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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차이나머니’ 뒷배경은 화상?

‘화상’(華商)이란 용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그 이런 화상아’할 때 화상이 아니라 외국에 사는 중국계 상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갑자기 화상 이야기를 왜 하지?’ ‘중국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중국계 상인이야 얼마 되겠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하지만 화상의 파워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일단 규모면에서 웬만한 국가보다 훨씬 많습니다. 2014년 자료를 보면 화상의 인구는 무려 48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 만해도 1000만개에 육박합니다. 웬만한 국가의 인구수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입니다. 이들이 보유한 유동자산도 무려 2조 달러(약 2300조 원)가 넘습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5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죠.
이들은 1991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세계 회상대회도 열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뽐내기 위해서죠. 세계 화상들의 경제력이 막대한 탓에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2005년 제8차 대회를 서울 코엑스에서 연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화상 네트워크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제4제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미국·유럽연합(EU)·동북아(중국·일본) 등 3대 경제 축과 맞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이런 화상을 ‘효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가 ‘차이나머니 공습’에 떨고 있습니다. 엄청난 자본력을 앞세운 차이나머니가 돈 될 만한 물건을 싹쓸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후진국 위주의 싹쓸이라고 폄하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스위스는 물론이고 미국 기업들도 차이나머니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쉐라톤호텔 등을 보유한 스타우드호텔&리조트월드와이드입니다. 이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안방 보험그룹의 13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짜리 인수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재미난 것은 지난해 스타우드는 메리어트한테서 122억 달러를 받고 인수합병(M&A)하기로 계약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안방보험이 불과 일주일여 전 인수전에 뛰어들며 웃돈을 제시하니 메리어트와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죠. 안방보험이 내민 웃돈이 무려 8억 달러이기 때문에 메리어트에 위약금 4억 달러를 건네고도 4억 달러가 더 남는 장사입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무서운 가로채기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더 놀라운 것은 이같은 중국기업의 가로채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들어 이달(3월) 16일까지 중국 자본이 사들인 해외 기업은 1020억 달러에 이른다”며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자본이 해외 기업을 사는데 들인 돈인 1060억에 맞먹는 엄청난 액수”라고 놀라워했습니다.
특히 더 놀라운 사실도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올 들어 세계 M&A 추세가 한풀 꺾였는데도 중국의 가로채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들어 전세계 M&A 규모는 3300억 달러 정도입니다.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죠. 하지만 이중 3분의 1이 중국자본의 몫입니다. 전 세계 M&A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말입니다.
중국 자본이 눈독 들이는 명단에는 한국기업도 있습니다. 올 들어 차이나머니가 국내 상장기업 지분을 대량 사들이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중국 자본이 지분 투자에 나선 주요 기업을 보면 웹젠, 소리바다, 넥스트아이, 한국콜마, 처음앤씨, 디지털옵틱, 덱스터 등이 있습니다.
웹젠의 경우 NHN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9.2%를 중국 게임사 아워팜 계열의 ‘펀게임’에 팔았습니다. 아워팜은 웹젠의 모바일 게임 ‘뮤 오리진’의 중국 버전인 ‘전민기적’을 개발한 천마신공을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해 화제가 된 중국 거대 게임사입니다. 아워팜은 지분율 19.24%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27.2%에 이어 웹젠 2대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소리바다도 상하ISPC의 자회사로 홍콩 소재 유한회사인 ISPC가 지분 10.25%를 취득하면서 지배주주 지위를 얻었습니다. 이같은 중국자본의 한반도 공습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차이나 머니 공습에 대해 세계 언론의 시각은 곱지 않습니다. 중국자본의 기업사냥 자금이 베이징 권력자의 뒷돈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죠.
미국 경영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의 해외 M&A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강력히 펼치는 부패사냥을 피해 검은 돈이 해외로 탈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갈수록 떨어지는 위안화 가치를 감안해 위안화 표시자산을 줄이려는 전략적 의도가 숨었다는 주장이죠. 게다가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에 기존 중국 내 비즈니스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기업이나 자산을 사들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시각은 호황이나 버블의 끝물 현상이라는 주장입니다. 1929년 대공황 직전 미국 자본이 독일 회사를 사들였고 80년대 후반엔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과 자산을 사냥했던 것처럼 중국기업들도 해외 M&A 열기는 마지막 불꽃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한마디로 화려한 불꽃은 남긴 뒤 서서히 사그러들 것이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은 빚을 내 해외 기업을 사냥하는 중국기업들의 M&A 방식이 실패하거나, 인수 후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M&A의 저주에 휩싸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처럼 중국 M&A 열기가 쉽게 사라질까요. 최근 중국 국유기업 화공그룹(CNCC)은 약 430억 달러(약 52조3700억원)에 세계 최대 농약업체이자 3위 종자생명공학 기업인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했습니다. 가전 업체인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에, 부동산·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다롄 완다그룹은 미국 영화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각각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재미난 것은 이같이 막대한 돈이 오가는 인수전에 월가 은행이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신 HSBC와 씨틱은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자문단을 이뤘다. 모두 중국은행이거나 중국 쪽에 거점을 둔 은행입니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M&A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해외 M&A 거래는 투자은행의 짭짤한 수익원으로 떠올랐지만 월가 은행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죠.
중국기업이 중국계은행을 선호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우선 중국계은행은 중국 규제 당국과 가까워 해외 투자에 나서는 기업의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정치적 조류변화를 잘 감지하고 지방기업과도 끈끈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또 국제적 M&A를 여러 차례 주선하면서 노하우도 풍부해졌고 미국이나 유럽은행과 비교해 수수료도 저렴한 편입니다. 이러니 중국기업들이 중국계 은행은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큰 수익원을 빼앗긴 월가는 어떻게 할까요. 언론을 동원해 중국의 공습이나 과거 일본처럼 중국이 미국 알짜기업을 싹슬이 한다 등 중국M&A에 대한 나쁜 시각을 전하는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외신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이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자본력 싸움은 막강한 달러 위세를 등에 업은 미국이 충분히 상대할만 합니다. 문제는 4800만 명에 달하는 화상들이 수집하는 엄청난 정보력이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화상들이 자신들의 정보력을 활용해 중국기업에게 돈이 될 만한 정보는 물론 기업까지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미국 등 유럽 기업들은 도저히 흉내 내기 힘든 부분입니다. 외국으로 이민가면 본국은 거들떠도 보지않은 서양인들의 눈에는 이런 ‘효자 화상’이 부럽기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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