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oksk
1,000+ Views

보랏꽃

* 보랏꽃 *

어디에서 왔을까

저리도 도드라진 게 어디에서 왔을까

하늘 그 어디에

이렇게 뭉클한 보랏빛이 숨겨져 있어서

땅 속 그 어디에

저렇게 화려한 보랏살결이 묻혀져 있어서

내 눈 가득 한 가득 온 세상을 덮으며 나타났는가

없던 것이 나온 게 아닐텐데

때가 차 저절로 피어난 것 뿐일텐데

어찌 이리도 알음차게 나타나게 되었는가

보면 볼수록 네가 부러워

도드라진 네 자태가 너무 아름다워

내 눈을 뗄 수가 없어

부끄럼 없이 온 세상 한 가득 피어난 너를

이렇게 몰래 바라다 본다

널 바라보니 황홀하여 절로 꿈을 꾸는가

속에서 꿈이 올라온다

나도 곧 피어나리라

이런 꿈을 꾼다

아아..

꿈 때문인지

내 속에 숨은 것들이 활짝 드러날 것만 같구나

내 나이 오십인데

꿈이 사라진 오십인데

꿈 꾼지도 오래 되었는데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지금

꿈이 꿈틀대는 이때에

서러운 그대들이 떠오르는지

그대들을 생각하니 내 가슴이 저미는구나

서러운 그대들아

꿈도 꾸기 전에 절망한 그대들아

새로 꿈 꾸는 오십이 되기도 전에

미리 서러워진

아직 피지 않은 수많은 꽃들아

부디 닥달하지 말지어다

때가 차면 세상을 덮은 저 보랏꽃처럼

그대들도 도무지 숨겨질 수 없으리라

끝내는 피어나 흩날리며 포효하다가

왔던 그곳으로 스르르 사라지리라

그러니 피기도 전에 스스로 사라지려 하지 말지어다

아직 피지 않은 수많은 꽃들아

Comment
Suggested
Recent
이제 옹골차게 맛이든 속, 그 몽우리일 뿐인데요~~ 이제 시작입니다~~ 아자~~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돈 대신 미안하다고 적고서 나는 간다
살아난 할머니는 오는 자식들에게마다 죽고 싶다는 말을 연기를 한다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징그러운 그 말을 뱉고 또 뱉는다 커다랗고 하얀 병실이 가볍게 울리다가 어느새인가 어두워진다 세월이 가르친 연기는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무겁다 꿈에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새장가를 가셨단다 일찍 가서 밉고 데리러 오지 않아서 더 밉단다 9층 병실에서 보는 하늘도 높은 가을이고 가을이 슬픈 엄마는 떠나보낼 것들이 가득이다 모아 놓은 돈이 없어 인사를 못 간 나는 학생이라는 말에 비겁하게 또 숨는다 더 어린놈에게도 길을 가르쳐준다 학생이라 글도 그림도 못 미덥고 보여주기에는 무섭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영화가 서랍 안에서 무겁다 쌓아가는 메모는 빚과 같아서 이제 좀 사람이 되어야지 좀 털어 갚아보려다 하나를 못 털어 갚고 파리로 갈 시간이 다 되었다 다섯 시면 고파서 못 견딜 배를 들고 말도 배워야 하는 곳으로 간다 잘 살고 있는 이들을 보고 오면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 미안하다 말도 잘하면 능력이라면서 할머니도 엄마도 사랑도 내 머리를 쓸어 넘긴다 마흔이라 눈물은 안 날 텐데 흠칫 놀라 고갤 젖힌다 아픈 곳이 낮아져 간다 멀쩡한 얼굴에도 호흡을 찾으려 긴 산책을 하곤 한다 태풍이 끌고 온 추석에는 달이 밝다 고개를 숙이고 걸어도 달을 알겠더라 삶 같은 거에 쉽게 갖다 대면서 봐라 더 좋은 날이 온다고 한 번만 툭 터지면 된다며 꼬깃 모은 돈을 쥐어 주시고 한 번만 일어서면 된다면서 못 받을 돈도 또 주신다 마음이나 풀고 오라는 길에 나는 사랑의 손을 꽉 잡는다 인사도 다 못하고 간다 울 거 같아 도망처럼 뛰어서 간다 돈 대신 그림을 받은 적이 있다 돈 대신 미안하다고 적고서 나는 간다 W 레오 P Todd Diemer 2019.09.14 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맑음
2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