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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에서 아버지로

약6백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 및 보노보와 갈라질 당시만 해도 아비의 보살핌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보살핌과 같은 아버지 행동은 인류가 진화해오는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되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 아버지의 보살핌은 어쩌면 인간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자식을 돌보는 데서 수컷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유류의 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 피터 크레이, 커미트 앤더슨 <아버지의 탄생> 중
아버지는 어머니의 짝꿍으로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개념이다. '엄마아빠', '부모'와 같이 하나의 단어로 굳어져 사용되기도 한다. 몸 속에서 10개월간 자녀를 키워 밖으로 내보내는 어머니의 역할과 동등하게 아버지의 기여를 높이 사는 심리가 언어에 반영되어 나타난 결과다. 아버지는 단순한 정자 기증을 넘어서 뱃속의 태아가 온전히 태어나도록 임신한 어머니를 보살피며, 출산 이후엔 태어난 자녀가 무사히 성인이 되도록 지원한다. 위 세대의 아버지들이 주로 물리적 양육에만 치중했다면, 현 세대의 아버지들은 정서적 양육에까지 깊이 관여해 나가는 추세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버지의 탄생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 시점이 길게 잡아야 50만 년 이라고 하니 6백만 년 인류 진화사에서 고작 10%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과거다. 그 이전 고대 호미닌 사회에서는 아버지의 개념이 희미했다. 일단 누가 아버지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유전자 검사가 가능했던 시대가 아니니 수컷으로서는 어떤 새끼가 내 새끼인지 특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니 괜히 한 아이에게 아버지 역할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다른 생식의 기회를 놓치기가 아까웠을 것이다. 포유류는 암컷이든 수컷이든 새끼의 양육에 깊이 관여하면 할수록 성 호르몬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컷에게 '내 새끼인지 아닌지 모를 아이'는 귀찮은 존재였다. 내 자식일 가능성이 높을 경우 아이가 좀 귀찮게 굴어도 아이를 죽이지 않는 '봐주기' 정도만 있었을 뿐, 자녀의 양육은 오로지 아이를 낳은 암컷의 책임이었다. 그러다 보니 수컷은 본능적으로 자기의 유전자가 세상에 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나만의 독점적인 암컷을 갖기 위해 피터지게 싸움을 시작한다. 수컷의 몸집이 암컷의 몸집보다 한참 커지는 '성적 이형성'이 발달한 이유다. 수컷끼리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큰 몸집은 필수였다.
투쟁하고 투쟁하던 수컷들은 어느 시점이 되자 불필요한 싸움을 그만두고 공평하게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를 나눠 갖기로 합의를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가정'이다. 여자를 두고 투쟁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자 남자들의 몸집은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현생인류, 즉 우리 호모사피엔스로 오면서 그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남성은 구시대의 거친 본능을 조금씩 벗고 더 깊이 육아와 가정에 관여하고 있다. 구인에 비해 성적인 번식 능력은 다소 감소했지만 더 효과적인 번식을 위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구시대의 거친 남성상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남자들도 종종 보인다. 자녀가 있음에도 자녀의 양육보다는 본인의 남성성을 추구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두는 남자들 말이다. '내가 번 돈을 아내나 아이들이 나눠 쓰는 것이 싫어요'로 대표되는 이 부류의 남자들은 스스로를 상당히 현대적인 가치관을 지닌 남성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진화의 역사 몇 백 년을 후퇴하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아버지의 역할이 부담스럽다면 답은 간단하다. 아버지가 안 되면 된다. 쾌락적이고 책임이 없는 섹스를 즐기며 남성으로서의 능력을 마음껏 과시하고 살아도 크게 흠 될 것 없는 세상이다. 피임만 잘하면 아버지 역할을 떠안게 될 필요가 없다. 번식은 하고 싶으나 책임은 다하기 싫은 아빠, 혹은 예비 아빠들은 스스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고등한 인간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잘 생각해보자. 섹스는 모든 동물에게 내재된 본능을 따르지만, 그 이후의 책임은 오직 인간에게만 귀속되는 특징이다.
p.s. 오늘따라 아빠같지 않은 아빠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속상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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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부양의 발생 기원에는 다른 의견입니다. 수컷 부양이 필요하게된 이유는 인간의 뇌 용량의 증가와 관련 있습니다. 뇌가 커지므로 해서 엄마의 산도를 빠져나오기 힘들어 져서 인간의 뇌는 미성숙 상태로 출산을 맞게 되고 더불어서 엄마의 보호가 절실한 기간이 엄청나게 늘어 나는 결과를 맞이 합니다. 그 기간 동안 엄마는 먹이를 구하는 활동에 제약을 받아서 대신 자기와 자식을 보호하고 부양할 존재가 필요해집니다. 그때부터 여자들은 남자에게 부양을 원하게 되고, 예전에 단순히 유전자만 뿌리고 가는 몸 좋은 남자 대신에 가정적이고 자기를 떠나지 않을 남자를 찾게 된 겁니다.
@johndoejoe 앗, 고인류 공부하시는군요 ㅎ_ㅎ 저도 요즘 고인류 공부중인데요, 사실 수컷이 아버지 역할을 왜 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선 상당히 많은 가설이 있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혼자 힘으로 생존하기 힘든 아기가 자주 태어나는 바람에 아버지의 부양이 시작됐다는 가설 외에도, 효과적인 배우자 보호를 위해, 자기가 직접 수확하고 저장한 식량을 지키기 위해 등등이 있어요. 이 글에서 저는 '호모가 땅 위에서 두 발로 걷는 데 완전히 적응하고 사냥한 고기를 식량으로 삼는 비율을 늘려나감에 따라 그 집단의 크기도 점차 커져갔다. 이 과정에서 지위가 낮은 남성은 각자 마음에 드는 여성을 정해 배우자 보호를 베풀자는 약속을 하며 굳게 연대했을 것이다. 지위가 낮은 남성이 서로 연대해 평등하게 짝짓기를 하겠다는 결집된 의지를 우두머리 남성에게 강요했다면 이 요구는 받아들여졌을 공산이 크다. 결국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고 이런 성관계 후의 배우자 보호는 차츰 일부 일처제로, 곧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발전했다'라는 피터 그레이 박사의 성적 이형성 이론을 참조했습니다 '-'
볼때마다 참 공감하고 글 잘쓰신다고 생각하고 갑니다. 본능 운운하며 저질러놓은 일에 책임은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 참 많죠.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이지요.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런 글들은 많이들 보셨으면 하네요 ^^
ㅋㅋ애기귀엽고남자는...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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