求는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저 각자의 상황과 조건이 그 충족을 가로막고 있을 뿐. 막말로, 이태원에 살고 있는 삼성그룹 회장이나 한남동에 사는 현대차 정회장, 평창동에 사는 코오롱 이회장이라고 해서 왜 살고 싶은 곳이 없겠는가? 각자가 지금 그곳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는가.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누가, 어디에 살든,그 사람이 현행법을 어기고 있지 않는 한, 그건 문제를 삼거나 문제가 될게 아니라는 거다. 그곳에 있을 형편, 상황, 처지, 조건 일 것이므로 그가 지금 그곳에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좀 다르다. 우리는 유독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집의 크기나 거주지를 준거로, 끼리끼리의 그룹을 나누길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큰 평수,작은 평수를 기준으로, 출입구를 낸다 못낸다, 함께 쓴다 못쓴다로 아옹다옹하는 모습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게 우리다. 왜일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천박하고 설익은 '인격'과 '사회분위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의 다름 아니다. 이런 설익은 인격과 사회분위기의 결합체인 '편견'과 '천박스러운 교만'은, 이제 특정 집단이나 계층의 문제만이 아니다. 심지어 지난 1년 간 우리나라를 찾아 와 14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려 주는 고맙기 그지없는 중국 관광객들에 대해서도, 고마움 보다는 그들의 차림새 등을 들어 헐뜯고 얕잡아 보기 일수다. 그런 사람들이 엊그제 11월 11일 뻬뻬로 데이 하루동안 중국의 알리바바라고 하는 특정 온라인 쇼핑몰 한 곳에서만 16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가 나는 몹시 궁금하다. 640만 명의 중국 관광객들에게 1년 열 두달 하루도 빠짐없이 있는거 없는거 다 판돈 보다, 훨씬 많은 돈을 하루에 소비하는 그들의 차림새가 단지 고급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깔보는 사람들 말이다. 겉모양새로 사람의 판단하는 건 정말이지 바보 짓이다. 자신들이 속한 곳을 강 북쪽(江北)과 강 남쪽(江南)으로 나누어 설왕설래 하는 버릇 또한 바보 짓이다. 동시에 그건 우리 한국인들의 반드시 고쳐야할 매우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근원적 장벽이기 때문에 그렇다. 1년 전쯤, 나는 런던에 살고 있는 지인의 아들이 보냈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한국 사람들의 주소록을 본적이 있다. 아마도 미루어 짐작컨데, 지인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한국인 학생 관련 주소록 아니었겠나 싶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소록의 비고란이 강남과 강북으로 구분 되어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 서울 출신 학생들 모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어디를 기준으로 한 것 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서울이 아닌 '런던'의 강남 강북 기준이라는 거였다. 내내 씁쓸함을 지우기 어려웠다. 해외에 나가서 까지 강남 강북 타령이라니, 그 치졸함이 한심하지 않을 수 없어서 였다. 따지고 보면, 선진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 든 부자들 끼리끼리 모여사는 동네는 분명 있다. 그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문제가 되는 건, 그 "도"가 지나치다는 거다. 호치민도 韓人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 십 수년 前까지만 하더라도 호치민 국제공항 부근에 주로 타운을 형성하고 거주했으나, 지금은 호치민市 7区의 '푸미흥'지역에 많이 모여 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베트남이나, 일본 중국사람들에게는 '코리아 타운'으로 불린다.
그런데, 이곳 호치민 한인타운에서도 마치 예외 일수 없다는 듯 강남 타령하는 이가 심심치 않다. 딱히 江도 없는 동네에서 강남 강북 타령을 하는 걸 보면, 미안한 얘기지만 "정치인은 강이 없는 동네에 가서 다리를 놓아 준다고 큰 소리를 쳐도 동네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던 후루시쵸프가 말한 흡사 사기성 짙은 선동꾼 정치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강남과 강북은, 한국인에게는 강 남쪽과 북쪽을 지칭하는 지리적 입지 조건을 넘어, 이미 부자(富者)와 그렇지않은 사람(貧者)을 나누는 고유 명사가 되어버렸다. 베트남 호치민까지 와서 강남 강북 타령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은 기가 막힐 정도로 별게 아니다. 한국인들이 밀집적으로 거주하는 '푸미흥'의 특정 지역 도로를 경계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눈다는 것인데, 그 도로를 기점으로 아파트 평수나 임대료가 2~3백 불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호치민에서의 강남은, 많게는 수 천억에서, 수 백, 수 십억에 이르는 富의 편중과 집중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凡人의 주머니에 있을 수 십 만원 단위 이므로 따지고 보면 언제든 강남 진입이 가능하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가능성이 열려 있는 무척 깨기 쉬운 촌스럽고 유치한 편견의 벽이라는 것이 오히려 애교스럽고 異彩로울 따름이다. 더구나 이곳에 사는 한인의 99%는 "보증금 얼마에 월 얼마" 식의 월세를 살고 있으니 따지고보면 자기 집도 아니다. 불과 1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인의 토지 소유가 법적으로 제한 되어 있었음으로 거의 대부분의 한국사람들도 남의 집살이 하는 입장이었다. 남의 집 빌려 사는 똑 같은 처지임에도 강남이니 강북이니를 구분지어 멀쩡한 동심에 상처를 주는 바보 같은 사람들을, 어쩌면 강남 강북의 의미도 모르고 있을 베트남인 건물 주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인인 우리들의 미성숙한 자아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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