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da80
2 years ago10,000+ Views
중 2 때 처음 내 방이 생겼어. 침대도 책상도 커튼도 문에 걸어놓을 인형도 내가 골랐지. 벽에는 내가 좋아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피아노 위에 올릴 물건들을 선별하느라 긴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 그렇게 그 방에서 12년을 보내고 결혼을 했네. 결혼할 때는 수아가 없었으니까 내 방이 있었지. 비록 남편과 같이 쓰는 책상이지만, 2인용이었으니 널찍했고, 내 컴퓨터도 따로 있었어. 침대를 누군가와 같이 쓴다는 게 제일 불편했지만 뭐 그것도 곧 익숙해졌지.
지금은 세 식구가, 방 세 개인 집에서 살고 있어. 하나는 수아 방, 하나는 침실, 그리고 나머지는 남편 방이야.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남자에겐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대. 여자는 집 전체를 내것인듯 쓸 수 있지만 일하고 돌아와서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남자들은 힘들 수 있다나. 내가 또 책 읽고 실천 잘 하잖아~ 남편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이 사람도 자기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래서 냉콤 방 하나를 남편만의 방으로 만들어주었지.
괜찮았어. 각자 방에 들어가 하고 싶은거 할 때도 있고. 집이 작으니 다같이 거실에 나와서 놀 때도 많았고. 남편은 회사에 가고 아이는 학교에 가면 나 혼자 있는 시간은 집 전체가 내 방이니까...... 라고. 그런데, 이 집이라는 공간이 내게는 일터잖아. 언제부턴가 일터에서 내 취미생활을 한다는 게 생각만큼 편하지 않구나 느껴지더라고.
뭐 내 취미야 독서니까. 공간 차지하지도 않고 특별한 제약도 없는데. 집에 모든 책들은 거실 책장에 빼곡히 꽂아놓았고 바로 앞에 식탁도 놔두었으니 거기 앉아서 책 읽으면 딱인데 말이야. 그런데도 왜 굳이 내 방이 갖고 싶은 걸까. 내 공간이 갖고 싶은 걸까. 나도 숨고 싶은 공간이 있어야 하는 걸까. 앉아서 책을 읽다 보면 눈에 밟히는 빨래거리. 방바닥. 먼지...... 그다지 열심히 집안일 하는 주부가 아닌데도 계속 거슬려. 끝내는 읽던 책을 덮고 일어나 쓸고 닦게 되네. 그래서 내 방이 갖고 싶나 봐.
내 방 갖고 싶다고 넓은 집으로 이사할 형편은 안 되고...... 남편 좋아라하는데 같이 방 쓰자 하기도 그렇고...... 에잇! 봄맞이 대청소나 해야겠다! 버릴 거 싹 다 버리고 내 공간 만들어서 책상 놔버릴거야! 여긴 내 공간이니까 출입금지! 해야지!!!! 히힛. 생각만해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네! ^^ 엄마도 엄마만의 방이 필요하다구우!!! https://www.vingle.net/collections/434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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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집 전체를 자기 공간처럼 쓴다고들 하지만, 자기만을 위해 쓰는 공간인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전 엄마야 말로 집에서 가장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엄마는 집이 일하는 공간이나, 또다른 노동의 공간이 될 때가 많은데, 휴게 공간도 없는 직장은 있을 수 없죠. 엄마들의 자기 방,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olida80님 꼭 자기 방이 생기는 때가 오길 바래요.
저는 지금까지 저만의 공간을 가져본적이 없네요ㅎㅎ
샤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벽에 있던....시절...그립네요. ^^
@olida80 넹ㅎ혼자 자 본적도 없지용ㅎ어릴땐 아빠엄마랑 같이 자고 그러다 좀일찍 지금의 신랑 만나서 한방에서 같이 시간 보내지요ㅎㅎ 방이 두칸 뿐이라 제 방은 꿈도 못꿔용ㅎㅎ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답니다. 가끔씩 한평짜리 공간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네요... 안방화장실을 내방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가 거실베란다를?... 그러다 결론은 그냥 거실에 있는 테이블이랍니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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