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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 용서한 장애 학생 허준호군의 심정

▲ 아버지 허윤, 어머니 김니니씨와 함께한 허준호 학생.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글 |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치료를 맡아 온 의사 김서영씨, 야간학교를 열어 배움의 길을 넓혀준 노기현씨, 저글링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교사 우병인씨, 생활 속에서 봉사하는 박석호씨, 헌혈만 500번 한 봉사왕 소방관 전상기씨, 1만950시간 장애인을 돌본 해병대 대위 이찬우씨. 지금까지 주간조선이 만난 ‘생활 속 작은 영웅’들이다. ‘생활 속 작은 영웅’은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선정한 것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만한 작지만 위대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다. 상당수는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 왔다.
지난 1월 5일 경기도 김포에서 만난 열세 살 허준호군의 가족은 지금까지의 작은 영웅들과 조금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허준호(13)군과 가족은 영웅이 아니다. 영웅이 되려고 노력하는 가족이다.
준호의 오른쪽 손과 다리는 늘 굽어 있다. 뇌병변 때문이다. 준호의 어머니 김니니씨는 “준호를 낳을 때 노산에 초산이라 분만 시간이 길어졌는데, 그 사이에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운동신경을 관장하는 뇌 부분이 손상된 것 같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비장애 학생과 같아 보인다. 다행히 오른쪽 팔과 다리를 담당하는 운동신경만 손상돼 지능에도 문제가 없다. 다만 오른손이 뒤틀려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가만히 내리고 있을 수 없다. 겅중겅중 뛰는 듯한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준호는 중증장애인이 아니다. 그것 때문에 “중증장애인 부모는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더 힘들기도 하다”고 한다. 특수학급으로 가기에는 지능과 나머지 운동신경이 일반 학생과 다를 바 없고, 일반 학급에 앉아 있으면 눈에 띈다.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준호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됐다.
“하루는 준호가 공부하는 내내 스마트폰의 카카오톡 알림이 울리는 거예요. 뭔가 하고 봤었지요.” 어머니가 본 아이들의 카톡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허준호와 같은 반인 게 너무 싫다’ ‘병신 새끼’ ‘왜 사냐’ ‘죽어라’. 준호도 함께 참여하는 단체방 카톡 내용이었다. “이전에도 준호는 계속 학교폭력에 노출돼 있었어요. 도움반(특수학급)에 가지 않고 완전히 같이 생활을 하는 데다가 준호가 왜소한 편이니까요.”
오른팔과 다리를 마음껏 못 쓰지만 준호의 운동신경은 뛰어난 편이다. 활동적이라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도 좋아한다. 하지만 대부분 친구들은 준호와 함께 운동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혼자 떨어져 앉아 있거나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외롭게 다닌 적이 많기는 했다. “그래도 이렇게 심한 욕설을 듣고 지내는지는 몰랐어요.” 김니니씨 눈에 눈물이 고이자 준호가 벌떡 일어나 안겼다. 준호는 “엄마가 눈물을 보일까봐 미처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욕설이 너무 심해지자 같은 반 여학생들이 더러 ‘준호도 여기 있다’고 말리더군요. 하지만 ‘그러면 뭐 어때서?’ ‘병신을 병신이라고 부르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오히려 당당해 하더군요.” 준호의 부모님은 밤새 상의한 끝에 학교에 연락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준호가 폭력을 당했다, 처벌하자는 이유가 아니었어요. 준호의 친구들이, 스스로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 알리고 싶었지요.”

재활치료 위해 선택한 승마…

그런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 준호의 부모님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원래도 준호는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다가 잘 넘어져요. 어릴 때부터 넘어져도 혼자 일어나라고 시켰죠. 그래서 원래도 온 몸에 멍이 꽤 많았어요.” 걷다가 혼자 넘어져 생긴 줄 알았던 멍이, 알고 보니 친구들이 지나가며 한 대씩 치고 간 흔적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준호는 혼자 맞고, 욕설을 듣고도 참아왔던 것”이라는 말이다.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학교에 왔고,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경찰도 개입됐고, 가해학생들의 처벌을 논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런데 준호가 나섰다. “친구들을 용서하겠다”고 한 것이다. 준호의 부모님이 시킨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왜 준호는 친구들을 용서했을까. “친구들이 나쁜 게 아니에요. 모르는 거죠. 친구들은 장애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예요.” 준호의 대답이다.
어른이 할 법한 이 말은 사실 준호가 아버지와 오랫동안 함께 쌓아온 생각이다. 아버지 허윤씨는 16년째 김포시청에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허씨가 하는 일이 아들 준호 같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주고 지원책을 고민하는 거다. “처음에는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막상 제 아들이 장애인이 되자 암담하더군요.” 허윤씨는 그러나 곧 “아들과 앞으로 담당할 김포 주민에게 모두 좋은 일”이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한다. “아들에게는 충분한 지원을 해줄 수 있고, 아들을 통해서 저는 주민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런 허씨가 준호에게 내내 강조했던 것은 “장애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이었다. “너를 욕하고 때리는 사람은, 장애를 모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너를 알고 이해하고, 지지해주며 격려해주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항상 얘기했어요.” 긍정적인 말, 칭찬, 격려는 준호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결정적 계기는 준호가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승마 덕분이었다. 대개 승마는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준호는 재활치료를 하기 위해 승마를 시작했다. 어머니 김씨는 “한쪽 팔다리가 불편할 뿐이지,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 금세 승마에 취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1회 전국장애인승마대회에서 경기도 대표로 나가 2위를 차지했다.
준호의 목표는 2022년 도쿄에서 하계올림픽과 함께 열릴 장애인올림픽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나서는 일이다. “아직 한국 장애인 승마는 진짜 걸음마 단계예요. 제가 장애인 승마를 키우고 싶어요.” 준호는 승마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듯 말했다. 아버지 허씨는 “준호가 승마를 시작하며 그동안 제가 했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살면서 늘 차별받을 것이고, 늘 상처받을 거잖아요. 그때마다 저희 부부가 준호를 감싸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차별과 폭력에도 당당한 준호가 될 수 있도록 키우고 있습니다.” 아버지 허윤씨와 어머니 김니니씨는 준호에게 차별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거꾸로 차별하는 사람을 이해해 볼 것을 늘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다가오는 2월 준호는 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생이 된다. 중학생이라기에는 작고 마른 준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물어봤다. 준호는 똑바로 앉아 또박또박 말했다. “승마 국가대표가 돼서 더 당당해지고 싶어요. 이해심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요. 장애는 아픈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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