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일 전 늦은 시간에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오늘 참 기분이 묘하더라
아이 학교 선생님 께서 밥을 사주시더라구
심지어 담임도 아니신데 말이야
약속날짜를 정하고 부터 내내 고민을 했거든
보자고 하시니 식사를 대접해야 겠는데 식당은 어디가
좋을지 뭘 먹어야 할지.....
그런데 막상 가보니 선생님께서 이미 계산을 다하신
거야 그러니까 또 마음이 더 심란한거 있지
왜 저러시지? 나한테 부탁할게 있으신건가?
식사하는 동안 내내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작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예뻐서 이 아이 엄마는 어떤 분인지 궁금
하셨던것 뿐이라고 하시더라구
돌아오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언제부턴가 나는 누가 나한테 호의를 베풀면 감사한
마음보다는 왜 나한테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고민을
하게 되는거야
사실 늘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이지
댓가없는 친절을 받아본 경험이 잘 없어서 말이야
언니는 안그래?"
누구나 부러워 할 법한 집안의 사모님이신 이 동생도 나름 인간관계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는듯 했다
사실 나부터도 식사를 대접 받거나 작은 선물 이라도
받은 날엔 기쁘고 고맙기도 하지만 그뒤에선 받았으니
다시 되갚아야 한다는 마음에 살짝 마음이 무거워 지는게 사실이다
콩 한쪽을 받았으면 반쪽이라도 되돌려 드려야 마음이 가벼워지는 내 못된 심보 탓일거다
언제부턴가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행여 상대방이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날 여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 한다
물론 받기만 하고 베풀줄 모르는 얌체가 되어서도 안되겠지만 꼭 하나를 받았으니 하나를 갚아야하는 그런 채무자의 마음을 갖고 사람들을 만날 필요까진 없는것 같은데 말이다
어떨땐 100을 베풀고도 50을 되돌려 받을때도 있고
아님 아예 되돌아 오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20을 주었는데 200이 돌아올수도 있는게 인간관계인것을......
10살된 아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우리집에 놀러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 얼마나 겁없는 소리인가?
낼모레 마흔을 바라보는 이 엄마는 누군가를 초대한 날 아침엔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을 떤다
지저분한 곳은 없나 쓸고닦고 .......
그런데 세상 물이 들지 않은 이 어린양은 친구에게 이런저런 꾸밈없이 자신의 공간을 기꺼이 오픈한다
서로가 좋고 손익을 계산하지 않으니 숨길것도 체면을 차릴것도 없는 것이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하는 예의는 있다
그 예의라고 우리가 서로 약속한 자리를 지키되
격식이라는 단어는 조금 내려 놓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을 초대한 날 집이 조금 어수선 할수도 있고
선물을 받았지만 바로 답례를 못할수도 있다
또 내가 부탁을 들어준 사람이 후에 내가 부탁한 일을
미처 도와주지 못할수도 있고
어려운 상황의 지인을 아무 댓가없이 도와줄수도 있을테고 말이다
행여 조금 흐트러진 내 모습을 보이더라도 가볍게 여겨봄은 어떨까? 늘 잘 다듬어 진 내 모습만을 보여 주려하고 신세지는것을 두려워 한다면 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내가 그렇게 마음의 거리를 둔다면 상대방도 내게 다가오기가 부담스러워 지지 않을까? 본인도 날 만날때면 늘 긴장하고 격식을 차리려 할테니
이젠 나부터가 사림들을 만날때 가벼워 져볼까 한다
남에게 호의를 베풀때 댓가를 바라지 않고
진심어린 마음을 함께 전해 주는것!
상대가 나를 찾을때 자신의 상황과 매무새를 돌아보지 않고 내가 내민 손을 편하게 잡을수 있는 사람이 되어 준다면 그도 내게 그런 사람이 되어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