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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 워크 ] 스티븐 킹 생애 첫 장편소설

스티븐 킹의 첫 장편소설이란 글귀에 갸웃할 분도 계실 텐데요. 스티븐 킹이 다른 필명으로 선보였던 책이 꽤 있었답니다.
나중엔 들통 나버렸지만, 리처드 바크만 필명으로 출간했던 소설 <롱 워크>가 실제 스티븐 킹의 생애 첫 장편소설이었다는군요. 스티븐 킹의 공식 출간보다는 늦게 나왔던 책이지만, 18세 때 집필해 완성한 소설이랍니다.
그동안 해적판으로 즐겁게(?) 읽고, 이 책을 구하려고 애쓴 분들도 계셨을터라 정식 출간이 더더욱 반가운 책일듯하네요.
롱 워크는 말 그대로 오랫동안 걷는다는 의미인데 10대 아이들이 참가, 걷는 것을 멈추면 즉결 총살,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라는 방식으로 국가적인 스포츠가 된 상황입니다. 롱 워크의 규칙은 최저 제한 속도 시속 6.5킬로미터 이상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기한 없이 걷는 겁니다. 속도가 떨어지면 경고가 한 번씩 주어지며, 경고 세 번 이후에 받는 경고는 총살. 하지만 경고 받은 후 다음 시간 동안 속도를 유지해 잘 걸었다면 경고는 사라집니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어? 근데 헝거게임도 결국 이걸 모티브로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근원이 닮았죠. 헝거게임에서는 반란을 하지 못하게 하는 도구로 이용했듯, 롱 워크에서도 통령이라는 막강 독재하에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롱 워크라는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은 자기 선택이었다는 것이 다릅니다. 롱 워크 참가 신청 후 시험을 치르고, 실제 참가인원의 두 배까지 예비인원이란 이름으로 선정해 철회 기회까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미친 스포츠에 누가 응시하고, 누가 나갈까 싶지만, 이미 의식 자체가 그걸 용인하는 수준의 세계에 이르렀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구경꾼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아이에게 돈을 걸기도 하죠.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 아이들을 오히려 스스로 옭아매는 상황으로 이어지는데요. 이 소설을 쓴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 기간이었다 합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군인 모집소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분명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의지에서 나온 선택이었을지... 이유도 모른 채 참가했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모습을 롱 워크를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저 지나던 길에 우연히 롱 워크 참가 신청서를 넣은 한 아이의 이야기에서 더욱 실감합니다. 한 아이의 말이 와 닿네요. "모든 사람이 동시에 속고 있으면 어떤 게임이라도 정정당당해 보여."
며칠째 걷다 보면 관성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가 됩니다.
물집 때문에, 쥐가 나서, 경련이 와서... 등의 이유로 탈락하는 아이들. 잠도 자지 않고, 먹는 것도 농축 팩으로, 생리현상도 경고 누적이 되지 않게 잽싸게 처리해야 하고. 한계의 끝을 보는군요.
탈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만으로 롱 워크를 전개해 나가고 있어 살짝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이 부분은 좀 더 이야기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긴 했어요.
이 소설을 썼던 나이를 알지 못했다면, 베트남 전쟁이라는 시대의 아픔을 알지 못했다면 그저 기발한 방식으로 은밀하게 공포감을 주는 소설 정도로 의미 부여했을 듯 하네요.
스티븐 킹의 쨍~한 공포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데, 디스토피아를 그린 요즘 소설의 모티브가 될만한 소설이었다는 칭찬은 하고 싶어요.
ⓒ인디캣책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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