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탈 수 있을까?' 로 주목받고 있는 '날 것의 생존영화'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전부터 주목을 끌던 영화들 중 하나였다. 더이상 연기력으로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배우지만 언제나 오스카와는 지지리도 인연이 없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에, 지난해 <버드맨> 으로 아카데미를 비롯해 무려 60여개의 시상식에서 162개 부문 노미네이션, 133개 트로피를 싹쓸이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가 만났기에 모든 사람들은 '이번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놈의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라고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5년 12월에 제한적으로 개봉했고 관객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으며, 점차 확대개봉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렸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레버넌트>를 통해서 디카프리오는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냐리투는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다. 여기서, 공식이 하나 있는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오스카상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가 있다. 그렇기에 '이번엔 진짜 레오가 오스카 상 받는 거 아니냐?' 는 등의 약간의 설레발에 가까운 반응도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이랬다가 오스카상 못타고 다시 한 번 고통 받는 거 아니냐는 걱정(?)의 반응도 없지 않지만 말이다.)
<레버넌트> 라는 영화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자.
영화 내용은 간단하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배경을 바탕으로 전설적인 모피 사냥꾼인 휴 글래스의 실화를 영화로 녹여냈다. 아메리카 원주민 아내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호크'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휴, 사냥꾼 무리와 함께 모피 사냥에 나서나, 돈에 눈이 먼 존 피츠제럴드와 끊임없이 의견충돌을 일으키다가 휴 글래스는 회색 곰을 사냥하던 도중 치명상을 입어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여기서 피츠제럴드를 비롯 다른 동료들은 겨우겨우 숨만 쉬는 휴가 곧 죽을 것 같으니 두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고, 더 나아가 피츠제럴드는 호크까지 살해했다. 그 광경을 눈 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휴 글래스, 초인적인 힘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나 존 피츠제럴드의 뒤를 쫓아 복수하기로 다짐하는데...
영화 내용이 '복수극' 이라곤 했지만, 실제론 그저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고 '가장 추운 극한의 상황에서 처절하게 생존하는 영화' 다. 군대를 다녀온 우리나라 남성들은 한 번 쯤 경험해봤을 혹한기훈련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영화나 다름없다. 비슷한 장르로 보이는 <히말라야>나 <대호> 도 <레버넌트> 앞에선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대자연 속에서 처절하기 그지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이자, 국내에서 방영된 예고편인 '회색 곰의 습격' 은 관객 모두를 압도했다.
이 원테이크 안에서 이빨과 발톱으로 사정없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은 물론, 곰의 침과 입김은 실제상황인 듯한 착각을 주었다. 그렇다보니 이 장면이 나올 때 심장 약한 사람들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하거나,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에는 15세 이상으로 했으나, 미국에서는 19세 이상으로 등급을 올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장면 때문이었다.
그 이후에 디카프리오가 생존하기 위해 원주민이 나눠준 소 간을 잘근잘근 씹어먹던 모습(채식주의자인 레오에겐 고역이나 다름없었다)과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타고 다녔던(하지만 원주민의 습격에 의해 치명상을 입은) 말의 배를 갈라내어 내장을 꺼낸 뒤 뱃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압권이었다. 말의 죽여 뱃속을 갈라내는 장면이 특수효과로 표현한 줄 알겠지만, 사실은 실제로 말의 배를 갈라내어 재현한 것이라 더 놀라울 따름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배우가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배우이지만, 항상 그의 외모가 그의 연기력을 저평가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자신의 맡은 배역에 충실히 소화하기 위해 연구하고 그것을 표출해냈다. 이번 영화에서도 레오나르도는 실로 대단했다. 눈 앞에서 자신의 자식을 잃은 심리적인 고통과 곰에게 당한 육체적 고통을 극복하고 40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여 복수하겠다는 일념이, 처절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보는 사람들이 이 악물고 계속 바라보게 만들 정도였다. 마치 이 영화까지 선보이면서 '나는 모든 것을 다 너희들에게 보여주었다' 고 말하는 듯 그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모든 것을 이 영화에 쏟아부었다.

<레버넌트>를 보면서 주목해야 할 또다른 부분으로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와 촬영감독인 엠마누엘 루베츠키가 영화 자체를 여러가지 스킬로 극적인 요소를 살리기 보다는 최대한의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영화를 만들 당시에 3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①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것
②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을 것
③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롱 샷에 도전할 것
①번과 ③번은 두 사람의 이전작인 <버드맨>에서도 충분히 실감나게 표현해냈고, 실제로 이전에 <버드맨>을 보면서 이 장치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었다. 실제 촬영장소인 캐나다 캘거리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당시 역사를 그대로 고증함과 동시에 두 가지 원칙은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②번인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자연 그대로의 빛을 사용하려면 철저한 사전답사와 계획이 반드시 필요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실제로 로케이션이 끊임없이 바뀌었고, 항상 변화하는 장소에 적응해야했다고. 게다가 캘거리의 경우에는 겨울에는 해가 짧아져서 하루에 겨우 2시간 정도 촬영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로케이션 촬영만 무려 9달을 소비했다.
그래서 <레버넌트>를 보다보면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인지,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극장에서 보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휴 글래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로 바뀌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위대한 자연에 걸맞게 강렬한 음악 구성, 엠마누엘 루베츠키의 1인칭 카메라 기법, 미친듯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력까지... 이것이 <레버넌트>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가 장작 2시간 30분을 넘기는 길이이고, 국내 예고편은 전투씬 위주로 나오다보니 일부 관객들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영화가 지루하거나 너무 다큐멘터리로 가버리는 것에 실망하기도 한다(실제로 내 주위에서 그러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물론 그 문제는 예고편이 영화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반드시 보라고 적극 권장하고 싶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의 한계를 보고 싶다면,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엠마누엘 루베츠키 조합의 <인간과 자연의 대결> 영화판을 보고 싶다면, <레버넌트>를 꼭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