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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없이 월세 35만원 ⇨ 사회적 기업이 만든 ‘싱글용’ 셰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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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인테리어, 예쁜 건물, 깨끗한 방…. ▲서울 신림동 공유주택 ‘셰어 어스(share-us)’의 월세는 35만원, 보증금은 없다. ▲1층에는 커피숍도 있다. 음료 1잔만 시키면, 저녁 9시까지 머물 수 있다. ▲사회적 기업 ‘선랩’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만든 이곳엔 현재 13명의 입주자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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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오후 4시, 서울 신림동 고시촌. 겨울해가 저물어가는 시각의 고시촌은 한산했다. 가파른 언덕길에는 고시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고시촌 언덕을 따라 올라가, 서림로 골목으로 들어서면 4층 건물 입구에 달린 ‘셰어어스(share-us)’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이 건물 1층에는 커피숍이 있다. 커피숍에서는 8명의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4000원을 내고 주스나 커피를 주문하면 오후 9시까지 추가비용 없이 머물 수 있다.
이곳은 스터디 룸이나 커피 전문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말 문을 연 셰어어스‘는 20~30대 1인 가구를 위한 셰어하우스(share-house)다.
이 건물 1층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되는 ‘오픈 카페’. 주거공간은 2층~4층이다. 14일 현재, 총 13명이 이곳에 살고 있는 이곳에는 1인실이 없다. 2인실·3인실·6인실만 마련되어 있다.
1인실이 없는, 1인 가구를 위한 공간
셰어어스는 ‘선랩건축사사무소(선랩·SUNLAB)’이 만든 공유주거공간이다. ‘선랩’의 현승헌 대표는 “혼자 살던 사람들이 함께 지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다”고 했다. “1인 가구가 모여 만든 ‘공유주거’ 형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을 확인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선랩은 설계사와 건축사들이 모여 2013년 만들어졌다. 2014년까지 한국해비타트 아동복지시설 공간환경 개선사업, 서울 강북구 새터민 청소년 주거시설 리모델링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셰어어스는 2015년 5월부터 추진된 ‘고시촌·고시원 공간재생플랫폼 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현승헌 대표는 “1인 공간인 ‘고시원’을 넘어서는 대안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사업 의도를 설명했다.
고시원 벽 허물고 ‘공유 주거’ 공간 만들어
셰어어스가 만들어지기 전, 이 건물의 이름은 ‘에벤에셀고시원’이었다. 고시원에는 한 층(30평)에 11개의 방이 있었다. 현 대표는 “4층 구조로 된 건물에 총 44개의 방이 있었지만 대부분 비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림동을 떠나는 사법고시생들이 늘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셰어어스의 2인실‧3인실‧6인실은 좁은 방을 가로막았던 벽을 허물어 만들어졌다. 2인실은 2평 남짓한 고시원 방 2개를 이어 붙인 형태. 3인실(약 9평‧개인 공간 약 1.4평)과 6인실(약 15평‧개인 공간 약 1.4평)도 비슷하게 방을 터서 만들었다. 3인실과 6인실에는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부엌, 화장실, 거실 등의 공용공간이 있다.
1달에 한 번씩 ‘반상회’ 자리 가져
2층~4층에는 스터디 룸, 좌식 휴식 공간 등 이웃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숨통 조이듯 붙어있었던 방들이 벽을 허물고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태어난 것이다.
셰어어스에 함께 사는 모든 입주자들은 1달에 한 번씩 모인다. 아파트의 ‘반상회’와 같은 모임이다. 현승헌 대표는 “1인 가구들은 집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바쁘다”며 “1달에 한번 모이는 것 외에 다른 모임은 강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 기업’에 선정돼
셰어어스에는 어두침침하고 폐쇄적이었던 옛날 고시원 모습이 남아있지 않았다. 현승헌 대표는 “인테리어와 시공 모두 선랩의 손을 거쳤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와 내부 공사를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손수 새 단장을 한 것이다.
난방이 고장나는 등 사소한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선랩이 직접 수리를 맡는다. 현 대표는 “간단한 문제라면 선랩 직원들이 직접 고쳐준다”고 했다. 선랩의 일원들이 건축사‧설계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시원이 공유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든 비용은 총 3억원. 개‧보수에 들어간 비용 상당액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았다. 선랩은 2014년 10월 서울시가 공모한 ‘혁신형 사회적 기업’ 공모에 선정돼, 2억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벌써 마감…문 연지 두 달 만에 ‘입소문’
셰어어스에 남은 방은 현재 4층의 6인실 1곳 뿐이다. 공사가 일찍 마감된 층은 지난해 9월부터 입주자가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전에 입소문부터 먼저 난 것이다. 신림동 근처의 서울대학교 재학생, 직장인들 등 발 빠른 입주자들이 이미 공간을 차지했다.
여러 명이 함께 사는 만큼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외부인을 방으로 데리고 올 때는, 반드시 룸메이트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방에 외부인을 초대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10까지. 방에는 같은 성별만 초대할 수 있다. 오후 10시가 지나면, 외부인은 입주자의 방에서 퇴실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가족은 성별에 관계없이 입주자의 방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룸메이트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입주 신청은 홈페이지(www.share-us.kr)에서 할 수 있다.
2인실은 27만원… 3인실-6인실은 35만원
셰어어스의 월세는 35만원. 지난해 1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대학생주거실태조사팀이 조사한, 대학생 평균 월세(42만원‧수도권 기준)보다 저렴하다. 3인실‧6인실 모두 동일한 요금이 적용된다. 방의 크기와 관계없이 균일한 가격을 적용하는 이유는 공간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현승헌 대표는 “공간의 질(質)을 돈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런데 2인실만 ‘균일가’에서 예외다. 2인실은 3인실‧6인실에 비해, 사적인 공간이 적어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2인실 월세는 3인실‧6인실보다 8만원 저렴한 27만원이다.
셰어어스에 입주할 때는 첫 달 월세와 예치금 35만원을 낸다. 보증금은 없다. 만일 월세가 밀리게 되면, 예치금에서 밀린 달의 월세를 차감한다. 공과금은 층별 단위로 계산된다. 부과된 비용을 층별 인원으로 나눠 계산하므로, 공과금을 아끼기 위해선 같은 층 사람들과 ‘협력’이 필요하다.
공간에 대한 고민…“집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
입주자의 한 달 월세를 평균 30만원으로 계산하면, 셰어어스가 한 달 동안 받는 월세는 약 450만원이다. 입주자들의 월세만으로 임대료, 관리 비용, 수리비용 등이 모두 충당될 수 있을까. 현승헌 대표는 “문을 연지 2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수익이 어떻게 날지 아직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승헌 대표는 “수익보다 주거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더 큰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주거는 굳이 없어도 되는 것을 만드는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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