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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엄마 [엄마의 일기 #5]

엄마는, 여행을 하려고 해. 엄마는, 엄마의 여행가방을 꾸려보고 싶어.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에는 늘 짐이 많지. 열심히 챙겨도 두서너개쯤 꼭 중요한 걸 빼먹기는 하지만, 가득가득 채워진 그 짐 안엔 정작 엄마의 것은 없어. 생경한 파란 바람이 불면, 너희들의 옷 매무새를 만져주느라, 좋아하던 바람 냄새를 맡지 못했어. 깔깔깔 웃는 너희의 얼굴이 너무 이뻐 푸른 하늘을 바라볼 겨를도 없었어. 너희를 안고 업고 걷느라, 엄마는 들판을 바라보기만 했어. 여행지는 그림엽서처럼 그렇게 풍경으로만 낯설게 남았네. 엄마는 풍경 안으로,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
아기였네. 둘 다. ^^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엄마는 저 곳이 떠올랐어. 너희들과 내가 행복하게 머무는 그 시절. 그 바닷가. 엄마는 여행을 가야겠어. 어디쯤 두고온 나와 만나고 싶고, 너희와 함께했던 나의 어제도 찾고 싶다. 엄마는, 가장 가벼운 여행가방을 꾸릴거야. 계획도 세우지 않을거야. 밥은 굶을 수도 있고, 하루종일 멍하게 있을수도 있고, 아무 풍경도 보지 않고 잠만 잘지도 모르겠어. 그러다 울면 어쩌지. 그런 여행을, 엄마는 그렇게 여행을 하고 싶어. 엄마의 여행에는 낯선 여행지 뿐 아니라 시간이 켜켜히 있어. 지나온 시절과 놓쳐온 어제와. 이들을 만나지 않으면 내일로 갈 수 없을 없을 것같은 절실함. 그래서 엄마의 여행은 과거로부터 출발한단다. ******** 엄마의 일기 여자의 일기 엄마. 이 지극히 평범한 두 글자에, 나는 무엇을 숨겨두었나. http://www.vingle.net/collections/4415303?cshsrc=ka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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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행복하지 않았던게 아닌데 같은눈물이 흐릅니다.. 왜일까요, 아무도 알수 없고 알려고도 하지않는.. 그런 엄마사람의 남은 생을 어떻게 수놓아야할지..자꾸 우울해지네요ㅠ
@panwa2000 봄이라서. 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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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마감인 시 원고를 하나 넘겼다. 사실 계속 욕심이 생겨서 고치고 또 고치면서 오래 붙들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는 아예 다른 시가 떠올라 내친김에 한 편을 더 써냈다. 사실 나는 잡지에 발표하는 시에는 크게 미련이 없다. 문학상은 대개 잡지에 발표된 시나 출간된 시집, 혹은 투고 원고 중 하나를 선정해 수여하는 방식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나는 아마도 잡지에 발표된 시에 상을 주는 방식의 문학상은 절대 탈 수 없을 거다. 적어도 당분간은. 어차피 잡지는 내 개인 작품집이 아니라서, 일단 발표하고 계속 퇴고를 거듭해 시집에 실으면 된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대충 써낸다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면 나도 좋은 시를 발표하고 싶지만 내 시작 방법이 워낙 고치고 고치는 게 익숙하다 보니, 마감에 쫓기게 돼서 그렇다. 잡지를 구독하는 독자들을 우롱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를 새로 쓰다 보니, 이제는 최대한 발표 시에도 공을 들여볼까 생각한다. 왜냐면 이전까지는 조금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전보다는 조금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다못해 소설도 시절을 바투 따라가는 판에, 시를 쓰는 사람이 자꾸 시대와 작품의 시차를 너무 벌리는 것은 게으름 탓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의성을 생각하고 시를 쓰지는 않지만, 또 그것을 크게 지향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 안에 알게 모르게 당시의 시절이 스며든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조금 용기를 내고, 또 생각을 바꿔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