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nchulsalin
3 years ago10,000+ Views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어쩜 저렇게 싸가지없는 짓을 할수가 있어? "
친구는 분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전화기 너머 그녀의 볼이 빨개져 있을 것이 눈에 선했다. 화가 나면 볼이 새빨개지던 그녀의 별명은 학교에서 볼빨간이었다. 나는 할말이 없었다. 앞 뒤따져서 지금 얘가 화를 낼 타이밍이 아닌거 같은데, 마음은 천리길을 달려나가서 연애할때 주었던 선물을 되돌려 보낸 남친을 저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얘는 아직 택배를 받지 않았단 말이지.
"근데 그거 걔가 보냈다는 증거 아직 없자나. "
"아냐. 기분이 쎄한게 촉이 왔어. 아침 댓바람부터 택배 도착할거라고 문자가 오는게 영 이상해."
"그게 왜 이상해. "
"뻔한거 아냐? 헤어지자고 말한지 이틀됐어. 지금 뭐가 오면 뻔한거지. 집으로 받았다가 엄마가 풀러보고 놀랄까봐 회사로 받겠다고 했어. "
"그건 기집애들이나 하는 짓이지. 열쳤다고 사내새끼가 그런거 싸서 택배로 보내고 앉았냐?"
"걔는 그러고도 남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코트사달라던 놈이야. 여자도 아닌데 옷욕심이 그렇게 많더라. 안사줬다고 삐져가지고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내가 얘기했지? 코트가 한두푼이냐. 인간이 얼마나 못났으면 여친을 뜯어먹으려구 하냐? 그리고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걔 엄청 쪼잔한 놈이었어. "
친구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가 설득된 듯 좌회전을 했다가 우회전을 했다가 했다.
"생각해보면 지금이라도 헤어진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렇게 쪼잔한 애랑 평생을 살려면 몸에 사리 쌓였을거야. 맨날 삐지고 맨날 달래주고. 그타령을 평생 어떻게 하냐? 차라리 잘됐어. 그지 않냐?
교회사람들도 다 말렸어. 걔랑 사귄다고 했을때. 평판이 썩 좋지 않았거든. 다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할땐 이유가 있는거야 . 아, 내가 그사람들 말을 듣는건데. 뭐가 씌였지 내가. "
별로 말하기 싫어했던 비밀까지 쏟아내기 시작했지만 나는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일단 너 택배 받고 다시 전화해. 만약에 걔가 보낸거 아니면 넌 나한테 뒤졌어. "
"백퍼라니까. 내가 걔를 몰라? "
이미 마음속에서 이놈을 어떻게 응징해줄까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는 친구한테 어떤말도 먹히지가 않았다.
여자들은 그런다. 소개팅을 하면서 이미 마음은 식장에 들어가고 있고, 시어머니자리의 뒤숭시러움을 걱정하고 있고, 애낳을 때 아플지 두려워한다. 그리고 소개팅남에게 애프터가 안오면 그때서야 여자는 때이른 이혼을 한다.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앞서서 폭주하는 여자의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
며칠 후 경비실을 지나치다가 쌓여있는 택배상자를 보고 퍼뜩 생각난 김에 전화를 돌렸다.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기도 했고, 엑스남친을 찾아가 어떻게 응징해 주었을지 무용담이 펼쳐질 수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일단 택배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거 뭐디. "
"뭐? 아~"
"먼데."
친구는 쪽팔렸는지 약간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그거 귤."
"귤?"
"아니 내가 위메프에서 귤 공구 떴길래 한박스 샀거덩.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거 더라고."
웃겨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위에 한마디가 얹어졌다.
"그놈의 거 무거워서 집에 가져갈 수도 없어서 회사 사람들이랑 나눠먹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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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자들보면 정말 저렇게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고 추측해내어 울그락불그락 하더군요.. 제 주변에도 저런 여자와 사귀는 친구 수두룩해요.. 친구는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상상력이 과하게 풍부하여 이미 화가 난 여친에게 쩔쩔매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더라구요 ㅋㅋ 왜들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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