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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좋은시-후미진 굴헝/서영처

후미진 굴헝
서영처
여자의 키보다 깊었다
클레멘타인, 내 사랑 클레멘타인,
그는 취한 듯 휘청거린다
왕버들 뭉게구름처럼 잎사귀 피어올리는 굴헝
들릴 듯 말 듯 옛노래 들려온다
가을이 온다
깜박거리는 별들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리고
그는 굴헝으로 내려간다
사수자리 피해 물고기자리로 날아가는 백조
물에 젖는 달
달에 젖는 굴헝
밤기차가 비명을 지르며 마른 강을 달려간다
간질하듯 드러누워 흰 자갈을 토해내는 강,
부글거리던 저 강의 발작은
오래 전 가련한 여자를 삼켰던 가책
그렇지 그렇지
노래를 채운 구름이 환하게 떠가고
강 건너 캄캄한 클레멘타인의 집
‘빛과 향의 길’이었다고
풀벌레 소리 속에 깜박, 코를 곤다
그는 구름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남자
바지를 툭, 툭, 털고 일어나 코를 푼다
나뭇가지에 상의를 찢긴 채
비틀비틀 자갈길로 걸어나온다
클레멘타인, 우물이 깊은 클레멘타인,
낡은 곡조 속에 쳐박혀 또 하염없이 잊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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