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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음 달에 실릴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 필진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중 한 명의 시인은 요즘 가장 핫한 시인 중 한 명인데, 전과 다르게 의사소통에 다소 애를 먹었다. 한 넉 달 전에도 원고 관련으로 통화를 하다가 안부를 물었는데 그가 문득,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었다. 물론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는 일이 흉도 아닐뿐더러, 그것이 그냥 지나칠 일이라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주위에도 생각보다 흔하게 있는 일이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물며 시인의 우울이란 놀라울 일도 아니어서, 또 지극히 사무적인 관계에 불과한 내가 특별히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오늘 통화를 해보니 정서가 많이 불안해 보였다. 그 증거를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조심스러워졌다. 현재 밀려있는 원고들이 많아서 조금 미룰 수 있는지, 그리고 곧 시집이 나오는데 시집이 나온 뒤 시집에 실린 시를 발표할 수는 없어서 기간이 겹치지는 않을지, 또 시의 형식이 다소 실험적인데, 편집상 무리는 없는지, 뭐 이런 것들을 조율했는데, 설명이 부족한 것 같으면 재차 설명해주었고, 내가 당장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은 우선은 다시 검토해보자고도 얘기했다. 아주 힘겨운 통화를 마치고, 문득 걱정이 되었다. 꽤 오래전이지만 몇 번인가 모임에서 직접 본 적도 있고, 그때의 모습들은 지금처럼 불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 보여준 모습들은 거의 무관한 나로서도 우려가 되었다. 나 역시 그것을 우울증이라고 해도 좋을지, 단순한 우울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것들을 오래 겪어본 바로서, 또 당장 지난여름부터 겨울까지만 해도 그런 기분이 극심해져 운동도 하게 된 측면이 있는데, 그때 내가 자주 하던 말과 톤이,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보여지는 느낌들이 그에게서 자꾸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 같으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무시해버릴 만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에게서 자꾸만 지난날의 내가 보여서. 거듭 말하지만 함께 시를 쓰는 동료라는 것 말고는 그의 삶에서 거의 무관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함부로 보탤 말도 없다. 함부로 보태서도 안 된다. 무관하고 사무적인 관계로서 그저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고를 실을 수 있도록 최대한 조율해보는 수밖에.
[토박이말 살리기]나물과 남새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나물 #남새 #푸성귀 #야채 #채소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나무과 남새 지난 두날(화요일) 배움이들과 봄나들이를 갔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멀리 가지는 못했고 배곳(학교) 둘레에 좋은 곳이 있어서 그곳을 한 바퀴 돌고 왔지요. 배움이들을 데리고 나가기 앞서 가 볼 곳에 가서 살펴보고 왔습니다. 나가 보니 여러 가지 풀이 있었는데 이름을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것은 알려드리고 모르는 것들은 함께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것은 이름에 ‘풀’이 붙어 있고 어떤 것에는 ‘나물’이 붙어 있는데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드렸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가운데 ‘광대나물’이 있습니다.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의 생김새가 광대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릴 때 부드러운 것을 데쳐서 무쳐 먹으면 아주 맛있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그렇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에 ‘나물’을 붙여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애기똥풀’이 있습니다. ‘애기똥풀’은 잎이나 줄기를 꺾으면 노란 물이 나오는데 그 빛깔이 애기똥 빛깔을 닮았다고 그런 이름이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풀에는 독성이 있어서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것에는 그냥 ‘풀’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으신 거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슬기가 엿보이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 곁들여 먹기도 하고 몸이 튼튼해지려면 많이 먹으라고 하는 ‘채소’와 ‘야채’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흔히 상추나 당근, 양파, 배추 같은 것들을 똑똑히 가리지 않고 ‘야채’ 또는 ‘채소’라고 부르는데, 이 둘은 다른 것이랍니다. ‘야채’는 들에서 나고 자라나는 것을 베거나 캔 것을 뜻합니다. 들이나 메에서 뜯어온 쑥, 고사리 들이 여기에 들겠죠. ‘채소’는 사람이 손수 밭에서 키워 거둔 것인데, 우리가 흔히 먹는 무, 상추, 시금치, 오이, 깻잎 같은 것들입니다. ‘채소’는 중국식 한자고 ‘야채’는 일본식 한자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고, ‘야채’라는 한자말이 세종실록, 성종실록에도 나온다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풀이가 맞는지 틀린지를 따지기 앞서 이 말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을 먼저 챙겨 썼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채소’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은 옛날에 시골 어른들이 많이 쓰다 보니 사투리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말, ‘남새’입니다. 이 말을 알면 ‘남새밭’이라는 말도 그 뜻을 바로 알 수 있어 좋습니다. 말집(사전)에 찾아봐도 ‘채소’와 ‘남새’가 같은 뜻이라고 되어 있는데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야채’를 가리키는 말로는 토박이말 ‘나물’을 쓰고, ‘채소’를 가리킬 때는 ‘남새’를 쓰면 좋겠습니다. 나물과 남새를 싸잡아 가리키는 말인 ‘푸성귀’도 함께 말입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기에 바빠 챙기지 못하고 지나치는 이런 풀과 나무 이름을 우리 아이들은 알고 쓰며 살도록 해 주면 삶이 더 넉넉해질 거라 믿습니다. 4354해 무지개달 열닷새 낫날(2021년 4월 15일 목요일) 바람 바람 *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
할아버지의 검은 봉지
저는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오래전 저희 가족은 한 아파트로 이사 오게 되었고 이사 기념으로 만든 떡을 이웃 주민과 나눴습니다. 이웃 중 할아버지 한 분이 유독 고마워하시며 현관문 손잡이에 작은 호박 두 덩이와 호박잎이 담긴 검은 봉지로 답례를 하셨습니다. ​ 이후에도 손수 만든 음식을 가지고 찾아가면 얼마 후 저희 집 현관에는 검은 봉지가 걸려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봉지에는 김부각, 깻잎과 콩잎 등 소박한 답례와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고 그렇게 저희 가족은 노부부와 소소한 인연으로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위층에서 ‘쿵’ 소리가 들렸고 평소 거동이 불편하던 할머니가 생각나서 급한 마음에 올라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었고 불안해진 저는 곧장 119에 신고했습니다. ​ 구급대원과 함께 문을 뜯고 들어간 집에는 할머니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할머니는 빠른 발견으로 위급한 상황은 넘겼고 뒤늦게 병원으로 달려온 할아버지는 저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계속하셨습니다. ​ 그리곤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매일 새벽마다 저희 집 차를 몰래 세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라 차를 숨기기도 했지만 할아버지는 어떻게든 찾아내 깨끗하게 세차를 해 놓으셨습니다. ​ 저희 남편까지 나서 할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세차를 멈추게 했지만, 대신 문고리엔 검은 봉지가 더 자주 걸렸습니다. ​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고 할아버지는 자식과 함께 지내기 위해 이사를 하게 되셨는데 이사하는 날, 할아버지는 저희 집에 찾아와서는 옥가락지 하나와 은가락지 하나를 내밀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내가 아들만 둘인데 막내딸 생긴 기분이어서 좋았어. 그리고 이삿짐 정리를 하다 보니 이거를 발견했는데 아마도 먼저 간 그 사람이 막내딸에게 주라고 남겨둔 것 같아서 들고 내려왔어.” ​ 저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주신 가락지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제법 긴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득문득 할아버지와 검은 봉지가 떠오릅니다. 오늘 사연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매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입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 주변에는 존중과 배려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 쑥스러워서, 바빠서 등 다양한 이유로 덮어두었던 마음을 작게나마 표현해 보세요. 세상은 따뜻함으로 물들 것입니다. ​ ​ # 오늘의 명언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몸도 내 몸같이 소중히 여겨라.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일을 네가 먼저 그에게 베풀어라. – 공자 – ​ =Naver "따뜻한 하루"에서 이식해옴.... #정 #이웃 #관심 #이웃사촌 #인생 #삶
50살 바라보는 남친이 별걸 다 하고싶다네요
자기도 스타벅스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실은 냉커피라고 했음)쪽쪽 빨며 놋북으로 막 바쁜척 해보고 싶다고 그래서 지금 아침 댓바람부터 주말 늦잠도 못 자고 끌려와 있습니다. ㅜㅜ 며칠전부터 하도 조르길래 주말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기 싫어서 스타벅스에 밀레 등산복 입고 오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을꺼라고 되도 않는 까지 했는데 기가 죽어 포기할 줄 알았더니 어제 저녁에 백화점 문 닫기전에 얼른 가서 옷 골라달라고 ㅜㅜㅜㅜ 아니.....이 아저씨야..... 뭔 스타벅스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도 아니고 아니고 옷장만까지 해서 가는 사람이 어딨냐고 어이없어 했더니 자기도 말 안되는거 아는데 저한테 밀레 등산복 얘기를 듣고 나니 정말 평소 자기 스타일이 딱 아저씨 스탈였다는걸 절실히 깨달았다며 옷 고르는거 꼭 좀 도와달라고 어찌나 간절히 부탁하는지 할 수 없이 따라나섰습니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는데 저희 바로 앞에 서있는 아가씨 몸매가 진짜 후덜덜했어요 평소엔 그런 아가씨들 보일때마다 남친에게 시선처리 똑바로 하라고 바로 경고 날렸는데 이건 뭐 여자인 제가 봐도 너무 어마어마한 몸매인데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차라리 쿨한 척이라도 하자 싶어 남친에게 "어차피 당신은 이번 생에서는 저런 여자 못 델꼬 다니니 다음 생을 기약해요" 라고 했더니 "아니. 난 다음 생에 꼭 저런 여자로 태어나서 세상 남자 다 꼬셔버릴꺼야" 라길래 공공장소에서 그만 남친 등짝을 쳤네요  남성복 코너 가려하니 여기 아니라며 캐주얼층으로 끌고가 딕키스의 레글란 소매 티셔츠를 몸에 대보며 산뜻하지? 세련됐지? 이러는데 지금 나의 사랑을 시험해보는거냐고 진지하게 물어보려다 겨우 참았어요. 어차피 딕키스엔 맞는 사이즈가 없다는걸 알았거든요 겨우 막달 임산부만한 배를 가려줄 티셔츠 한 장 사고서 어찌나 좋아하는지 안쓰러운 마음도 들데요. 오늘 아침 7시반부터 새 옷 입고 제 집 앞에 찾아와 빨리 내려오라고 어찌나 전화를 해대는지 저 지금 몹시 졸립고 피곤해요 ㅜㅜ 이게 뭐라고 그리 해보고 싶었냐고 물으니 얼마전 스타벅스에서 일 약속이 생겨 낮에 갔다가 충격 받았답니다. 놋북이며 태블릿 피씨들 들고와 이어폰 끼고 뭔가 자기 세상에 빠져 있는듯한 젊은 애들을 보니 고1때부터 10년 동안 매일 신문 돌리고 방학마다 막노동을 해도 너무 힘들었던 자기의 대학생활이 갑자기 떠올라 서글퍼졌는데 아직도 매일 새벽에 출근해 전쟁 같은 업무를 치루는 시간에 밖에는 이런 세상도 있었구나 싶어 서럽더랍니다. 대학때 친구들이 테이블마다 전화기 있다는 압구정 카페 다니는 것도 그렇게 궁금하고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걸 한번도 못해봤다고 ㅠㅠ 놋북 펴놓고 뭔가 몹시 열중해서 하길래 슬쩍 들여다보니 주간업무일지 밀린거 작성하고 있네요 ㅋㅋ 쩜전에 여기 커피 더 달라면 더 줘요? 라고 두리번 거리며 묻길래 그냥 조용히가서 한 잔 더 사다줬어요. 제꺼 보더니 자기도 회원 가입해서 핸펀에 스벅 어플 넣어달라네요 ㅋㅋ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고단한 나이에 만난 인연이어서 그런가..... 피곤과 술에 쩔어있는 아저씨의 모습만 보다가 오늘은 왠지 애잔하고 안쓰럽네요. 평소에 햄버거를 어떻게 만들어야 수제냐고 궁금해하던데  나온김에 점심에 수제햄버거라도 사주면 놀래자빠지겠져 ㅋ 두분 다 사십대라고 하시는데 너모 기여우시네여ㅠㅠ
순록의 태풍
크리스마스 선물이 가득 담긴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끌며 멋진 뿔을 자랑하는 순록은 주로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의 북극지방에 서식합니다. ​ 그런데 이 녀석들은 간혹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행동을 합니다. ​ 외부에 위험을 감지하면 바로 수백 마리의 순록 떼가 한데 모여 원을 그리며 뱅뱅 도는 것인데 그 모습이 태풍과 비슷하여 ‘순록의 태풍’으로도 불립니다. ​ 순록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자기 몸과 무리를 방어하기 위한 행동인데 이때 순록의 최고 속도는 시속 80km에 달하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포식자라도 쉽게 뛰어들 수 없는 것입니다. ​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태풍의 눈이 되는 중심에는 생후 1년 미만의 새끼들이나 암컷이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나머지 수컷들이 바깥쪽을 회전하며 암컷과 새끼들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 자신의 무리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순록들의 생존 본능을 넘어 부성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과 어미를 지키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모습을 본 순록은 어른이 된 후 다른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도 달리기 시작합니다. ​ 이처럼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부모들도 때론 두렵고 힘들 때가 있지만 자녀들이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길잡이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 그렇게 된다면 그 올바름을 보고 자란 아이들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참된 어른이 될 것입니다. ​ ​ # 오늘의 명언 사랑이란 자기희생이다. 이것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 – 톨스토이 – ​ =Naver "따뜻한 하루"에서 이식해옴..... ​ ​ #자기희생 #희생 #사랑 #가족 #인생
아껴 읽고 싶은 너와 나의 이야기: 23
인류가 살고 있는 천체에서 삶을 영위하는게 버거워집니다. 중력에서 벗어나서 떠다니는 상상을 합니다. 힐난하고 생떼를 쓰는 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겁니다. 감았던 눈을 뜨고,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타 다다 타닥 다 다. 칼은 성장 과정에서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었고, 어느 시점에는 자신이 처한 불행에 굴복당했지만 결국 자신을 믿는 힘으로 스스로 일어섰습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해 본 적 있는 사람에게 제 인생을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미래가 있을까요?⁣ ⁣ 결혼식 도중 칼은 자신의 삶에 있던 불행이 이제 행복으로 극복되었다는 생각에 울었다.⁣ ⁣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알에이치코리아 #이소영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삼십오 년간 나는 그렇게 주변 세계에 적응해왔다. 사실 내 독서는 딱히 읽는 행위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 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 요즘 책보다는 변기를 잡는 일이 많아졌다. 배설된 것들이 산재하여 악취가 진동하고, 두통약을 끝없이 삼킨다. 삼킨 것보다 뱉어내는 것이 더 많아 늘 허기를 느낀다.⁣ ⁣ #너무 시끄러운 고독 #문학동네 #보후밀흐라발 노인들의 쓸모가 사라졌다⁣ 노인들은 사회적 쓸모가 없는 존재이기만 한걸까?⁣ 상당수의 노인들은 자신을 열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 우리가⁣ ⁣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외면한 것이다. 외면의 당연시가 고착화되어 '할 수 없다'는 인식을 만든 건 아닐까. 청년부터 노인까지 삶의 여유가 없는 자들의 수가 더 많은 현실이 모든 걸 피폐화시켰다. 전쟁은 일어난 지 오래다. 피폭된 것들 앞에서 꺾인 무릎을 끌며 살아간다. 교통사고와 묻지마 폭행, 멸시와 조롱 앞에서.⁣ ⁣ 그녀는 늘 열심히 살았다⁣ 그녀의 노력은 언제 끝나게 되는 걸까⁣ ⁣ 이 질문 앞에 설 때마다 아득한 기분이 든다.⁣ ⁣ #가난의 문법 #푸른숲 #소준철 순두부를 뜨는데 태어나기 직전의 말랑말랑한 목숨 슬픈 익명이 미끄러진다 그때, 이렇게 몽글몽글했을까 공원 썬 베드에 누워 나뭇가지 사이의 달을 보고 있었다. 만 삼천보 정도 걸었을 뿐인데 체력이 예전만 못하네. 허리야 다리야. 지잉, 고향 친구로부터 받은 옛 사진 세 장. 보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오고 사진을 반복해서 바라본다. 어렸을 때 얼굴 그대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꽤 얼굴이 날카로워졌구나. 묘한 그림자가 나를 덮친다. 밤의 꽃이 만개했다. #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이규리 여자다운 여자⁣ 남자다운 남자⁣ '-답다'는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데, 그렇다면 어떤 특성과 자격을 함의하고 있는 것인가.⁣ ⁣ 유구한 시간 동안 여자는 남자의 성 위에 오를 수 없었다. 오직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받았고 강요받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부터 여성 노동자 문제까지 다룬 이 책을 읽으며, 숨을 쉬어도 답답했던 근본이다.⁣ '성'을 떠나 서로를 인격체로서 바라볼 수는 없는 걸까, 사과를 따 먹기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건지 자문하는 입이 쓰다.⁣ ⁣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며 뛰다 넘어진 여성의 영상을 보며 몸이 굳어지다 생각난 드라마 'EP.안녕 도로시.'⁣ '죄의식 없이 가해지는 성범죄 몰카에 대한 잔인한 현실을 그려내 충분히 처벌받지 않은 악마들이 득세하는 현실에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기자의 말처럼 악마들로 가득하여 몸이 자주 떨린다.⁣ 성추행을 여러번 당해 타인과의 접촉을 싫어하는 나인데, 끝없이 영상이 떠돌아다니고, 가정폭력을 당하고, 밟히고 이용당하는 분들은 어떤 삶을 살아내고 계신 것인가....⁣ ⁣ 속이 검어진다. ⁣ #아주 오래된 유죄 #한겨레출판 #김수정 왜 자꾸 내일이래? 인생은 오늘이야. 그냥 숨이 찰 때까지 달려서 강물에 뛰어들자. 그리고 소리칠 거야. 당신을 사랑한다고. 일일이 이유가 필요해? 인생은 지금이라니까.⁣ ⁣ '다음에 하지 뭐'도돌이표가 그려진 악보를 잔뜩 구긴다. 과거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자아의 빛이 바래진 채 일어설 힘을 잃었다. 흐르는 후회의 음표를 그려 넣으며 무대를 바라본다. Now Or Never. 다른 빛을 향해 지금을 담으며 목을 가다듬는다.⁣ ⁣ #인생은 지금 #오후의소묘 #다비드칼리 누군가에게 보이는 앞모습에만 신경쓰다, 정작 내가 챙기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고로움을 외롭게 내버려두었다. 세상은 의외로 수고롭다는 말에 인색하다. 잘했다는 칭찬보다 수고했다는 다독임이 그리워지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 일 년간 수고롭게 일했다. 타인의 시선을 떠나 모두를 평등하게 보려고 했고, 그들이 편한 근무환경에서 일했으면 하는 마음에 나를 갈아 넣었다. 결론은? 죽 쒔다.⁣ 다채롭게 찡얼대는 불만이 계속해서 온몸을 찔러댄다.⁣ 창틀에 다양한 약들이 있는 이유다. ⁣ '감정이란 순간을 타고 피어나는 꽃과 같다'는 저자의 문장대로라면,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마취목, 석산, 알리움, 포플러일 것이다. 나의 화원은 그렇게 바뀌었다. ⁣ ⁣ #오라는 데도 없고 인기도 없습니다만 #달 #이수용 꽃의 생이 다해가며 말라감에도 불구하고, 줄기 밑부분을 사선으로 자르고 담긴 물을 갈아 줍니다. 말라가는 모습조차 예쁜 꽃을 바라보며, 구겨진 자아를 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