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po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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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생각은 죽음이 두려워서였다.
땅에 묻히는 것, 물에 빠지는 것, 칼, 청테잎, 살을 태우는 화로.. 온갖 공포들이 이불을 들치고 내게 달려들 때, 이불을 온통 옆구리에 말아 끼는 것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을 때 죽음 혹은 삶을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나에게는 친절히 가슴을 토닥여 주는 다정한 아버지는 없었다. 글을 써도 그보다는 늘 더 넓은 빈 천장만이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두 번째 철학은 나의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에 있었다.
대중이 좋아하는 조건을 가지지 못한 배우라면 대중이 사랑하지 않아도 의미가 생기는 배우를 생각해내야 한다. 영화제에 가서 상을 받을 영화를 만들 수 없다면 상을 받아야만 하는 영화가 아닌 영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이 원하는 조건에 맞추기 위한 치열함보다는 나의 위안을 위한 핑계의 치밀함에 더욱 매진한 것 뿐일지도.. 그럼에도 나는 꽤 치밀해진 핑계 덕에 이런 나의 이런 밤에도 무한한 감사를 드릴 수가 있었다. 창원에서부터 밤새 달린 버스가 서울에 도착을 하고, 나의 도착을 기다리려 잠 들기를 미루고 있던 그녀를 막 재우고났을 때, 신기하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그저 흔한 밤 그냥 빈 밤하늘일 뿐이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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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다는 것이 설레일 때가 있다. 설레임은 가정할 때 가장 큰 것이라 여겨졌는데.. 무엇인가 정해져 간다고 느낄 때 실레이는 게 참 별나다. 나의 인생은 유예의 인생이었다. 무엇인가를 끈질기게 품기보다는 그저 여행 속의 것들처럼 스쳐만 간다. 어느 곳에서 어느 곳으로 이동을 할 뿐, 나는 사실 별다른 아쉬움도 없었다. 농구골대가 없어 벌어진 철재 골격 사이를 골로 하던 작은 운동장, 수업 후의 작고 큰 시합들. 직각식사와 죽겠다 하며 뛰던 산, 무수히 듣고 또 외운 명예, 파란 제복의 남자들. 밤새는 소극장 앞의 낡은 의자들, 미대 애들도 무언가를 뚝딱이며 밤을 새곤 했던 지하 1층, 자판기의 달달한 커피와 율무차, 눈이 부신 탑조명, 말이 꼬아져 있는 어색한 번역대본. 봉고차를 얻어 타고 가던 촬영장들, 그곳에서 처음 만나는 나, 변신 그러나 결국은 나. 첫씬 첫테이크. 무엇이 좋아 크게도 외쳤었지? 오케이, 일로 와서 봐봐, 무엇을 꿈꾸었 나. 때때로 조금씩 그리워 할 뿐. 무엇을 오래도록 누려야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영영 살 집을 구하는 것과 잠시 묵을 숙소를 구하는 기준이 다른 것처럼. 나는 '내 평생을' 보단 '그럼 저건 또' 하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나는 언제나 과거의 사람이 되어간다. 내 친구들은 남겨지고 나만 흘러간다. 삶이라는 것은 길다. 나의 선택의 결과 또한 길다. 무섭지 않았겠는가? 어른이라는 말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는 가르침은 아니었고 그저 함께 칭얼대는 동질의 무엇이었다. 하지만.. 그래 더디게 내가 바뀌어간다. 무섭기보다는 신기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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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는 완벽하다. 내 머리 속에는 나만 읽고 볼 수 있는 생각의 덩어리들이 몇 개 있다. 좋은 영화, 좋은 소설이 될 좋은 이야기들. 머리 속 안에서는 정말이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다 보이고 다 읽힌다. 수 많은 인물들과 그들만의 말이 있다. 다만 그것은 정말이지 한 덩어리다. 폭발이 필요한 한 점. 팡! 글로 쓸 때 카메라 앞에다 잔뜩 풀어낼 때 오히려 그것들은 빈약해진다. 논리도 매력도 사라진다. 끝없이 벌어져 가 사이와 사이에는 온통 허점들이다. 그렇다면 질문. 영화의 선배님들, 좋은 배우님들, 그리고 작가님들. 난 거짓말은 아닐, 내가 정말 본 머리 속의 것들을 그대로 다 배낄 기술의 완성도에 매진을 해야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덩어리를 덩어리 채로 넘겨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야만 하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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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싫다. 나는 감정을 훔쳐보길 원한다.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얼마나 후회스러운지.. 그러나 그의 고생에는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난 그저 그의 고생이 얼른 끝이 나길 바랄 뿐. 나는 그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는 그런 것들과 반대에 있어야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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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잠이 오지 않는 밤, 그래서 해댄 몇가지 (잡)생각들일 뿐.
W 상석.
P Jonathan Kos-Read.
바랜 기억으로 쓰는 에세이_흘려 놓은 빵조각을 다시 주우며 진짜 나를 찾기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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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sayosayo ^^ 그랬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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