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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영화, 책 등 취미가 비슷한 청년들끼리 모여 사는 공간, 쉐어하우스(share-house). ▲그런데 서로를 우주인이라 부르는 독특한 쉐어하우스가 있다. ▲사회적 기업 ‘우주’가 운영하는 이색적인 주거공간이다.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2012년 종로구에 셰어하우스 1호점을 열었다. ▲우주의 김정현 대표는 18일 팩트올에 “올해는 100호점까지 문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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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1시,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3가의 한 집에서는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평범한 가정집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다만 거실에는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34평(112.2㎡)의 이 집에는 7명이 함께 살 예정이다. 가족도, 친구도 아닌 이들의 공통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들이 살 집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셰어하우스(share-house)’다.
쉐어 하우스 우주는/ 취미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살아…서로를 우주인으로 불러
영화, 야구, 운동, 책…. 취미와 기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취미가 같은 사람들을 모아주는 곳이 있다. 사회적 기업 우주(woozoo)다. 우주는 집을 뜻하는 한자 집우(宇)와 집주(宙)에, 우주 공간(universe)라는 의미가 더해졌다고 한다. 이색적이고 대안적인 공간이라는 것. 우주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입주자들은, 서로를 ‘우주인’이라고 부른다. ‘우주인’의 계약기간은 6개월이다. 원하면 계약을 연장해 계속 머무를 수 있다.
우주는 2012년 말 종로구의 주택 2곳을 빌렸다.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지낼 수 있는 ‘테마 하우스’로 만들어, 재임대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 4년 동안 동대문구, 성북구, 강북구, 종구 등 서울 지역의 다양한 곳에 문을 열었다. 현재 22호점이 마포구 도화동에 문을 열 예정이다.
우주 운영하는 김정현 대표는/ 보청기 제공 사업하다 청년 주거 사업으로 전환
우주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김정현 대표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셰어하우스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라며 “청년들이 적당한 값을 지불하고, 괜찮은 집에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김정현 대표는 2009년부터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보청기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delight)’를 운영해왔다. 당시 김 대표는 ‘젊은 CEO’로 이름이 알려져 2012년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12년부터 청년들에게도 눈을 돌렸다. 김 대표는 “가장 급한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함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 나가던 20대들마저도 주거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방값은 얼마나 하나/ 평균 월세 40만원…“청년들 주머니 사정 고려한 것”
우주가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의 평균 월세는 40만원. 지난해 1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대학생주거실태조사팀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평균 월세는 수도권 기준 42만원이다. 우주의 셰어하우스가 2만원 더 저렴한 것이다. 김정현 대표는 “취미와 같은 테마를 잡아서 입주를 받고 있지만, 인기를 좌우하는 요인은 입지와 가격”이라며 “결국 청년세대는 주머니 사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주인 되는 조건은/ 20~35세로 제한…나이차 크면 공유 힘들어
우주인이 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나이는 20~35세로 제한한다. 나이가 크게 차이나면 쉽게 어울리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정현 대표는 “입주 경쟁률이 높아지면 공동체 생활에 적응을 잘 할 만한 사람들 위주로 뽑는다”고 했다.
셰어하우스에 함께 사는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행사를 위해 자율적으로 모인다. 행사 제목은 “친해지길 바래”이다. 우주 측에서 1인당 월 5000원을 행사비로 지원한다. 입주자들은 모여서 영화를 보러갈 수도 있고, 치킨에 맥주를 먹을 수도 있다.
우주는 주로 어떤 건물 빌리나/ 건물주로부터 리모델링 적게 하는 집 골라
우주는 셰어하우스 운영을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4년 동안 홍보에 비용을 거의 쓰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현 대표는 “SNS를 타고 알음알음 입소문이 났다”고 했다. 셰어하우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 중엔 입주하려는 청년뿐만 아니라 건물주도 있다고 한다.
우주의 유정제 매니저는 “가능한 한 리모델링을 적게 해도 되는 집을 고른다”고 했다. 낡은 집을 개‧보수하기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인건비, 재료비 등을 포함하면 리모델링에 800만~10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한다.
우주의 앞으로 계획은/“앞으로 위탁 형태로 운영…100호점 목표”
우주는 올해부터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셰어하우스를 위탁하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우주가 임대인에게 수수료를 받고, 집에 들어갈 청년들을 소개시켜주는 식이다. 수수료는 입주자 1인당 6만원 정도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김정현 대표는 “위탁 방식에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며 “1주일에 평균 15통 정도 위탁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엔 한화그룹의 투자유치를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70억 정도 투자를 받았다”며 “덕분에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뭘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월세를 올리는 방향은 피할 생각입니다. 우주가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좋은 대안이 되길 바랍니다. 올해는 100호점까지 문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