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교수신문)
Fact
▲2015년 을미년(乙未年)은 어떤 4자성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대학 교수들은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가 없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을 꼽았다. ▲중소기업인들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불요불굴(不撓不屈)을 선정했다. ▲일본과 중국은 2015년의 한자로 각각 ‘편안할 안(安)’과 ‘청렴할 염(廉)’을 꼽았다.
View
열흘도 남지 않은 2015년. 저물어가는 한 해를 4자로 줄인 말들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학 교수, 취업준비생, 중소기업 등이 2015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꼽았다. 같은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도 2015년을 마무리 지으며 ‘올해의 한자’를 꼽았다. 2015년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사자성어와 한자어를 모아봤다.
① 교수들 “세상이 어지럽고 도가 없다”/ 혼용무도(昏庸無道)
교수들이 꼽은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 20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교수 886명 중 59.2%(524명)이 2015년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를 선택했다. 혼용무도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가 없다’는 의미다.
혼용무도의 ‘혼용(昏庸)’은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뜻하며,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킨다. 무도(無道)의 원문은 천하무도(天下無道)로, 나라의 예법과 도리가 무너진 상황을 일컫는다. 혼용무도는 ‘혼용’과 ‘천하무도(天下無道)’의 ‘무도’를 합친 표현이다.
역사 속 혼용무도의 사례로는 중국 진(秦)나라의 황제 호해(胡亥)가 있었다. 호해는 간신배의 농간에 귀가 멀어 폭정을 거듭한 진나라 말의 황제다. 즉위 4년 만에 반란군이 일어났고, 진나라는 망국의 길을 걸었다.
혼용무도에 다음으로는 ‘사시이비(似是而非)’가 2위(14.6%)를 이었다.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 이어 갈택이어(竭澤而漁‧못의 물을 모두 퍼내 물고기를 잡는다)’와 ‘위여누란(危如累卵‧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이 순위를 이었다.
② 취준생들 “애 썼지만 말짱 도루묵”/ 노이무공(勞而無功)
교수들이 혼란스러운 세태를 꼬집었다면, 취업준비생들은 막막한 현실을 짚었다.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상황을 꼬집은 것.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15일 취업준비생 20~30대 818명을 대상으로, 2015년을 마무리하는 사자성어를 꼽았다. 1위로 꼽힌 사자성어는 ‘노이무공(勞而無功)(19%).’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었다는 의미다. 2015년 채용기간 동안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대변한다.
2위로는 ‘전전반측(輾轉反側)(18%)’이 올랐다. 이리저리 뒤척인다는 의미로,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뜻한다. 공동 3위로는 ‘고목사회(枯木死灰‧아무런 의욕 없이 한 해를 보냈음)(11%)’, ‘다사다망(多事多忙‧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음)(11%)’이 선정됐다. 5위에는 ‘분골쇄신(粉骨碎身‧있는 힘을 다해 노력을 기울였음)(10%)’이 올랐다.
네 글자를 조합한 재미있는 신조어가 꼽히기도 했다. ‘서류광탈, 면접광탈(12%)’, '돈이음슴(돈이 없음)(9%)', ‘백수다또(9%)’, ‘무한도전(8%)’, ‘숨좀쉬자(8%)’이 선정됐다.
③ 중소기업 “불굴의 의지로 버텼다”/ 불요불굴(不撓不屈)
국내 중소기업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불요불굴(不撓不屈)’을 꼽았다. 22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 700개 중소제조·서비스기업을 대상으로 ‘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조사’를 실시했다. 1위(31.6%)로 꼽힌 불요불굴은 ‘뜻이나 결심이 굽혀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역사서 ‘한서(漢書)’에서 유래한 말로, 공명정대한 뜻을 굽히지 않는 왕상(王商)의 일화에 등장한다. 중앙회는 “수출감소, 내수침체, 메르스 사태 등 경제위기에도 중소기업들이 불굴의 의지로 헤쳐 나왔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2016년을 전망하는 사자성어로는 ‘동주공제(同舟共濟)’가 1위(33.9%)로 꼽혔다. 손자(孫子)의 ‘구지편(九地篇)’에서 유래된 이 말은 ‘고난을 같이 견딘다’는 뜻이다. 중앙회는 “경기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공동체 의식을 토대로 난국을 이겨내길 바라는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④ 일본… 아베(安倍晋三)와 안보법(安保法) / 편안할 안(安)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에서도 올해의 한자를 꼽았다. 일본에서 벌어진 일을 대표하는 한자는 安(편안할 안). 15일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협회)가 올해 1년을 대표하는 한자를 공모한 결과, 12만9천647표 중 편안할 안(安)이 1위(5천632표‧4.34%)를 차지했다.
그런데 뽑힌 이유는 ‘편안함’과 관련이 없다. 협회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아래에서 안보법(安保法) 제정과 개정을 두고 국론이 분열됐 ‘안(安)’이 선택됐다”고 해석했다. 아베 신조와 안보법의 글자에는 모두 ‘편안할 안’ 자가 들어간다.
협회는 “IS에 의해 일본인 2명이 살해됐고, 파리 연쇄 테러가 발생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안전(安全)이 위협받아 ‘안(安)’이 뽑혔다”고 해석했다.
⑤ 중국… 반(反)부패 투쟁 / 청렴할 염(廉)
중국은 ‘청렴할 염(廉)’을 ‘올해의 한자’로 선정했다. 중국 언론 법제만보(法制晩報)는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언어자원조사연구센터가 관련 연구 기관과 공동으로 조사해 ‘염’자를 올해의 한자로 선정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주요 매체들이 올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를 바탕으로, 2015년을 축약할 수 있는 한자를 꼽은 것이다.
‘청렴할 염’이 올해의 한자가 된 이유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투쟁’과 관련이 있다. 2012년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부패 혐의로 처벌받은 공직자는 10만 명을 넘는다. 처벌을 받은 고위관료는 2013년 22명, 2014년 59명, 올해 57명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중국에선 2015에도 30여명의 장관급 고위 인사가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