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huaTHINK
6 years ago50,000+ Views
우리 집엔 어른 들이 다 돌아 가시고 큰 외삼촌 한 분이 계신다. 가깝기는 하였으나, 좀 기인(?)이시라 자주 뵙지는 않았으나, 이젠 나이도 많이 드셔서 돌아 가시면 후회가 될 까 하여 가끔 찾아 뵙는다. 원래 우리 외가 고향은 황해도지만, 외할아버지께서 청소년 시기에 서울로 내려 오셔서 살기 시작한 곳이 종로 부근. 정확히 말하면 옛날 어른들 쓰시는 단어로는 ‘왜정” 때,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에서 기거하면서 사환 일을 하시면서 학교를 다니셨고, 나이 드신 후 그 후 자리를 잡으신 곳이 지금 ‘서촌’에 해당되는 마을 중 하나이다. 그리고 삼촌도 그 동네에서 고등학교도 경복 고등학교를 나오시고 아직까지 살고 계시니, 우리 외가는 2 대가 그 동네에서 거주한 것이 된다. 어찌 되었던, 삼촌 사시는 곳과 가까운 데에서 뵙는게 편해 거의 매번 적선동 부근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 동네를 가면 언제나 어릴 적 외갓집에 간 생각이 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아지지만, 한편으론 돌아가신 부모님들 및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져 묘한 느낌을 느낀다. 그래서 살지는 않았지만, 애정을 갖게되는 동네가 경복궁 서쪽 부근이다. 저녁은 얘기 좀 하다보면 뉴스하는 시간이 되어 삼촌이 불안해 하시기에 매번 점심 때 뵙는다. 그러던 중, 몇 년 전 뵈었을 때, 삼촌 안색을 보니까 고기를 좀 드셔야 할 것 같아, “어디 고기 좀 먹을 만한 데 알고 계세요?”라고 여쭈었다. “아! 그래?? 따라 와.” 빠른 걸음으로 발을 먼저 떼신다. 원래 나이에 비해 워낙 건강하시지만, 아마 삼촌도 고기가 드시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 경원집은 경찰청 쪽에서 사직터널 가는 길 횡단보도를 건너면 경복궁역 입구 바로 옆에 골목이 있는데, 그 입구에서 약 25 미터 정도의 지점이다. “너 여기 모르냐?” “….” “여기 원래 유명해. 원래 피맛골에 있었는데, 여기로 온거야.” “네~~” 뭐, 족발 먹으러 온 것이니까, 일단 족발을 하나 시켰다. 그리고 메뉴에서 보니까 빈대떡도 있어, 그냥 시켜 버렸다. 삼촌이 좀 과한 것 아니냐는 눈치를 좀 주셨는데, “밥 대신 …”으로 흘려버렸다. ㅎ 삼촌도 내심 바라셨던 것 같다. 이 집 족발은 정말 윤기가 자르르르르르~하다. 얼마 전 까지 사무실이 공덕시장에서 엎어지면 무릅 닫는데 있어서, 공덕시장 족발 골목을 자주 갔었는데.. 아 참고로 말씀을 좀 드리면, 그 곳의 족발은 공덕 사거리에서 들어가는 입구 바로 앞에서 왼편에 있는 집이 가장 괜찮고, 순대국은 그 골목으로 들어가 왼편 (대흥??)의 것이 가장 좋다… 여튼, 공덕시장이나 요새 사람들 많이 가는 족발은 족발이 식은 상태로 서빙이 되지만, 경원집은 온기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족발의 껍질 부분과 콜로겐이 야들야들하면서 고소함이 더욱 많다. 그리고 족발 재료 자체도 좋고, 무슨 재주가 있는지, 양념 맛이 강하지도 않으면서 느끼하다거나 돼지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살코기 부분도 식감이 훌륭하여 소주면 소주, 막걸리면 막걸리가 솔솔 들어간다. 족발 얘기를 좀 더 해보면, 족발은, 물론 민가나 시골에서 삶아는 먹었겠지만, 예전엔 거의 중국집에서 팔았다. 족발과 더불어, 오향장육도 팔았는데, ‘오향’은 Five Spices라고 하여 중국의 유명한 향신료, 즉 허브 조합이다. 오향족발이나 오향장육은 특히, 명동이나 지금 시청 건너편 프레지던트 호텔 뒤 골목의 중국집에서 많이 팔았는데, 오향의 주재료은 팔각의 향과 정향?? 영국 애들이 담배같이 많이 말아서 피는 독특한 향에 맛이 달달한 허브 맛이 가장 잘 느껴져, 오향장육이나 오향족발은 느끼하지 않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 족발이 퍼지면서 삼겹살 팬들을 야금 야금 잠식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거의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좀 괜찮다하는 족발집의 몰리는 사람들과 인터넷에 올라가는 글들을 보면, 만일 삼겹살이 예전처럼 많이 팔린다고 하면 애주가 대부분이 하룻 밤에 족발과 삼겹살 두 가지를 꼭 먹는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나는 가능하다. ㅎ 예전의 주주 선수들이 모이면 이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무래도 일반적인 분들이 하드코어 돼지고기 요리를 연달아 드신다는 것은 좀 무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 무적의 삼겹살 자리를 위협하면서 족발이 퍼져 중국인이 경영하지 않는 족발집이 생기는데, 오향장육의 기본적인 맛은 많이 퇴색하고, 대신 우리의 돼지고기용 최고의 소스인 새우젓이 테이블에 꼭 끼어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제 족발은 어느덧 저녁 모임용 안주 톱 5 안에 위치하게 되었고, 예전엔 징그럽다고 먹지 않았던 여성들이 지금은 족발 뼈가 하얗게 드러나도록 발라 드시면서 소주 매상도 많이 올리신다. 삼겹살로 한 잔 잘 마시면, 맛은 좋지만, 몸에 냄새가 배어, 집에 갈 때 동네 견공들의 심경을 많이 건드려 시끄러워질 우려가 있었는데, 족발집이 좀 흔해 지면서 그런 걱정은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우리도 종종 족발집을 가는데, 뭐든지 갑자기 붐이 되면 부실한 면이 많아지는 법. 이제 흔해진 족발집에서 막상 발길을 유혹하는 곳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와중 삼촌의 소개는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감사한 마음으로 족발을 음미하는 중, 아까 주문한 빈대떡이 나왔다. 이 집 빈대떡은 그야말로 레트로 혹은 럭셔리 빈티지 스타일이다. XX 빈대떡이라고 체인도 있고, 많은 소주집에서, 그리고 특히 요새 전이 유행하여 구색 메뉴로 빈대떡이 올라가 있지만, 대부분은 식용유, 특히 집에서 ‘사라다유’로 불리는 콩기름등으로 대충 구워 내는데, 경원집은 원래 빈대떡 레시피처럼 직접 녹두를 갈아, 돼지 비계를 철판에 녹여 구워 내어 놓는다. 돼지 비계라고 하니까 좀 긴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삼겹살 생각 해 보면 고개를 끄덕이실 듯. 그리고, 돼지 비계 -> 돼지 기름으로 생각하여 혹시나 냄새가 나지 않을 까라고 의혹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아까 콩기름 얘기를 하여 좀 헷갈리시겠지만, 정말 만만의 콩떡이다. ㅎ 그런 냄새 없다! 오히려 보다 더 바삭하고, 업소에서 구우면 아무래도 콩기름을 많이 쳐야 하기에, 어떨 땐 콩 비릿내가 좀 나는데, 경원집 같이 오리지널 레시피로 빈대떡을 만들면, 그런 걱정이 없다. 특히나, 굽거나 지지는 것은 온도의 게임인데, 거의 50년 된 집은 그 경험이 출중하여 빈대떡이 최적화되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집은 단무지도 나오고, 아 정말 훌륭하게, 어리굴젓이 나오는데, 빈대떡 조각을 어리굴젓에 찍어 먹던지, 혹은 굴젓의 굴을 집어 얹어 먹으면, 그 짭쪼름한 바다의 맛이 녹두 빈대떡 바디감과 기묘하지만 왠지 무쟈게 친숙한 맛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빈대떡을 즐기다가, 소주나 막걸리 한 잔으로 입가심하고, 족발로 젓가락을 옮기는게 ‘경원집에서 행복하기’ 방식이다. ㅎ 피양도 말로 가끔 ‘맛있다’를 ‘멋있다’라고 한다. 좋은 식당에 가서 맛을 보면 나 혼잣말로 멋있다라고 하곤 하는데, 그런 집은 꼭 친한 사람들과 같이 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난 선후배들을 경원집으로 자주 데리고 가고, 얼마 전 이태리에서 사는 여동생 가족이 왔을 때도 삼촌 모시고 조카들도 함께 우리 형제가 다 모였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이 집을 갔던 사람들은 언제나 좋은 얘기들을 한다. 선배들은 칭찬을 하고, 후배들은 자기들 친구들과 또 오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엔 자기들이 술 사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ㅎ 이 글도 아주 길어졌는데, 경원집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요새 ‘서촌’이 뜨면서 많은 먹거리 장소도 알려 지는 것 같지만, 먹고나면 별 흥이 나지 않는 곳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예전의 홍대 모습처럼 가게 인테리어도 손 멋으로 꾸민 집도 많으나, 정작 맛은 동네 분위기에 맞지 않는 곳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전통방식을 지키는 궁중 요리나 사찰 음식과 같은 것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음식의 가치를 지키는 곳이 지나간 우리의 집과 동네의 모습을 지키려는 경복궁 옆 동네엔 더욱 어울리는 것 같이 생각이 든다. 이제 날도 좋아졌으니 출사도 하고, 고풍이 있는 경복궁 근처로 많이 가게 된다. 열심히 사진도 찍고 골목 골목 돌아다니다가 시장하시면 ‘경원집’ 한번 기억해 보시길 권해 드린다.
5 comments
Suggested
Recent
4번사진ㅋㅋㅋ 빛과같은 손놀림
빈대떡 먹고싶어요 ㅋㅋㅋㅋㅋ
진짜 튼실튼실 살이 마나 진짜 족발처럼 보이고 전 족발은 별루인데 이사진 보니 막~~땡기네요...ㅎ
악 가고 싶다;;;;;; 맛집 소개 감사합니다!
여기, 반갑네요 집근처라 자주 가는데 맛집이지요 :)
111
5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