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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력 5년 차 이상의 멀티플렉스 극장 매니저. 이름만 들으면 전 국민이 아는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다. 내 직장은 온종일 바쁘게 돌아가고 영사 사고가 발생할까 봐 제일 두렵다. 오늘만큼은 진상 고객이 없길 기도하면서 근무를 시작한다.”
극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사람들, 별난고객 진상고객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 관람객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 감정노동자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 바로 극장 직원이다.
그들은 설, 추석, 여름 성수기, 크리스마스 연말 등 가족들이 쉴 때 일한다.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대목이니깐. 지난여름 ‘암살’ ‘베테랑’의 쌍천만으로 쉴 틈 없었던 극장가는 추석을 앞두고 있다. 성별 불문, 나이 불문 성수기 시즌 하루에 1만 명이 영화관을 찾는 만큼 그곳에선 상상 초월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다음은 극장 직원의 일과와 실제 겪은 일을 매니저, 직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1인칭 시점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오늘은 조조 타임 출근이다. 오전 8시 조조 영화가 상영되면 그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준비한다. 7시 전에 출근해야 하니깐 5시가 넘으면 잠에서 깬다. 졸린 눈을 비비고 꾸역꾸역 일어나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맞이한다. 고3 수험생이 된 것 같다. 그래, 그건 기분 탓일 거야.
극장에 도착, 직원들과 알바생 다들 피곤한지 비몽사몽이다. 사실 나도 피로가 어깨에 엉겨 붙어있는 느낌이다. 자도 자도 풀리지 않는다. 역시 조조 출근은 힘들다.
간단한 회의와 함께 유니폼 착용, 손톱 청결 상태 등 용모가 단정한지 점검한다. 이때 매니큐어, 팔찌, 반지는 일절 금지다.
만약 매니큐어 칠한 손톱으로 핫도그를 판다면 100% 클레임이 들어온다. 수시로 매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생과 청결이 1순위다. 하지만 꼭 매니큐어를 바르는 사람이 있다. 구비해놓은 아세톤으로 일일이 지우고, 머리도 스프레이 뿌려서 단단히 묶으라고 얘기한다. 부족하면 바로잡는다.
회의가 끝나면 전관 영상 테스트가 시행되고, 상영관을 체크한다. 팔걸이, 좌석 시트, 스크린 천장 등 안전사고가 있을 만한 곳은 없는지, 화장실은 이상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두 눈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앗! 시트에 이물질이 잔뜩 묻어있다. 교체 가능하면 직접 교체하고, 만약 불가능하면 깨끗하게 청소될 때까지 그 좌석은 판매하지 않는다. 구석구석을 살핀 후에야 각자 흩어져 본격적인 근무에 돌입한다.
티켓 발권, 매점, 상영관 입구 안내는 일부분이다. 매점 재고를 관리하고 매출을 올릴 방법은 없는지 기획한다. 1년 단위로 정해놓은 매출, 관람객 목표가 있어서 본사 지침 외에도 자체 기획을 한다. 이게 은근 압박이다.
“매니저님 OOO이 다쳤어요.” 오전부터 정신이 없더니 작은 사고가 났다. 매점에선 간혹 다치는 직원, 알바생이 있다. 팝콘을 튀기는 기계가 뜨거워서 데거나, 워낙 빨리빨리 움직이다 보니 베이기도 한다. 상처가 심한 경우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한다. 큰 상처가 아니라 안심이다.
쏜살같은 오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다. 편하게 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지직지지직’ 손바닥만 한 무전기가 요란하게 울린다. “매니저님 송신해주세요” 알바생의 다급한 목소리. ‘고객들 2차 클레임? 큰일 터졌나?’ 반사적으로 뛰어나갔다. 다행히 별일 아니다. 휴.
평소 무전기로 소통하다 보니 “송신해주세요”라는 말이 들리면 무섭다. 이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 화장실 갈 때도 무전이 울리면 바로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불안하다. 아예 다른 직원한테 무전기 좀 봐달라고 부탁한 뒤 안 들고 간다. 화장실만큼은 편하게 가고 싶으니깐. 결국, 오늘도 여유롭게 점심 먹기는 틀렸다. 일주일에 3~4번은 이렇다. 정해진 시간에 밥 먹고 커피도 한잔 하는 직장인들이 조금 부럽다.
오후는 별일 없이 잘 넘어가나 싶었는데 제발 일어나지 않길 기도했던 영사 사고가 터졌다. 그것도 매진 상영관에서. 늘 체크해도 기계적인 결함으로 영사 사고가 터졌을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상부에 즉각 보고되는 사고이며, 전액 환불이나 두 배까지 환불해준다. 가장 예민하고, 두려워하는 부분이라 24시간 신경 쓰지만 꼭 한 번씩 발생한다.
이미 상영관 내부는 고객들의 불만 성토 자리로 바뀌었고 헐레벌떡 뛰어온 나는 300명 앞에 설명하기 위해, 사과하기 위해 나섰다.
“죄송합니다. 디지털 쪽에 에러가 생겼습니다. 3~5분 안에 영화 상영이 재개되니 잠깐만 기다려주시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 번째 줄의 남성 고객이 욕을 했다. 한 사람이 욕을 하니 여기저기서 욕설이 이어진다. 자리를 박차고 나온 고객들이 내 주변을 빙 둘러쌌다. 침착하려고 해도 1대100은 힘들다.
“아침에 점검 안 했냐?” “극장에서 어떻게 보상해 줄 거냐? 해줄 수 있는 게 뭐냐?” “가족이랑 기분 좋게 왔는데 망쳤으니 보상해라.”
다른 변명은 필요 없다. 욕을 먹더라도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시간을 버린 분들에겐 진심으로 죄송하지만 수 백 명이 하는 욕을 동시에 듣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이 서글퍼진다. ‘신이시여 왜 영사 사고는 항상 관람객이 많을 때만 터지나요?’
그야말로 힘겨운 하루다. 극장은 3교대로 일해서 내일은 마감 타임 근무다. 오후 8시부터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관람객이 모두 퇴장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제서야 마무리하면 새벽 3~4시가 된다. 보통 근무가 9시간을 넘기지 않지만 절정의 성수기에는 밀려드는 고객을 응대하느라 12시간 이상 일한 적도 있다. 그땐 녹초가돼 집으로 향한다.
(②내가 만난 진상 고객 편에서 계속)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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