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gy8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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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Viewing]

1.
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이런 질문을 했다.
“어디서부터가 사랑일까?
걱정되고 보고 싶은 마음부터가 사랑일까?
잠을 설칠 정도로 생각이 난다면, 그건 사랑일까?
어디서부터가 사랑일까?
오랜 시간이 지나 뒤돌아봐도 그래도 가슴이 아프다면,
그게 사랑이었을까?”
그러게 말이다. 대체 사랑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내가 사랑에 빠진 그 ‘순간’이 언제인 줄 알았더라면, 나는 그 때만을 후회하면 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나는 오늘도 모든 추억들에 <푹푹> 찔린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사랑의 형태가 다양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니까 어떤 남자는 특유의 애교가 귀여웠고 어떤 남자는 뒷모습이 고독한 게 섹시했다. 애교 많은 남자는 늘 쓰다듬어주고 싶었고, 외로움이 멋졌던 남자는 그 고독을 함께 곱씹으며 같이 섹시해지고 싶었다. 그러니까 내 사랑의 방법 또한 그 시작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방법과 시작들이 어찌되었건 나는 결국 몇 번의 이별을 거듭했고 이제는 사랑의 시작이 두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며, 그래서 지금의 내게 이렇게 묻는다.
어디서부터가 사랑이었을까?
왜 그들은 내게 한 번도 영화 속의 ‘그녀’처럼 내가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나를 네 마음속으로 들여보내주지 않겠냐고 내게 묻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나는 지나간 사랑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처음을 알기가 좀 더 쉬웠을 텐데. 폐허가 된 이 연애의 가시밭길을 꽁꽁 언 맨발로 걷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질긴 오징어 다리를 짝짝 씹듯, 이 질기고 비효율적인 이별의 시간들을 되새김질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2.
소년의 옆집으로 이사를 온 그녀는 달빛보다 눈부시고 눈보다도 청초하다. 그리고 오래오래 열 두 살 이었다. 소년은 외롭고 나약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세상에 분노하지만, 초라한 그에게는 이 깡패 같은 세상에 저항할 힘이 없다. 그러니까 필연적인 고독. 이 공통점을 통해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영화를 [외로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이야기]라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을 통한 한 소년의 잔혹한 성장기]라고도 해석한다.
하지만 나는 궁금하다. 그대, 혹시 이 영화의 엔딩에서 ‘지독하게’ 쓸쓸해지지 않았냐고. 정말 이 둘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만 끝났다고 생각하느냐고.
아마 선뜻 ‘물론이지!’라는 대답을 하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같은 인물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그 남자. 뱀파이어 소녀가 외로운 소년을 만나기 전까지 그녀와 함께했던 그 남자. 그녀에게 피를 제공하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았던. 살인행각이 발각되자 혐의를 없애기 위해 얼굴에 염산을 붓고는,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소녀에게 자신의 목덜미를 내밀던 ‘그 남자’
소년과 가까워지는 그녀를 보며,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애와 친하게 지내지 말아줘.”
(아마 이 말 뒤에는, ‘네가 없다면 나는 다시 철저하게 외로워져야만 할 거야.’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을지도.)
하지만 결국 그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빨아 해치운 그녀는 소년에게 돌아가 이렇게 묻는다.
“May I come in?”
그러니까 얼굴만 예뻤지. 세상에 이런 어마어마한 X년이 따로 없는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이미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듯 그녀를 자신의 공간 속으로 들인다.
괜찮아, 괜찮아, 들어와도 괜찮아.
piggy8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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