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Chae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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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cow이번 여름 내가 처음 발을 내딛었던 땅, 모스크바 여행. 내 캐리어를 대신 끌어주던 정민이. 메르스로 인해 전국이 소란하던 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쩌미는 인천공항까지 나를 배웅하러 와주었다.수원에서 인천까지 그 이른 아침에 오려면 번거로웠을만도 하건만나 가는 것을 봐야겠다며, 굳이. 구태여. 우리는 두 달 후에 파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도 마치 평생 못 볼 사이처럼 아쉬워했다.그래도 여행을 간다는 마음에 들떠서 웃으며 A la prochaine, 하고 헤어졌는데 결국 난 게이트에 도착해서는 울어버리고 말았다.그래서 눈물 셀카 찍어서 보냈다. ^^ 내가 이렇게 널 좋아한다! 를 어필~! ♡♥(그리고 8월이 되어 파리 북역에서 재회했을 때엔 정민이가 울었다. 아휴 울보들.) 루블, 러시아의 화폐. 여행 전에 유로만 바꾸었는데 생각해 보니 러시아에서는 루블을 사용한다.모스크바 여행을 야무지게 계획에 포함시키고는 환전을 깜빡하고 있었다니.나는 공항 환전소에서 우선 십만원을 환전했다. 아마 수수료 엄청 뜯겼겠지. 지역한정 키티 도쿄 스카이트리/ 앨리스 여행노트/ 엉성이가 여행을 함께하라며 교토에서 사다 준 기모노 키티 Puy-du-Fou, 프랑스. 작년에 프랑스 여행할 적에 엉성이가 친구하라며 주었던 라바 작년에는 엉성이가 사준 뚜레쥬르 라바 케이크에 장식 되어있던 옐로우와 함께했다면이번에는 대만&일본 여행을 갔을 때 나 주려고 사왔다던 기모노 키티와 함께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혼자 다니며 외로울까봐 여행 메이트들을 야무지게 챙겨주는 엉성이도 아리가또 :)한참을 졸고, 또 깨고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도저히 좀이 쑤셔서 더 이상 가만히 못 있겠는 상태가 되었다. 작년에 프라하에 갈 때에는 영화를 세 편이나 연달아 보았는데(HER,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라푼젤), 이상하게 모스크바로 향하는 오늘은 어떤 영화도 10분을 채 넘기지 못 하고 그냥 스크린을 꺼버렸다. 떠난다는 설렘도 잠시, 장시간의 비행은 나를 눅눅하게 만들었고 종래에는 물 먹은 솜처럼 추욱 늘어지게 했다. 그런데 내 기분과는 다르게 비행기 내부는 퍽 건조하다. 아. 괴로워. 괴롭다! 내리고 싶어!20.06.15.여행 일기의 첫 부분일기를 펴보니 나는 비행기 안에서 꽤나 괴로웠던 모양이다.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아홉 시간 남짓하는 시간이 걸린다.이 정도로도 몸살이었는데 어떻게 작년에는 꾹 참고 즐겁게 프라하를 갈 수 있었던 것인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나는 셰례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직원이 냉랭하고 예의없기로 유명해서 입국 심사를 받을 적엔 살짝 긴장했지만 생각보다는 무탈하게 여권에 새로운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시내로 나가보려는데 앞에 서계신 분의 핸드폰 화면이 슬쩍 보인다. 숙소 이름을 치며 가는 법을 검색하고 계신 것 같은데, 참 신기하게도 나와 같은 숙소였다. 무슨 용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깨를 톡톡치며 그 분께 말을 걸었다. 혹시 거기 머무르시는 거면 나랑 같이 가지 않으시겠냐고.그렇게 도착한 첫날, 나는 공항에서 동행을 구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언니는 크로아티아를 가기 전에 이곳에서 경유를 하시는 거라고 했다. 짧게 머무르는 거라 정보도 없이 왔는데 동행이 생겨 너무 다행이라며 살갑게 대해주셔서 내 마음 역시 밝아졌다. 개선문예상 외로 동행이 생긴 모스크바 여행의 시작은 흑과 백의 조화가 아름다운 개선문이였다.개선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에 나 역시 그러했듯, 아마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파리 에뚜왈 광장에 있는 개선문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개선문이라는 것은 주로 전쟁이 잦았던 과거, 전쟁터에서 승리해 돌아오는 황제나 장군을 기리기 위하여 세워지는 기념물이기 때문에 세계 이곳저곳에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존재한다. 파리의 개선문이 나폴레옹의 연달은 승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세워졌다면 모스크바는 바로 그 위풍당당한 나폴레옹을 무릎 꿇린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방향도 파리를 향해 있다던가.개선문 뒤로는 승리 공원이 펼쳐진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종식되었음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중앙에는 147.1m 높이의 오벨리스크가 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1471일간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거라나. 승리 공원은 입장료를 따로 내야하는데 굳이 들어가 보고 싶진 않아서 먼 발치에서 오벨리스크만을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구세주 성당 내부는 사진 촬영 불가라 구글링을 해왔다.다음에 도착한 곳은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둥근 돔 모양의 황금빛 지붕과 하얀 벽벽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조각들의 정교함이 이미 나를 매료시켰지만 내부는 더욱 장관이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예배 시간이여서 러시아 정교회의 사제분들이 내가 구글에서 찾아온 위의 사진처럼 정복을 입으시고 계셨다. 러시아가 오로지 예배의식이나 장식이 현란하게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국교를 정교회도 정했다던 이야기가 비로소 내 안에 살아나 색을 입었다. 날씨의 중요성 1맑을 때 다시 왔었는데요, 날씨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어쩐지 민속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음식점닭장에서 사육 당하듯 비행기에 갇혀 기내식을 꼬박꼬박 챙겨먹었음에도 추위에 지쳐 허기진 우린 밥을 먹기로 했다.낡은 나무로 된 문이 어쩐지 믿음직 한 느낌을 주길래 안에 들어와 보았더니 상당히 포근한고 민속적인 분위기다.직원들은 러시아 전통 복식을 갖추어 입고 서빙을 하고, 중앙의 홀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모르긴 몰라도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러시아 전통 음식, 보르쉬비트를 넣어서 만드는 붉은 수프 보르쉬. 헝가리의 굴라쉬와도 닮은 것 같은데, 중세 시대 우크라이나에서 만들어진 이후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하니 보르쉬와 굴라쉬는 육촌 쯤 될 지도 모르겠다. 이름도 닮았잖아!보르쉬를 무엇으로 만드는 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토마토가 들어갔다는 것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꽤나 달큰했다. 유월임에도 겉옷을 입어야 했던 러시아의 추위에 덜떨 떨다가 뜨끈하고 달큰한 수프를 목구멍으로 흘려넣으니 저절로 호랑이 기운이 솟았다.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 되는 느낌. 함께 나온 빵들도 조각조각 잘라 함께 먹으니 제법 속도 든든해지는 것이 저절로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이건 먹을 당시에는 몰랐고, 나중에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보르쉬와 함께 나온 저 샤워 크림소스를.. 보르쉬에 넣어서 먹는 것이라도 한다. 나는 빵에 발라 먹으라고 주는 줄 알았지... ㅇㅅㅇ 러시아 전통음료 크바스크바스는 호밀로 만든 맥주라는데... 나는 그냥 내가 아는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스티커 이미지 내가 좋아하는 양고기 ♥ 와 그 뒤편으로는 돼지 고기.고기야, 맛 없을 수가 없으니 코멘트는 생략. 고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정의로우며 옳다.이렇게 먹고는 총 2000루블이 나왔다. 당시 1루블에 20원이었으니 4만원인 셈.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 바로 모스크바라는데 생각보다 끼니를 값싸게 해결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택시를 타고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으로 향하던 중에 찍은 모스코레츠키 다리이전에 썼던 모스크바 여행 일기에 포함 되었어야 하는 내용인데, 깜빡하는 바람에 여기에 첨부.내가 밥을 먹었던 레스토랑은 모스코레츠키 다리 부근에 있는데, 보다시피 그 위엔 저렇게 수많은 꽃들이 마치 누군가를 추모하듯이 놓여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추모가 목적이라고 한다. 푸틴의 정적 보리스 넴초프가 모스코레츠키 다리 위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그게 지난 2월인데 반년이나 지나서도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망할 폭풍우.밥을 먹고 나왔더니 비가...아니, 비라는 귀엽고 깜찍한 단어를 쓸 수 없다. 이건 폭풍우였다. 붉은 광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묶여서는 한참을 소나기의 주인공처럼 몸을 웅크리고는 비를 피했다.피한다고 피한 건데 딱히 소용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카잔 성당이전 글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메모하자면,모스크바에 도착했던 첫날 카잔 성당은 그 크기는 작을 지언정 정말이지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였다.그리고 난 나중에 알았지. 러시아에서는 저정도 아름다움은 빼어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는 걸. 국립 역사 박물관 부활의 문 말 그대로 붉디 붉은 광장 굼 백화점 비에 젖은 바닥이 주황으로 물들었다.넓은 붉은 광장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를 자랑하는 굼 백화점. 평소보다 날이 어둑어둑해서인지 저녁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환하게 빛이 들어왔다.저 반짝반짞 빛나는 병아리 노란색의 조명 때문인지, 아니면 비바람에 뚝 떨어진 내 체온 때문인지는 몰라도 분명 여름이지만 겨울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성 바실리 성당그리고 내가 모스크바 여행을 오게 된 단 하나의 목적이었던 성 바실리 성당. 날씨의 중요성2역시나 마찬가지로 다시 와봤는데요,여러분. 날씨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굼 백화점 내부바실리 성당을 보면서 사진 좀 찍을랬더니 다시금 비가 끔찍하게 오길래 굼 백화점 안으로 도피했다. 피스타치오 ♥추워서 들어왔으면서 아이스크림 먹음.스티커 이미지 어딜 더 가볼까, 아니면 이제 그만 돌아갈까 고민하던 차에 다시 빗방울이 거세지는 것을 보고는 고민 하기를 멈추었다.더 이상 돌아다니다간 빗물에 떠내려가고 말것이다.택시를 타고 싶었는데 대부분의 택시는 모두 예약이 되어 있다고 했다. 이런 날씨니까 빈 택시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려나.그래서 우린 키릴 문자는 전혀 알지 못 하지만 용감하게 버스를 타기로 했다.요금은 100루블. 이천원이다. 비싸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따지고 보면 서울의 교통비도 고통비에 수렴하기 때문에 수긍했다.내가 아는 단어는 오직 벨라루스키 뿐. 공항 철도가 다니는 역의 이름인데 우리의 숙소는 벨라루스키 역의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눈치 보며 앉아 있다가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그는 내릴 때가 되면 알려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흔쾌히 웃어 주었다. 인종 차별이 심하다, 스킨 헤드가 여전히 건재하다! 와 같은 대단한 풍문이 많아서 잔뜩 겁 먹고 왔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이긴 한가보다. 혹시나 싶어 나중에 만난 다른 분께도 물어보니 확실히 근래에는 제법 안전해진 편이라고. 내가 머물렀던 숙소상냥한 러시아 청년 덕분에 무사히 도착한 숙소.이건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적어도 삼일에 한 번씩은 했던 생각인 것 같은데, 가끔 서방 국가는 참 쓸 데 없이 고퀄이다. 내 방도 그 대표적인 예였다. 쓸 데 없이 고급진 침대에 샹들리에, 그리고 화장대까지. 그런데 정작 덮고 자야 할 침구는 참으로 소박해서 다른 이불을 달라고 요청하니 이번에는 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지나치게 깨끗하고 폭닥폭닥한 것을 가져다 주었다. 적당히라는 게 없는 동네인 것 같았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아마도 한국을 제외하고는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의 맥주들이 맛있지 않을까.러시아 사람들도 자국의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지, 맥주 맛이나 한 번 보라며 상을 세팅해주었다.그리고 "손만 잡고 잘게", "나 진짜 공부 하나도 안 했어"- 와 같은 말들이 으레 그렇듯 맛이나 보라는 말은 물론 거짓부렁이었다.맛만 보자고 10시에 테이블에 둘러 앉은 우리는 해가 뜰 때까지 그 앞을 떠나지 못 했다.하지만 그 '해가 뜰 때까지' 라는 말은 우리나라와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 역시도 짚고 넘어가야겠다.여름이 되면 모스크바에서는 백야, 하얀 밤(白夜)이 시작된다. 이말인 즉 러시아의 해가 초과근무를 한다는 것이다.그는 11시가 훌쩍 넘어서 슬글슬금 퇴근을 하고 그걸로는 부족한 것인지 새벽 3시가 채 되기도 전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다.참 더럽게 부지런하다. 그리고 그 부지런함 덕분에 하얀 밤이 낯선 이방인은 더욱 피곤해졌다.* 훈제 치즈가 무지 맛있었다. 맥주 안주로 최고였어...♥* 러시아의 맥주는 기본이 750ml라고 한다. 보드카의 나라라 역시 맥주 따위는 음료인 것이 틀림 없다. 진짜 늑대 ㅇㅅㅇ 이건 다들 술이 제법 취했을 때즈음 자랑할 것이 있다며 가져온 늑대 가죽. 집에 이런 게 있다니 정말 러시아스러워!그러나 러시아스러운 건 이것 뿐이 아니었다.맥주가 다 떨어져서 사오려고 잠깐 집 밖으로 나왔더니 젊은 애들이 손에 맥주를 든 채로 말을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새벽 2시에. 진짜 말을 타고 병나발을 불고 있었어...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다. 그곳이 러시아라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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