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오라클, SAP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컨설팅 회사가 있었다. 회사의 사장님은 대기업에서 성공 사례도 있고 성품도 원만하여, 100억 가까이 매출을 올렸고, 능력있고 훌륭하신 직장 선배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두 분과 이야기가 잘 통했다. (그렇지만, 몇가지 이유로 투자를 하지는 못했다)
하루는 부사장님이 차 한잔 하자고 하셨다. 부사장님은 사장님의 지분을 양도받아, 3대 주주(5%)가 되실 수 있었다.(가정된 수치이다) 그렇지만, 최대주주인 사장님(60%)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데,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물어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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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는 일반적으로 최대주주(1인 또는 콘소시움)가 이사회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회사를 경영한다. 대주주가 경영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기타주주는 지분의 크기로 보면 손놓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2대주주가 제일 서럽다. 승자독식의 폐해다. 그래서, 관련법에는 기타 주주들이 최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소수주주권을 인정하고 있다. 동시에 소수주주권이 남용되어 경영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사에 필요한 최소 지분율(상법및 증권거래법 상 권리별 1~3%)을 규정하고 있다.
소수주주는 법원의 허락을 받아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도 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 주총소집요구권, 주총 안건을 직접 제안할 수 있는 주주제안권, 회사에 손해를 끼친 대표이사를 직접 소송할 수 있는 주주대표소송제기권,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열람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감사가 업무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주총에서 선임될 때 최대주주라도 지분 3% 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도 같은 권리를 가진다. 이런 절차를 번번히 진행하자면, 일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투자할 때 회사와 합의한 이사선임이나 정보공유 등을 신주인수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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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수주주권은 선량한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어떤 주주가 경영을 방해하기 위해 악용할 수도 있다. 투자자로서도 난감하다. 주주관리, 지분관리가 필요하다.
혼자서라도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들은 대부분 창업 초기멤버이거나 투자자들이다. 그래서 소수주주권까지 동원되는 심각한 분란에는 퇴사한 멤버가 끼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외부에서는 알기 힘든 정보와 권리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그래서 창업자간에는 만약을 위해 아름다운 이별 공식이 필요하다.
또한 작은 지분인데도 많은 권리를 요구하는 투자자와 콘소시엄 투자인데 구성원이 많다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투자는 공동으로 하지만 이후에는 개별적으로 이해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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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님은 단독으로도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이상이어서, 공동경영이라고도 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부족하다 생각되시면 솔직하게 더 요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부사장님은 이후 여러 경험을 쌓으셨고, 지금은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을 견실하게 경영하고 계신다.
가끔 안부를 여쭙는데, 첫직장 동기 중 절친의 아들이 창업을 했다는데, 세상에...내가 투자한 회사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아주 주목받고 있는.... 그래서 셋이 같이 저녁을 먹기도 했다. 세상은 좁고, 인연은 돌고 돌아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