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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친해진 훈남과 더 가까워지는 방법

L양은 입으로는 "그 훈남을 붙잡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L양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건 어디까지나 편한 지인 1에 지나지 않다. 물론 L양 입장에서는 "너무 들이대면 부담스러워할지 몰라!"라는 생각에 거북이가 토끼와 경주 중에 브런치를 즐기는 것 마냥 태평스러운 속도로 다가가는 것 같은데... 장담하는데 그러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놓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이제 1주일밖에 안 남았다며!)

어필을 하고 싶으면 확실히 구체적으로 해라.

얼마 전에 파견 온 직원이 있었는데 여직원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더라고요. 외모도 깔끔하고 일도 똑 부러지게 하는데 성격이 조금 차가운... 한마디로 차도남의 전형이었죠. 저도 내심 호감은 있었지만 딱히 구실이 없었는데 어쩌다 같이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몇 주간의 업무를 마치고 제가 용기 내어 나중에 밥이나 먹자고 했죠.
L양아 진짜! 근데 진짜! 호감이 있어서 밥 산다고 한 건가? 근데... "XX 씨! 덕분에 일을 빨리 처리한 것 같아요~ 편하실 때 연락 주세요~ 제가 맛있는 저녁 대접할게요~"라며 카톡으로 던져놓고 끝? 정말 이게 호감의 표시...?
물론 여러 군데에서 L양이 애쓴 모습이 보이긴 한다. XX 씨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연락을 달라고 말하며 나름 빈말이 아님을 어필하려 하고 저녁을 대접한다며 은밀한 데이트 신청을 암시한 것 같긴 한데... 이건 내가 L양의 마음을 알고 보니 보이는 것이지... 이걸 어떻게 호감의 표시로 느낀단 말인가!?
반대로 생각해보자. L양이 던진 그 카톡을 훈남이 L양에게 던졌다고 생각해봐라. L양은 "어맛! 제게 관심이 있는 걸까요?"라고 생각할까? 아마도 L양은 내게 "훈남이 그냥 해보는 말이겠죠...?"라고 묻지 않았을까?
나중에 밥 한번 먹자는 말... 이게 어떻게 호감의 표시인가!? 식사를 핑계로 호감을 표시하고 싶었다면 좀 더 확실히 구체적으로 제안을 해라. "맛있는 저녁 대접할게요~"가 아니라 "내일 저녁 시간 있으세요? 제가 돈코츠라멘 기가 막히게 하는 곳 아는데! 제가 일끝 낸 기념으로 한턱 쏠게요!" 정도는 해야 L양의 수줍은 데이트 신청이 빈말로 묻히지 않을 수 있는 거다.
"그러다... 바쁘다고 거절하면..."이라고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럴 땐 "아... 여자가 저녁 먹자는데 거절하시다니... 그럼 다음주내로 점심 사주세요!"라며 씨익 웃으며 넘기면 될 일이다. L양은 "헉! 어떻게 그렇게 말해요..."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적극적으로 다가갈 자신이 없으면 훈남이 적극적으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훈남이 언제 다가가 줄지는 나도 모른다. (아예 다가가지 않을 확률도 꽤 높다는 걸 기억하자.)

호감을 얻고 싶다면 개인적인 질문을 해라.

아... 정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전 진짜 사적으로 만나보고 싶은데... 애가 타네요... 바닐라 로맨스님, 이제 살짝 친해진 이 훈남 이제 일주일 후면 더 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요? 밑에는 카톡 주고받은걸 첨부했어요. 저 절박한 거 보이시죠...? ㅠ_ㅠ
만약에 훈남과 커플에 골인을 하게 되면 꼭!!!! 내게 보내줬던 카카오톡 대화를 훈남에게 보여주며 글자 하나하나 의미를 설명해주길 바란다. 아마도 훈남과 3박 4일 동안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어디가 절박하다는 건가...? 그리고 어디에 호감을 표시를 했다는 건가...? 죄다 "XX 씨 공지사항은 확인하셨어요?", "저번에 주신 자료가 전부 다인 가요?", "덕분에 일이 빨리 마무리된 것 같아요" 류의 사무적인 내용들인데... 정말 이 대화에 L양의 절박함이 담겨있는 게 확실한가?
물론 수많은 대화 중 "주변 사람들이 XX 씨 차도남 같이 매력 있데요~"는 좀 인정해줄 만도 하지만 "XX 씨 처음 보고 차도남인 줄 알았는데 같이 일해보니까 엄청 따도남이시네요~"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그러던데..."가 뭔가 ㅠ_ㅠ
상대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적어도 상대가 아리송해할 만한 멘트를 던져야지... 이건 뭐... 좋은 말해주는 직장동료의 선을 넘기는 커녕 근처도 못 가서야... 어떻게 훈남에게 어필을 하겠는가?
슬픈 건... L양의 의도가 뭔진 알겠다는 거다... 괜히 쓸데없는 질문이라도 하면서 대화를 해보겠다는 소심의 극을 달리는 발상이란 건 알겠지만... 아오... 진짜... L양이 훈남이라고 생각하고 L양이 보낸 문자를 스스로 읽어봐라... 대체 문자 어디에서 호감을 읽고 간절함을 읽을 수 있다는 건가? ㅠ_ㅠ
호감을 얻고 싶다면 공적인 질문을 하더라고 살짝살짝 사적인 질문도 좀 섞어줘야 하는 게 기본 아닌가! 진부한 수법이지만 "그런데... XX 씨는 여자친구는 있어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평소 주말에는 어떻게 보내는 편이에요~?"라는 교과서적인 방법도 있으며 "이번에 수상한 그녀 보셨어요?"와 같이 자연스러운 질문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공적인 대화가 아닌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아야 친분이 쌓이고 또 "응? 왜 그런 걸 물어보지?"라며 훈남도 슬쩍 눈치를 채고 L양을 유심히 볼 것 아닌가?

백트레킹으로 끊기지 않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자.

당황스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분명 L양이 호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카톡 대화는 언제나 L양이 뚝뚝 잘라먹는다. (L양... 정말 뭐하자는 거야...ㅠ_ㅠ) "잘 자요", "다음에 뵐게요", "저녁식사 맛있게 하세요" 라니... 물론 이 말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근데 질문을 하고 상대가 대답을 했으면 그것을 가지고 또 대화를 해야지 대화를 이어가기는커녕 스스로 서둘러 대화를 종료시켜버리다니... (L양아... 정말 유혹할 마음이 있긴 있는 건가?)
웃기는 건 오히려 훈남 쪽에서 더 말을 이어가려는 모습이 보인다는 거다. 연락이 늦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묻지도 않아도 챙겨주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도 신경 써주고 있는데... ㅠ_ㅠ 물론 훈남이 L양에게 홀딱 빠져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분명 말의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며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와 분위기가 있음에도 그런 기회를 무시해버리는 L양의 태도가 안타까울 뿐이다.
자! 한 대화를 예로 들어보자.
L양 : XX 씨 어제 주신 자료 그게 전부 인 가요?
훈남 : 네, 그게 전부고요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혹시 빠진 부분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L양 : 네, 안녕히 주무세요.
L양아 요즘 단호박 다이어트하나? 뭐 이리 단호하고 짧은 건가? 그 사람과의 즐거운 대화를 원한다면 상대의 말에 말꼬리를 잡으며 대화를 길고 즐거운 대화로 이끌어보자. 말꼬리를 잡는다는 건 어렵지 않다. 상대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붙이면 그만이다.
훈남 : 네, 그게 전부고요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혹시 빠진 부분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L양 : 연락 주실 때 혹시 빠진 부분 없으면 제가 내일 음료수 하나 살게요.ㅎㅎ
훈남 : 괜찮아요~ㅎㅎ 뭐 그럴 수도 있죠~
L양 : 괜찮긴요... XX 씨의 금쪽같은 시간을 빼앗았으니 보상을 해야죠~ 실론 T? 핫여섯?
훈남 : ㅎㅎㅎ 그럼 핫여섯으로 할게요.
L양 : 핫여섯이라... 탁월한 선택이네요... 내일도 함께 야근 잘해봐요 ㅠ_ㅠ
상대방이 했던 말을 반복해주는 것은 상대에게 상대의 말을 잘 경청하고 있음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대화의 기술을 전문용어로는 백트래킹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내 블로그에서 검색을 해도 꽤 괜찮은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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