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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이드 = 윤희재 기자]지난 14일, 인천 국제 공항은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을 맞이하기 위한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난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한국으로 초대한 써니 리를 만나 따뜻한 포옹을 나누면서 한국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그의 입국은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중계 됐다.

# ‘여자들이 코난을 어떻게 알아?’

코난 입국 현장은 그야말로 팬미팅을 방불케 했다. 그런 그의 입국 장면을 생중계되던 아프리카TV 실시간 채팅방에서 일부 네티즌은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은 대략 이렇다.
‘여자들이 코난을 어떻게 알아?’
‘언제부터 코난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지?’
‘코난은 남자들만 아는 줄 알았는데 여자들도 아네요.’
‘코난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외국 유명 연예인이 내한하니 그저 좋아한다.’
‘(환영 인파에) 여자들이 많은 게 의외다.’
이런 ‘황당한’ 반응은 트위터에서 곧 논란이 됐다. 트위터리안들은 즉각적으로 분노의 말을 쏟아냈다.
‘여자들이 코난을 어떻게 아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너무나 놀랍지요? 이제는 2016년이라 여자들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답니다, 어머나! 거기다 유튜브도 볼 수 있대요. 해외 토크쇼도 보고요! 세상에나! 모르셨죠!’ - ID cloooo*****
아프리카TV 채팅창에서 볼 수 있었던 일부 네티즌의 ‘황당한’ 반응은 일종의 경향성을 띤다. 이들의 반응을 그저 ‘악플’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악의없이, 정말로 순수하게 ‘여자가 코난을 좋아할 리 없다’는 생각을 갖는 현상은 상당히 의아하다. 위 트위터리안이 지적했듯 여성 역시 인터넷을 쓰고 유튜브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 ‘여자들이 코난을 어떻게 아냐’는 말과는 달리...

성별을 나눠 많고 적음을 견주긴 어렵지만, 국내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코난의 팬 중에는 여성이 상당수다. 코난이 내한을 결정하게 된 계기도 고등학생 소녀 써니 리가 편지와 과자를 선물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4일, 코난을 맞이하기 위해 입국장을 메운 팬들의 절대 다수도 여성이었다. 코난 방한 훨씬 전부터 그가 출연하는 토크쇼 일부가 캡처돼 ‘코난은 페미니스트다’라는 요지의 글이 여성 커뮤니티에 떠돌았다.
코난이 여성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원인은 인종, 성별, 외모 등에 대한 비하를 지양하면서도 청중을 사로잡는 재치 때문이다. 가장 쉬운 유머는 다른 이를 깎아내리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난은 ‘쉽지만 불편한 길’을 피하고, 자신의 영리함으로 ‘어렵지만 마음 편한 길’을 선택했다. 코난이 미국에서 인종에 국한 받지 않고 큰 인기를 얻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칼럼니스트 이승한은 코난 여성팬에 대한 일련의 ‘황당한’ 시각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에서 “한국 대중문화 시장에서 남자들은 돈 안 쓰기로 유명하다”며, “내수시장이든 해외 덕질이든 ‘남덕’보다 ‘여덕’이 늘 더 빨리, 코어하게 한다. 코난 팬덤이라고 다를 것 같냐”고 지적했다.

# ‘끝내주는 유머’= 남성의 전유물?

코난 내한을 둘러싸고 관찰된 ‘황당한’ 반응의 기저에 숨은 심리를 분석할 차례다. 왜 유독 여성들이 코난을 좋아한다는 점이 의아함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비슷한 현상은 지난해에도 발견됐다. 메르스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을 때, ‘여성혐오’에 반기를 든 여성들이 ‘메르스 갤러리’에 모였다. 이 때 ‘메르스 갤러리’에 줄줄이 게재되는 촌철살인의 패러디 글을 보는 남성 유저들의 반응 역시 황당했다. 여성들이 이런 ‘드립력’을 가졌을 리 없고, 따라서 ‘메르스 갤러리’에 올라오는 글은 여성을 사칭한 남성들이 작성한 글이라는 것이다.
코난의 주특기가 촌철살인의 말장난 유머임을 고려해봤을 때, ‘여성들이 코난의 개그를 좋아할 리 없다’와 ‘여성들이 높은 수준의 드립력을 갖췄을 리 없다’는 생각은 같은 맥락으로 연결된다. 즉, 솔직하고 대담한 유머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다.
현실을 능수능란하게 비꼬는 유머 특유의 솔직성과 대담성은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부여됐던 역할과 큰 차이를 보인다. 사회는 여성에게 수줍고, 수동적인 ‘참한 여성상’을 강요해왔다. 여성이 성(姓)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예로부터 금기시됐고, 이 금기를 깨는 여성은 금세 입방아에 올랐다. 더 나아가 사회는 목소리가 크고, 활동반경이 넓은 여성을 ‘나댄다’, ‘드세다’는 말로 단죄했다.
이를 토대로 봤을 때, ‘여자들이 코난의 개그를 좋아할 리 없다’, ‘여성들이 고난도의 드립을 칠 리 없다’는 확신의 내면에는 오랫동안 자리해온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내재돼있다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이는 역으로 장도연과 박나래가 최근 ‘대세’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고정관념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의외성’을 내세웠다. 당당히 “나는 야한 농담의 대가다”, “내 애창곡은 ‘나 오늘 집에 안 갈래’다” 라고 말하는 여성이라니! ‘의외성’을 무기로 한 그들은 곧 과감한 입담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여성학자 윤보라는 책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에 수록된 글에서 이같은 현상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재미만 있으면 어떤 글도 기각되지 않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유머와 ‘드립력’이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고 권력을 분배하는 최종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웃음이라는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힘이 분배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권력이 배당되는 대상이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라면 더욱 그렇다.
웃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바다 건너 한국에 사는 우리가 코난의 유머를 즐길 수 있는 까닭이다. 이 간단한 명제는 성별에 따라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자들이 코난을 알고, 심지어 좋아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현하기 이전에 그의 유머가 가지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것은 어떨까. 정작 ‘여자들이 코난을 어떻게 아냐’는 말을 들은 코난이 폭소와 함께 그 말을 한 당신에게 일갈을 날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사진= 코난 오브라이언, 팀코코 인스타그램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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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탐정이죠
Anonym
세상에 너무나 놀랍지요? 이제는 2016년이라 여자들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답니다, 어머나! 거기다 유튜브도 볼 수 있대요. 해외 토크쇼도 보고요! 세상에나! 모르셨죠!
남자새낀데 코난 몰라 난 뭐가 문제죠?
난 저 낙지때매 알게됬는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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