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시편生涯詩篇 7
옷장이며 진열장이며 문이란 문은 다 열려있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군요 이 누추한 삶에도 도둑이 드는지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는지 남은 미래라고는 없었다 집 앞에서 헐값에 사 온 노을을 식탁 위에 부려놓자 군데군데 새파랗게 상한 빛이 집안 가득 들어찬다 비좁은 생이 잠시 팽창한다 얘야, 너는 꼭 평생 단 한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구는구나 그런 말을 했던 사람이 너였는지 나였는지 너와 내가 동시에 했던 말인지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서로 대화한다 광장에 가득 찬 군중이 음소거된 채 무언가를 합창하고 있다 알겠어 알겠는데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운 것을 보려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는 법이지만 위장한 이 슬픔들은 전부 다 한통속 깨우지 그랬어 다정한 늙은이가 막 잠이 깬 얼굴로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모든 것이 지나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