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오산 로드에서 세 블록 떨어진 서민적인 시장으로 옷 따위를 파는 시장통의 상점이 문을 열기 전, 동틀 때 맞춰 일찌감치 섰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아침엔 채소나 과일, 생선, 고기 등의 농수산물을 내놓습니다. 아침 시간 특유의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넘치며, 주변 절에서 나온 스님들의 탁발 행렬이 이어지는 곳이니 서두른다면 이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보 3분 이동)

대부분의 태국 남자들은 일생의 한 번쯤은 단기 출가해 절에 들어갑니다. 국민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라마 9세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도 왕이 되기 전 왓 보원니웻에서 승려 생활을 했습니다. 1826년에 지은 왓 보원니웻은 왕실과 깊은 연이 닿아있는 사원이에요.
라마 4세가 왕이 되기 전 여기서 오랫동안 승려로 지냈고 라마 6세와 7세도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태국 사람들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사원이라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에요.
50m 높이에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황금빛 탑이 위엄찹니다. 휘황찬란한 금빛 불탑 안에는 귀한 유물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도보 7분 이동)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보이는 하얀 건물로 18세기에 지어졌어요. 짜오프라야 강을 통해 침략해 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 1783년에 지어졌습니다. 오랫동안 도심의 망루 노릇을 했던 건축물로 당시 13개의 다른 요새와 쌓아 올렸지만 남아있는건 마하깐 요새와 파쑤멘 요새 둘 뿐입니다. 낮보다 밤이 더 사랑스러운 곳으로 어스름이 서서히 다가오면 은은한 주황색 불이 밝혀져 시선을 끕니다. 카오산 로드에서 술 한 잔 홀짝인 후 얼큰하게 취한 눈으로 바라보면 더욱 예쁘답니다.
(도보 1분 이동)

파쑤멘 요새를 둘러싼 작은 공원으로 공원 가장자리로 걸어나가면 짜오프라야 강과 닿아있습니다. 한낮에는 100년도 더 된 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노을 질 무렵엔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라마 8세 다리와 어우러진 강을 바라볼 수 있어요.
여행은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즐겁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즐기고 있으면 옆자리에 잊고 지냈던 여유가 함께 하고 있답니다.
(택시 승차)

태국의 왕이 살았던 궁전과 너른 정원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있는 곳으로 공원 내 궁전과 박물관이 여럿 있습니다. 라마 9세 사진 박물관 등 별별 박물관이 다 있지만 일일이 보자면 하루를 다 보내야 합니다. 여행자는 굵직한 볼거리로 꼽히는 위만멕 궁전과 아난따 싸마콤 궁전 두 곳만 챙겨도 흡족스럽습니다.
(택시 승차)

사방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평평한 평지로 다져진 땅 방콕에는 산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지각 변동이 생긴 것도 아닌데 80여 미터의 산이 만들어졌어요.
원래 이곳에는 아주 큰 탑을 세울 작정이었으나 방콕의 지반이 약했던 탓에 탑을 짓는 도중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고 이후 무너진 흙더미와 벽돌이 방치된 채 남아있었고 그 자리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면서 산처럼 굳어졌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가리켜 푸카오텅, 즉 황금산이라고 불렀습니다.
황금산 위에는 왓 사켓이라는 금빛 사원이 올라앉아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는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계단 때문에 숨을 몰아쉬게 되지만, 올라가고 나면 뿌듯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수십년 전 방콕에 높은 빌딩이 서기 전에는 방콕 최고의 뷰를 자랑했던 왓 사켓.
최고의 자리는 내주었지만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어 여전히 멋진 전망을 뽐냅니다.
(도보 15분 이동)

라마 1세가 수코타이에서 만든 귀한 불상을 모시기 위해 짓기 시작해 라마 3세 때 완공되었어요. 주요 볼거리는 본당의 문과 세밀한 벽화, 표정도 포즈도 제작각인 가장자리 156개의 불상, 중국 스타일의 8층 석탑 등입니다. 사원 앞 싸오 칭 차는 힌두교의 신인 시바가 지상에 내려오는 걸 반기기 위해 그네를 탔던 곳이라고 합니다.
한때 남정네들이 그네를 타고 높이 매달아둔 주머니를 채오는 시합을 벌이기도 했으나, 사고가 잦아 금지되었습니다.
(도보 15분 이동)

궁전의 일부로 설계 되었지만 지금은 그냥 동네 공원이에요. 우거진 수풀 속, 작은 연못이 있고
공원에는 청설모 따위의 작은 동물들이 삽니다. 동물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풍경에 흐믓한 미소 짓게 되는 곳으로 책 한 권 들고나가 평화로움에 파묻히기 좋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방콕 오래된 도시 산책 여행 코스는 피그마리온이 출간한 <이지시티방콕>에서 발췌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