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날님 @Cloudyday121 님의 골웨이 여행기를 보니 문득 떠오른 저의 골웨이 여행, 그래서 골웨이 추억팔이를 한 번 해보려고 사진첩을 뒤지다 더 마음에 다가온 곳은 골웨이에서 더 배를 타고 가야하는 아란군도들 중 가장 큰 섬, 이니쉬모어였어요. 이전에 가장 작은 섬인 이니쉬어 여행기를 썼으니 오늘은 가장 큰 섬 이야기를 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골웨이 여행기는 오늘도 미뤄둔다...)

아침부터 일어나 자전거로 주변을 한바퀴 돌고나니 촉박해진 배 시간에 부리나케 항구로 달렸던 우리는 벌써부터 지쳐 있었다. 아란군도의 세 섬 중 가장 큰 섬 이니쉬모어. 셋 중 가장 큰 섬이라지만 그럼에도 매우 작아서 폭이 4km, 길이 15km 정도밖에 안되는 좁고 긴 땅덩어리.
이 좁고 긴 섬을 구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다?
비록 아침 일찍부터 자전거를 타고 두세시간을 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답은 바로 자전거!

우리는 또 -_- 자전거를 빌렸다.
숙소에 짐을 두고 나오자마자 자전거를 빌려서는 신나서 바닷가부터 달렸다. 방금까지도 타고 와 놓고는 뭐가 또 그리 신이 났던지, 바퀴를 잡아끄는 모래밭도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딱 마치 제주도와 같던 풍경이 오랜 타지생활에 지쳐 있던 우리를 위로라도 하듯 친근하게 다가와서 그랬던건지 다시 또 힘을 내서 패달을 밟고, 출발! 당연히 목적지는 2000년도 넘게 섬 꼭데기를 굳건히 버티고 서 있는 돌로 만들어진 요새, '둔 앵구스'

조금 달리기 시작하니 펼쳐진 백사장에 또 잠시 멈춰 섰다. 바다, 풀, 백사장, 하늘, 언덕, 모두 구성요소는 우리의 것과 같을진데 어쩌면 이리도 이국적인 풍경이 되는 것일까. 딱 '유럽'스러운 풀들이 있다.

똑같이 돌담이 있고, 돌담으로 둘러싸인 초록들이 있지만 돌담을 구성하는 돌도, 초록을 구성하는 풀도 우리네 그것들과는 다르다. 대충 보면 우와 제주도다- 싶지만 또 달리 보이게 하는 이유는 그 조금 다른 요소들이 모이고 모여 그런 것 아닐까. 그래서 '우와 제주도같다!' 소리치면서도 계속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돌담 까이꺼 그냥 쌓으면 되는것 아녀?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또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냥 쌓아서는 절대 이런 모양새가 나올 수가 없지, 바람이 세게 불어도 넘어지지 않는 돌담에, 몇년, 몇십년, 어쩌면 몇백년 쌓여 있었을지도 모를 돌담을 한 번 담아 본다.

참. 말도 있다. 바다, 돌담, 말, 바람, 초록, 모두가 있지만 제주도가 아니다. 비록 위 사진은 매우 제주도 같다 싶을지라도 아니다, 아일랜드의 아일랜드, 아란군도 중의 하나인 이니쉬모어다. 제주도의 돌담도 돌담 전문가가 있다던데(제주도의 돌담들은 접착제로 쌓는 담이 아니다, 전문가가 무게 중심을 맞춰 쉽게 무너지지 않게, 견고하게 쌓는 것이다) 이 곳도 그런 걸까.

마치 끝이 없을 것 만 같은 풍경 속으로 계속 달린다.

그러다 잠시 쉬어가기로 한 곳에서 또 새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버려진 땅과 같은 폐허의 느낌이지만 사실은 몇천년간 사람의 손길이 끊이지 않은 풍경.

한국에서라면 휘 휘 먼지를 털었을 곳에도 그냥 털썩 앉아 버린다. 그리고 또 웃는다.
풍경이 경계를 녹인다.

드디어 그 끝에 달으니 2000년도 넘게 꼭데기를 지키고 선 요새가 드러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눈이 가 닿은 끝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들꽃

그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정말 무서운 것 꾹 참고 찍은 사진인데 찍고 보니 예쁘기만 하다.
(말도 안되게 무서웠는데 ㅜ.ㅜ)

모두들 마음 끝으로는 절벽 끄트머리를 잡은 채 팔을 내밀어 사진을 찍어 본다.

용기 내어 끝에 앉아 사진도 찍는다. 무서운 티는 사진에 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다 티가 난다. 너무 무섭다... ㅜ.ㅜ

그래도 꾹 참고 덜덜 떠는 마음 들키지 않게 또 같이 찍어 본다.
지금 다시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아. 조금 더 과감하게 찍을 걸 하는 아쉬움이.
물론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무서워서 또 안되겠지만 ㅜ.ㅜ

돌아 내려가는 풍경은 또 다르다. 구석 구석 따뜻하지 않은 곳이 없는 풍경
이런 풍경에 반해서 아직도 한참을 그리워 한다.
그리고.... 블럭이 모자라서 다음 편으로 나눠 써야 겠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