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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다

쓸 수 없는 날도 있지만 말할 수조차 없는 날들이 있다. 그런 날,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래도 읽을 수는 있다. 그럴 때 읽을 수 있다는 건 서글픈 일이기도 하고 불가해한 위로이기도 하다. ============= 한 문장이 실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꽃은 어떻게 피는가를 겨우 읽었을 때 문장부호가 사라졌다. 물음표였는지 느낌표였는지 알아채기 전에 문장이 눈을 감은 것이다. 말줄임표는 맨 밑줄 거기 있었다. 그가 채 거두지 못한 꽃씨 일단 나는 나의 명치끝에 돌무더기를 치우고 꾹꾹 박았다. 눈감은 문장에게 물으러 가봐야 한다. 문장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 수없이 다녔던 길이었으나 그가 완벽하게 지웠으므로 나는 길을 잃어야만했다. 그새 책 속의 계곡으로 해는 졌다. 그가 안개등처럼 박혀 있는 눈동자를 끄고 이젠 나의 두 발과 두 손으로 가서 나의 두 발과 두 손에, 막 발아를 시작한 꽃씨의 탯줄 을 감아올릴 것이다. 둥근 온점이 수없이 매달린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 김춘, "그 떠난 후 책을 펼치니" 전문, <불량한 시각>, 리토피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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