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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커피에 관한 팩트북… 취재소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

Fact
▲프랑스 작가 ‘파루삭’은 ‘근대재판론’이란 글에서 커피를 극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파루삭’이란 인물은 없다. ▲‘근대재판론’이란 글도 없다. ▲‘파루삭’은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Balzac)를 일본 사람들이 발음하기 쉽게 쓴 일본식 표기다. ▲그리고 그가 썼다는 ‘근대재판론’은 ‘커피의 즐거움과 고통’(The Pleasures and Pains of Coffee)이란 글로,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것이다. ▲작가 장상인씨는 신간 소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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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위 속에 향기높은 커피가 들어가면 엄청난 커피의 활약이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보병부대가 신속하게 기동하여 전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억은 다시 살아나고 두뇌의 논리적인 활동은 사색을 더욱 촉진시키며, 전투부대와 같이 정신작용이 전개된다. 위트는 명사수가 쏘는 탄환같이 튀어나오고, 백발백중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글을 쓰면 명문이 계속 나온다.”
‘파루삭’의 ‘근대재판론’에 나와 있다는 글귀다. 대표적인 커피 예찬으로 꼽히는 이 글은, 미안하지만 거짓이다. 파루삭(Parusak)이란 사람도, 그가 썼다는 ‘근대재판론’이란 책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루삭’은 발자크를 일본식 발음으로 표기한, 일종의 오기다.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를 일본 사람들이 발음하기 쉽게 ‘파루삭’이라 한 것. 이 일본 표기를 누군가가 확인없이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서 생겨난 가공의 인물이 ‘파루삭’이다.
‘근대재판론’이란 책도 없다. 이 문구가 담긴 발자크의 글은 ‘커피의 즐거움과 고통’(The Pleasures and Pains of Coffee)이란 글로, 인터넷에 떠도는 ‘근대재판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번역도 성글다. 번역문에는 “위트는 명사수가 쏘는 탄환같이 튀어나오고, 백발백중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글을 쓰면 명문이 계속 나온다”는 문장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원문에는 이런 문장이 없다.
(원문 참고; it brutalizes these beautiful stomach linings as a wagon master abuses ponies; the plexus becomes inflamed; sparks shoot all the way up to the brain. From that moment on, everything becomes agitated. Ideas quick march into motion like battalions of a grand army to its legendary fighting ground, and the battle rages. Memories charge in, bright flags on high; the cavalry of metaphor deploys with a magnificent gallop; the artillery of logic rushes up with clattering wagons and cartridges; on imagination’s orders, sharpshooters sight and fire; forms and shapes and characters rear up; the paper is spread with ink-for the nightly labor begins and ends with torrents of this black water, as a battle opens and concludes with black powder.)
필자 장상인씨는 신간 소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에서 이같은 사실을 처음 밝혔다. 이 책은 소설이라기 보다 논픽션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출판사(티핑포인트)는 책에 ‘팩트 소설’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소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은 커피에 관한 소문과 사실을 구별하고, 커피에 대한 허위와 진실을 구분하며, 커피에 대한 풍문과 논란을 정리하는 일종의 팩트북이다. 필자는 파푸아뉴기니와 미국 곳곳, 일본 전역, 국내의 유명 커피숍을 샅샅이 훑으며 직접 맛보고 취재한 커피 이야기에 가공의 인물을 우려내 따끈한 한 잔의 소설을 끓여냈다.
22일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작가는 “이 소설을 쓰는데 5년이 걸렸다”고 했다. 모티브는 인천공항 근처의 한 커피숍. 향이 좋은 커피를 찾아 즐기는 작가는,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커피숍 사장 부부를 보면서 ‘언젠가 저 사람들을 소재로 커피 이야기를 써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커피 이야기답게, 소설 스토리는 로맨틱하고 향기롭다. 주인공들은 브람스라는 카페에서 만나, 바흐의 오페라 ‘커피 칸타타’를 듣고,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이야기한다.
이란성 쌍둥이인 강리나는 오랫동안 외국에 살다 들어와 정착하려 한다. 강리나는 쌍둥이 남동생의 후배이자 커피 수입업자인 원배와 커피숍을 차리기로 한다. 여기에 원배의 후배이며 바리스타인 김지훈이 가세한다. 리나, 원배, 지훈은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쳐 커피숍 ‘천사와 악마 1호점’을 오픈한다. 그 사이 지훈은 6살 연상인 리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감정은 결국 집착에 가까운 비뚤어진 형태로 표출되면서 그들 사이의 분열을 일으킨다.
소설은 커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강리나를 통해 파푸아뉴기니의 커피농장 모습, 커피체리~생두까지의 가공 과정, 커피가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인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 일본의 커피 박물관과 독특한 카페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커피숍을 하나씩 소개해주면서 독자들을 커피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커피, 인도네시아 루왁 커피 등 독특한 커피의 탄생배경과 맛에 대한 품평도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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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장상인씨는 2009년, 단편 ‘귀천’으로 72회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등단작가. 대우건설 홍보실장과 팬택 전무를 지내고 2008년 홍보 컨설팅 회사인 JSI파트너스를 창업한 기업인이자 ‘현해탄 파고(波高) 저편에’ ‘홍보는 위기관리다’ 등의 책을 쓴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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