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나믹듀오는 ‘개’잘하는 동생들.”
리쌍의 개리에게 다이나믹듀오(이하 다듀)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속된 말이긴 하지만 너무 강렬해서 문자 그대로를 옮겼다. 다듀와 개리는 오래 전부터 함께 음악을 해오며 두터운 친분을 쌓은 사이. 특히 개코와 개리는 지인들 사이에서 ‘개 브라더스’로 통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를 땐 꼭 이름 앞에 ‘개’를 붙인다고 하니, 이들의 대화는 개판일 것이 분명하다.
다듀의 인기와 음악적 성과는 익히 유명하지만, 도대체 주변인들로부터 얼마나 인정받기에 이토록 ‘강렬’한 증언이 나오는 것일까. 다듀의 음악인생을 돌아보며 그들에 대해 탈탈 털어보자.

# 다듀 = 즐거운 음악?
다듀의 음악은 3인조로 활동했던 CB MASS 시절부터 시작됐다. 처음부터 즐겁고 유쾌한 음악을 했던 건 아니었다. 개코와 최자는 서울 강남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사회적인 불만이 많았다. 이런 성향은 곧 그들의 음악으로 표현됐다.
‘선샤인(Sunshine)서울’(2001)은 개발 붐이 한창이던 때, 서울을 뒤덮은 먼지를 보며 쓴 곡이다. 카드대란이 일었던 시절의 어두운 면들을 조명한 ‘서울블루스 pt2’(2003), 물질만능주의에 잠식된 사랑을 지적하는 ‘오아시스’(2003)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시각을 바꾼 것은 ‘가난’이었다. CB MASS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음반사에 물어야했던 배상금이 어마어마했던 것. 밑바닥을 친 다듀는 어떤 음악을 해야 본인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찾은 답은 ‘스스로가 즐거운 음악’을 해야 ‘대중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 변화의 신호탄
그렇게 메이저로 올라온 다듀를 단박에 힙합스타로 만든 곡이 ‘링 마이 벨(Ring My Bell)’이다. 이 곡은 신나는 리듬과 비교적 따라 하기 쉬운(?) 랩핑 덕분이었는지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당시 노래방에서는 매우 자주 이 노래가 울려 퍼졌는데, (사실 힘든 노래이기 때문에) 늘 중간에 반주가 사라지곤 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현상을 다루는 다듀의 시각 또한 여전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두 남자’가 대표적. 다듀는 당시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명예퇴직에 대한 내용을 노래로 표현했다.
이처럼 다듀의 정규 1집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2004)는 그들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앨범에는 무려 17곡이 수록됐는데, 타이틀곡은 ‘이력서’, ‘신나?(우리가 누구?)’, ‘불면증’, ‘링 마이 벨’ 등 4개였다. 하나라도 버리기 아깝고, 지금까지도 다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곡들이다.
1집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팀은 총 11팀. 브라운아이드소울, 에픽하이, 버벌진트, 더블케이 등 면면이 화려하다. 그 중 수록곡 ‘마이 월드(My World)’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얀키의 말을 들어봤다.
“다듀 형들은 본받을 점이 많아요. 개코 형과 같은 동네에 사는데, 어느날 형의 집 앞을 지나다가 전화를 했거든요? 안 받는 거예요. 창문을 보니 미친 듯한 형의 손동작이 보이더라고요. 연습하고 있었던 거죠. 저는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가는 길이었는데. 나중에 귀가길에도 창문을 봤더니 여전히 연습 중이더라고요. ‘난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 때문에 그날 밤 잠을 못잤어요.” (얀키)

# 한국대중음악상 2개 부문 석권
정규 2집 ‘더블 다이너마이트(Double Dynamite)’(2005), 정규 3집 ‘인라이튼드(Enlightened)’(2007) 역시 1집처럼 빵빵한 트랙리스트와 화려한 피처링진을 자랑했다. 그 중에서도 정인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2집의 타이틀곡 ‘고백(Go Back)’은 특별하다. 다듀의 자화상임과 동시에 모든 청춘들의 공감을 얻은 이 곡은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힙합앨범상을 수상했다. 힙합과 대중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얻으면서다.
특히 3집부터는 다듀가 직접 설립한 아메바컬쳐에서 발매됐는데, 4집 ‘최후의 날(Last Days)’(2008), 5집 ‘밴드 오브 다이나믹 브라더스(Band of Dynamic Brothers)’(2009)까지도 기존의 다듀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다듀 스타일이란 바로, 타이틀곡은 유쾌하게 만들면서 다른 수록곡에서는 사회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것.
특히 인간애를 표현한 ‘어머니의 된장국’(4집)이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힙합 노래상을 받으면서, 다듀의 음악성은 또 한 번 인정받았다.
다음은 4집 타이틀곡 ‘솔로’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알렉스의 전언이다.
“다듀는 가수로서 매우 탐나는 재능을 가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그들의 다이내믹한 음악적 매력이 저를 늘 즐겁게 만들죠. 음원소비자로서 그들이 나올 때마다 정말 반가워요. 감히 말하자면 저는 ‘다듀빠’예요.” (알렉스)

# 군대 = 전환점
보통의 남자에게 그렇듯, 다듀에게도 군대는 큰 전환점이었다. 최자는 지난 2012년 테드(TED) 서울 강연에서 “사회적으로 입지를 쌓은 후 다시 말단으로 내려가면서 ‘내면의 행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시점”이라고 입대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또, 이 시기에는 두 사람에게 뜻깊은 사연이 있었다. 개코는 군 복무 중 결혼해 전역 후 아이를 얻었다. 최자는 스캔들에 휩싸이며 사랑꾼이 됐다.
이런 심경의 변화는 전역 후인 2011년 내놓은 6집 ‘다이나믹듀오 디지로그(Digilog)’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사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랑의 미학’, ‘해 뜰 때까지만’, ‘남자로서’처럼 개인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곡들이 탄생했던 것이다.

# 음악 밖으로 눈을 돌리다
본인들의 감정에 충실하기 시작하면서, 다듀는 음악 외에 다른 활동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재미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다듀는 SBS 시트콤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에 카메오로 출연했고, 개코는 KBS ‘인간의 조건’에 합류해 예능감을 뽐냈다.
음악 외적인 활동에서 다듀는 어떤 ‘끼’를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인간의 조건’을 담당했었던 KBS 정미영 PD에게 개코에 대해 물었다.
“개코는 정말 착해요. 리얼 프로그램의 특성상 무리한 요구가 있을 때에도 개코는 웃으면서 따라줬어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화를 내겠지?’ 생각했던 스태프들도 예상과 다른 개코의 반응에 당황할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출연자들, 촬영 중 만난 시민들도 개코에 대해서는 ‘착하다’고 칭찬만 해요.” (정미영 PD)
‘인간의 조건’에서 함께했던 김기리는 인상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대머리 중에 최고(The Best of Dae moe ri)”라고. 친한 사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애정이 느껴진다.

다듀는 개그팀과 음악을 하기도 했다. 정태호, 신보라, 양선일, 박성광으로 구성됐던 용감한 녀석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형편없는 랩 실력에도 다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다듀에 대한 신보라와 정태호의 말을 들어봤다.
“개코, 최자 오빠는 우리의 몹쓸 랩을 들으면서도 끝까지 웃으면서 프로듀싱을 봐주셨어요. 진짜 착한 오빠들이라고 느꼈습니다.” (신보라)
“너무 좋아하는 동생들이고 개그를 사랑하는 친구들이라 가끔 만나도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를 봐도 개그감이 충만한 친구들이란 걸 알 수 있잖아요?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고요.” (정태호)
정태호의 말처럼, 지난 17일 공개된 다듀의 8집 타이틀곡 ‘꿀잼’은 코믹 요소가 두드러져 재미를 줬다. 다듀는 벌로 변신했고, 빅뱅 멤버들의 이름을 활용한 가사도 유쾌했다. ‘뱀’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뮤지는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70살, 80살이 돼도 다듀의 음악은 여전히 궁금할 겁니다.” (뮤지)

# 바보 같지만 멋진 형들
마지막으로, 아메바컬쳐 식구들의 말을 들어봤다. 이들은 다듀에게 애정을 가진 팬으로서, 가요계 후배로서 진심이 담긴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크러쉬와 리듬파워는 다듀 때문에 뮤지션이 됐다고 한다.
“제게 다듀는 영웅이죠. 중학교 1학년 때 다듀의 노래를 듣고 음악을 시작했거든요. 중학교 2학년 땐 다듀 공연을 하나도 빠짐없이 쫓아다녔는데, 명동의 한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다듀와 마주쳤을 땐 심장이 멎을 뻔 했어요. 팬이라고 소리를 지르자, 나를 보며 ‘쟤 엄청 귀엽다’고 했던 개코 형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크러쉬)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4년 다듀 1집을 듣고 힙합음악을 알게 됐어요. 저도 다듀처럼 되길 꿈꾸며, 다듀와 함께 무대에 서리라는 목표를 세웠죠. 제가 랩을 시작한 동기이자 계기가 된 게 다듀인 거예요.” (리듬파워 지구인)
“2009년 방사능(리듬파워 전신) 시절 때 다듀와 같은 공연의 무대에 올랐었거든요. 완전 설렜지만 인사도 제대로 못해 아쉬웠어요. 그런데 딱 2년 뒤에 아메바컬쳐에 들어오게 됐어요. 그 순간의 희열은 엄청났죠.” (리듬파워 행주)

프라이머리, DJ 프리즈, 필터는 다듀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소개했다. 정말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감히 일어날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훈훈한 재미를 전했다.
“다듀는 제게 조언자이자 친형 같은 존재예요. 음, 그런데 형들이 군대에 가 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저도 같이 군 생활을 한 것 같아요. 저를 얼마나 많이 국방라디오에 불렀는지, 매주 출연했다니까요?” (프라이머리)
“다듀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좋은 친구들이죠.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희노애락’이 되겠네요. 최근에는 함께 스케줄을 다니면서 ‘그랜드 카니발’(앨범이 아닌 차종)에서 둘이 돌아가며 방구를 어찌나 뀌어대던지. 뿌부붕!” (DJ 프리즈)
“늘 친구처럼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든든한 해결사로 나타나는 다듀. 바보 같지만 멋진 형들이죠.” (필터)

남들의 평은 이런데, 서로를 바라보는 개코와 최자의 속마음은 어떨까. 오랜 우정을 쌓아온 이들이지만 속마음을 꺼내놓을 땐 부끄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두 사람에겐 그저 ‘고맙다’라는 말이 최고였다.
“최자는 큰 사람이죠. 으하하. 정말 속이 큰 사람이요. 때로는 농담도 하고, 옆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길을 제시해주기도 하죠. 옆에 있으면 힘이 되고 재미있어요. 같이 힘든 시기를 많이 겪어서, 항상 옆에 있어주는 게 고마워요.” (개코)
“개코는 정말 많은 걸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진짜 그 누구에게도 못할 것 같은 이야기도 개코에게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런 사람이 있고 없고는 되게 중요하잖아요? 힘든 일 때문에 정신 없이 추락하고 있을 때에도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죠. 옆에 있다는 그 자체로 고마워요.” (최자)
사진=아메바컬쳐, JTBC 제공, SBS 홈페이지, 개코 인스타그램, '인간의 조건'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