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보토 右태균 ;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원문 - http://www.bizballproject.com/articles/9210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야구계에도 평행이론으로 묶인 듯 어울리는 두 선수가 있다. 바로 MLB 신시내티 레즈의 대표선수 조이 보토와 KBO 한화 이글스의 4번 타자 김태균이다. 1982년생인 김태균과 1983년생인 조이 보토는 각각 185cm / 107kg, 192cm / 102 kg의 비슷한 체격을 지녔으며 한국과 캐나다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우타, 조이 보토는 좌타. 각자의 리그를 대표할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두 선수에게는 닮아도 너무 닮은 구석이 많다. 타석의 반을 좌와 우로 나누어 쓴다는 점만 현격하게 다른 두 선수. 과연 어떠한 점이 닮았으며 잘 어울릴까? 조이 보토의 2012 시즌 성적과 김태균의 2014 시즌 성적 비교를 통해 알아보자.
선구안 - 높은 BB% / 낮은 K%
김태균 선수와 조이 보토 선수가 좋은 선수로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이며, 높은 타율과 정교한 타격스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이유가 바로 BB%와 K%이다. 2012년 조이 보토 선수의 BB%는 19.8%로 2위에 이름을 올린 애덤 던(은퇴) 선수의 16.2%보다 무려 3.6%나 높은 압도적인 1위이다. 이에 질세라 김태균 선수 역시 13.8%로 리그 6위(2012년 1위) 에 이름을 올려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하였다. 게다가 이를 바탕으로 한 K% 역시 높지 않은 준수한 수준에 랭크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BB%와 K%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두 선수가 클린업트리오로서 장타자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낮은 삼진비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두 선수의 뛰어난 선구안을 한 번 더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플레이트 디서플린이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 공에 방망이를 휘두를 확률인 O-swing%를 보면 조이 보토가 21.2%로 MLB 전체 3위를 차지했으며, 김태균 선수는 20.0%로 KBO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즉, 그들이 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유인구에 흔들리지 않고 잘 참아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Z-swing%를 보면 두 선수 모두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도 쉽게 배트를 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두 선수 모두 자신 만의 핫 존을 가지고 원하는 공이 왔을 때만 배트를 휘두른다는 뜻으로, 그들의 대단히 뛰어난 인내심을 보여준다. BABIP - MLB 1위 & KBO 1위
조이 보토 선수와 김태균 선수의 가장 큰 공통점 중 하나는 높은 BABIP 비율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단순히 운에 의해서가 아니라 꾸준하게 평균 이상의 BABIP를 기록한다는 의미다. 조이 보토의2012년 BABIP는 0.404로 450타석 이상을 채운 MLB 선수 중에서 단연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2014년 김태균 선수 역시 0.405로 KBO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조이 보토와 김태균 모두 최근 몇 년간 리그에서 가장 높은 BABIP를 기록한 선수였다. 이 말인 즉,높은 BABIP 단순히 한 시즌에만 반짝 잘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그 비결은 앞에서 얘기했던 인내심이다. 뛰어난 인내심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공을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만들기 때문에 BABIP가 높게 나온 것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이는 두 선수가 12, 14시즌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 능력을 바탕으로 한 양질의 타구를 만들어 냈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단순한 타율 역시 각각의 리그에서 2위로 신기하게도 서로 동일하다. 위 표의 SPD 수치를 보면, BABIP에 영향을 주는 한 요소인 타자의 스피드 면에서 조이 보토 선수나 김태균 선수 모두 그렇게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김태균이 ‘김거북’으로 불리며 리그에서 대표적인 느림보로 통하는 것처럼, 조이 보토 역시 2011년 이후 10개 이상 도루를 기록한 시즌이 없다. 이처럼 느린 발은 두 선수의 또 다른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리그 최상위의 OBP
조이 보토 선수와 김태균 선수의 여러 가지 닮은 점 중에 제일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이 바로 높은 출루율이다. 이는 그들의 뛰어난 인내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이 보토 선수의 경우는 출루율로 모든 성적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는 2009년부터 메이져리그 1위의 출루율로 2011년까지 3년 연속으로 출루율의 꼭대기에 서있었다. 2012년 출루율은 무릎부상으로 인해 규정타석에 27타석 모자란 0.474이었는데, 27타석 모두 출루를 하지 못하였다고 가정하여도 무려 0.443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2012년 내셔널리그 출루율 1위인 버스터 포지의 0.408과, 아메리칸리그 1위인 조 마우어의 0.416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었다. 김태균 선수 역시 2014년 0.436 으로 출루율 1위를 기록했으며, 2012년 KBO에 복귀 이후 3년 연속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높은 연봉 그에 상응하는 타점과 팀 성적?
메이저리그에서 최강 1루수로 활약을 했던 푸홀스의 앞을 가로 막는 타자가 나타났으니 그 이름 조이 보토이다. 조이 보토는 2010년 547타수 177안타 37홈런 113타점 0.324의 타율과 1.024의 OPS로 소속팀인 신시내티의 1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가장 큰 공헌을 하며 내셔널리그 MVP의 영예까지 얻게 된다. 그런 보토에게 신시내티 레즈는 2012년 4월, 무려 2023년이 되어서야 종료되는 10년 2억25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안겨줬다. 이는 신시내티 팀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이다. 2012시즌 보토는 팀에서 꽤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조기에 시즌을 마무리했고, 중심타자임에도 불구하고 56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만다.
김태균 역시 2012년 지바롯데 마린스로부터 다시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로 복귀를 하게 된다. 연봉 또한KBO 사상 최고액인 15억 원의 거액을 받게 되며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부문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도, 타점생산 능력에서만큼은 높은 연봉이 무색한 활약을 보여줬다.
선수 한 명이 팀의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신시내티는 NL Central 4위, 한화이글스는 KBO 최초의 9위로 소속팀이 모두 리그에서 강팀으로 불리지는 못한다는 것 또한 둘의 얄궂은 공통점이다.
홈런은 아니지만 높은 장타력
조이보토 선수와 김태균 선수의 공통적으로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타점과 함께 홈런 개수이다. 그들은 팀의 클린업 트리오 타순을 담당하고 있지만 홈런 숫자에 있어서는 너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아쉽다는 말을 종종 듣고는 한다. 하지만 조이 보토 선수와 김태균 선수는 큰 스윙을 가져가는 거포형 타자가 아니다. 큰 스윙을 주무기로 하는 마이애미의 지안카를로 스탠튼, 토론토의 호세 바티스타 혹은 넥센의 박병호나 롯데의 최준석과는 정반대 유형의 선수인 것이다. 그들의 통산 한 시즌 최고홈런은 보토와 김태균이 각각 37개와 31개. 조이 보토 선수는 37개의 홈런을 친 그 시즌 외에 한 시즌도 30개의 홈런을 넘긴 적이 없고 김태균 또한 30개 이상 홈런을 친 게 2시즌 밖에 없으니 이들의 홈런 생산 능력은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팀의 최다홈런타자와 비교했을 때 장타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단지 홈런 개수에서만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높은 BABIP, 클린업 트리오의 타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BB%와 낮은 K%, 리그 정상에 위치한 출루율,아쉬운 타점 생산과 홈런 개수, 팀의 부진, 홈런은 적지만 뛰어난 장타 생산 능력 등 닮아도 너무 닮은 두 선수. 한 시즌만의 성적을 비교해 보았지만 둘은 통산 성적 면에서도 닮아 있다. 2015시즌은 두 선수에게 굉장히 큰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조이 보토 선수가 무릎부상에서 벗어나 과연 원래 그의 명성을 되찾을 것인지, 김태균 선수가 새로운 명장 하에 팀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을 것인지가 결정될 2015시즌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이 두 선수의 평행이론은 계속 될 것인가 지켜보며 시즌을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흥밋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칼럼은 '스탯티즈(STATIZ)'의 소중한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비즈볼프로젝트 윤윤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