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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상형은 자기 욕망의 또다른 모습 - 피그말리온에서 <좁은 문>을 떠올리다..

지난 1월의 독서는 난독에 가깝게 동시다발적으로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렸고, 신상을 많이 구매했고, 끝맺음을 한 책은 다섯 손가락도 다 채우지 못하네요. 가장 힘주어서 읽는 책은 <넛지>의 리처드 탈러가 새로 발표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고, 짧은 시간 내에 흥미롭게 읽어 버린 책은 신성림의 <여자의 몸>입니다. 앞으로 적을 카드에 영감을 준 부분도 많구요.
오늘 저녁의 카드는 <여자의 몸> 중에 등장한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얘기에서 떠오른 예전 포스팅을 소개하려 합니다. 원래 관심이 있던 테마여서 적어둔 게 좀 있거든요. 일단 그 첫번째~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장 레옹 제롬, 189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슬관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은 현실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에게서 어떤 매력도 느낄 수 없어서 이상적인 여인을 조각했고, 그 조각상과 그만 사랑에 빠져 버렸죠. 그 사랑이 너무 깊어져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제물을 바치며 조각상을 살아있는 여성으로 바꿔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고, 마침내 그 꿈은 이루어지게 됩니다.
오리엔탈리즘 회화로 유명한 장 레옴 제롬의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에 키스하자 차가운 대리석 조각상이 따뜻한 온기가 있는 육신으로 바뀌어가는 장면을 그리고 있어요. 상체는 인간의 몸으로 변해 부드럽게 피그말리온에게 몸을 굽히고 키스를 나누고 있지만 하체는 아직 핏기가 없는 대리석임을 알수 있조.  이 장면을 축하하듯 큐피드는 화살을 날리고 있네요.
그런데.. 이 작품이 간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완성을 축복하는 것만은 아닌데요. 오른쪽 뒤를 보면 입을 벌린 특이하게 생긴 가면이 두 개 놓여져 있죠? 고대 그리스 희극과 비극에 쓰이던 가면이라고 해요.
즉 이 장면조차 희국과 비극적 요소가 함께 있음을 암시하는 거겠죠.. 그 아래 놓인 방패의 겉면은 메두사가 장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로 추정됩니다.
또 하나의 불길한 요소는 좌측의 갈색 인형.. 이 인형은 찾아보니 '타나그라 인형'이라는 것인데 고대 그리스 테라코타 인형의 총칭이라고 하며 주로 무덤의 부장품으로부터 발견된다고요.. 즉... 피그말리온으로 정성으로 인간으로 만든 여인은 이제 죽음이라는 숙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인듯 합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Louis Lagrenee, 1781년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문득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 떠오릅니다. 남주 제롬 - 하필이면 이름이 메인 작품 화가 이름과 같네요 - 이 알리사를 사랑하지만 알리사는 보다 숭고한 사랑을 위해 '좁은 문'을 걸어갈 것을 택하죠. 헤어져 있는 3년 동안 제롬과 알리사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다시 재회했을 때.. 지금 자세한 내용은 기억에서 희미하지만 그들 사이에 흐르는 어색함과 세월의 간극...
예전에 어린 나이의 제가 느끼기에도 그들의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현실의 사랑이 아닌 이상화된 사랑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점이었어요. 사랑의 완성은 관념적인 사랑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도 따라야 한다는 자연스런 섭리를 보여주고 있죠. 헤어져 있는 3년 동안 둘은 각자 변화했고 성장했을 거에요.
하지만 그들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상대의 이미지는 3년 전의 제롬과 알리사로 화석화되어 있던거죠.
3년 동안 그들은 상상 속에서 자신의 이상형으로 타자를 자기 입맛에 맞게 형상화했을 것이구요. 그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다시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로 돌아가도 마찬가지에요.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은 우리의 욕망의 결정체를 상징하죠. 욕망이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항상 결핍의 상태를 의미하고 욕망의 충족이란 또다른 결핍 상황을 낳게 되는 악순환.
피그말리온의 소원이 성취되는 순간부터 갈라티아는 나이를 먹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그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여인상으로부터 멀어져가기 시작한 거죠. 그가 사랑했던 여인은 인격체로서 살아있는 여성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이상화된 꿈을 사랑했을 뿐입니다. 스스로의 꿈을 상대에게 투영했기 때문에 이는 상대방을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배제할 때 완성될 수 있는 일방적인 자기애에 가깝다 하겠죠. 그런 꿈이 붕괴되는 것은 자신의 꿈에 대한 부정, 결국 자기부정으로 귀결되는 비극인 것입니다.
비극은 피그말리온이나 제롬이나.. 그 안에 몰입된 상황에서는 그것이 자신이 구축한 스스로의 꿈에 대한 사랑... 나르시시즘에 가깝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장 레옹 제롬의 또다른 피그말리온... 보는 방향이 다르죠..?
건강한 남녀간의 사랑은 역시... 현실적인 그 남자/그 여자를 마주하고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몸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건강한 사랑을 위하여..!
- 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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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공한 덕후...피그말리온.. 피규어를 만들고 놀았는데 그게 진짜 여친이 됐다..... 쓰고나니 별로 재미는 없네요...ㅡ.ㅡ ^^
@a63633323 @YounSengAhn ㅋ 혜연님은 건강한 남친이잇는 독신주의자로 알고 잇는데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HyeyeonNa 에고...에고...울 혜연님... 하루 빨리 존 사람 만나 결혼 해얄꺼 같어욤... ㅎㅎㅠㅎㅎ
유익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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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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