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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마, 나 이래 봬도 양말이야!

대략적인 양말의 역사

양말은 도대체 언제부터 신게 되었을까? 선사시대부터 나뭇잎이나 동물의 가죽으로 발을 감쌌다는 기록이 보이는 걸로 보아 매우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대적인 모양의 양말이 등장하기 전까지 양말은 신발과 별로 구별되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르네상스 이후 왕과 귀족층에서 오늘날 양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모양의 양말을 신게 되었다. 대체로 비단이나 실크 그리고 린넨으로 만든 양말이 주를 이뤘고, 당시 양말은 사치 품목으로 분류되어 권력자나 자산가만 입을 수 있었다. 일반 평민이 양말을 처음으로 입을 수 있었던 때는 16세기 후반기에 들어서부터이다. 1527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편물양말조합이라는 게 설립되는데, 이를 계기로 1570년대 이후 유럽의 평민들도 양말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오늘날과 같은 양말의 모습은 바지의 발전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바로크 중기까지만 하더라도 남자는 짧은 스커트 모양의 바지와 타이즈를 신었지만 이후 바지가 점점 길어졌다. 17세기에 접어들면 바지 길이가 무릎길이까지 내려오면서 무릎 부위는 양말과 바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때부터 남성 복식사에서 현대 양말의 중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17세기 후기, 양말은 드디어 의복에서 장식적 기능을 하게 된다. 당시 로코코 시대를 대표하는 남성 바지는 캐논(canons; 전등갓 모양의 무릎 장식)이 장식된 니 브리치즈(knee breeches)였다. 이는 무릎길이의 바지에 양말을 장식효과로 사용했다. 주황, 초록, 빨강, 검정, 흰색, 회색 등이 이때 쓰인 장식적 색이다. 주로 져지, 린넨, 실크 천으로 이런 색깔을 구현했다고. 영국에서도 1656년 런던에 양말편제업자조합이 설립되어 양말이 대중적으로 공급되기에 이르렀다. 17세기 말 경이 되면, 영국은 유럽 제일의 양말 산업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이후 양말편직기계에서 생산된 양말이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각 나라 역시 독자적인 양말편직기술을 개발을 통하여 현재에 이르렀다고....복식사는 전한다.
복식사의 중심에 있지 않았지만,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양말. 확실히 양말은 재킷의 역사보다 오래되었다. 하지만 근대 복식이 자리 잡으면서, 양말은 남자의 복장 중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아이템 중 하나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바지가 종아리를 덮는 위치까지 길어지면서, 양말은 바지와 구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말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팬츠 기장이 구두끈을 묶은 곳에서 한 번만 살짝 접힌다면, 양말은 걸어 다닐 때 살짝살짝 보이게 된다. 이탈리아 남성들처럼 팬츠를 짧고 타이트하게 입는다면 양말은 그대로 보인다. 앉아 있을 때 역시 완전히 드러난다. 그런 까닭에 양말은 현대에 와서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승격했다. 스테파노 팔라티가 한 파티 장소에서 보여준 양말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팔라티는 올 블랙 룩에 오로지 양말만 오렌지 색깔을 신었는데, 그 해 모든 룩 중에서 단연 발군이었다고.(회자된다나..--;;)

양말, 에티켓을 말하다!

여하튼, 요즘 양말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값싸고 다양한 디자인의 패션 양말이 지하철 매장과 거리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다. 운 좋으면 질 좋고 디자인 괜찮은 양말을 켤레 당 500원에 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맨이 아무 양말이나 신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점잖은 네이비 수트에 수누피 캐릭터 양말을 신고 일식집 테이블에서 비즈니스를 위한 식사를 할 수는 없다. 구두를 벗는 순간 상대방에게 우습게 보일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 물론 커피숍이나 회의석 상 의자에서도 수트를 입고 앉을 때 맨 다리(종아리)가 보여서는 안 된다. 적어도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그렇다. 이건 에티켓의 문제다. 요즘 양말을 신지 않은 채로 구두를 신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보면, 옷 좀 입는다는 젊은 층의 60-70%는 양말을 신지 않고 구두를 신고 돌아다닌다. 물론 나 역시 맨발로 구두를 신고 다닌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신발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갑자기 지인의 집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때가 찾아오곤 했다. 상당히 난처하고 민망했다. 나보다 연장자인 사람이 눈으로 나의 맨발을 볼 때 어떤 생각을 할까? 말은 하지 않지만, ‘예의 없는 놈’으로 낙인찍히는 건 순간이다. 그래서 이 현상을 개인적으로 곰곰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맨발로 구두를 신는 행위는 아주 근래 들어 생긴 습관인 듯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였다. 그러던 것이 이탈리아 피티 워모 현장이 매스컴을 타면서 맨발로 구두를 신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남자의 복숭아 뼈가 보이는 것이 섹시하다는 서구적 시각이 투영된 트렌드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서구의 생활양식은 집에서도 신발을 신는 문화다. 우리와는 완전히 반대다. 우리는 신발을 신고 밖에서 생활하다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다. 하지만 서구는 그 신발을 집 안까지 신고 들어간다. 양말을 신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될 거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내에서는 반드시 신발을 벗는 게 문화적 관습이다. 그러니 양말을 신고 안 신고는 매우 큰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양말을 신자. 멋 때문에 양말을 신지 않는다면, 만약을 대비해서 여분의 양말은 반드시 가지고 다니자. 어떤 장소의 어떤 상황에서 불상사가 발생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비즈니스맨이 양말을 입는 방법

사실, 양말은 신는 게 아니라 입는다는 표현을 써야한다는 말에 동감한다. ‘입는다’고 생각해야 실수할 확률이 줄어든다. 양말을 입고 있는 위 사진을 보자. 이 사진들은 얼마 전 빙글에서 양말에 대한 카드를 작성하신 분이 올려주신 거다. 참으로 다채롭고 휘황찬란한 디자인이다. 멋지긴 한데, 비즈니스맨들은 저런 양말을 입는 모험을 해서는 안 되겠다. 물론 색깔 있는 양말이나 아가일 체크로 포인트를 줄 수는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캐주얼한 룩에 한정되어야 한다. 사진에 보이는 거의 모든 룩들은 캐주얼에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양말이다. 일단 비즈니스맨들이 양말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게 소재다. 남자가 서구의 상류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4가지 다른 무게의 양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게 바로 소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기억하자. 양말의 필수 소재는 실크, 울, 면 그리고 실로 짠 양말이라는 걸.
수트를 입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위 4가지 소재를 바탕으로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오는 긴 양말을 입어야 한다. 양말은 크게 짧은 양말(Socks)과 긴 양말(Knee Socks)로 양분하는데, 수트와 함께 입는 양말은 긴 양말이다. 장딴지가 들어나지 않는 양말이 비즈니스 웨어에 적합한 클래식한 양말이다. 수트 색상에 맞추거나, 구두 색상에 맞춰 긴 양말을 입어주는 것이 클래식한 에티켓임을 잊지 말자. 참고로 양말 색상 또한 짙은 색상의 네이비, 그레이, 브라운이 기본이다. 포인트로 퍼플이나 올리브 계열을 입을 수는 있으나, 이때에는 포켓스퀘어의 색상에 맞추는 것이 무난하다. 명심할 것은 반드시 짙은 색상이어야 한다는 거다.

비즈니스 웨어에 어울리는 양말

아래 사진들을 보면 비즈니스맨들이 어떤 양말을 입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쉬울 것이다. 기본을 마스터 한 다음에 화려한 색상과 대담한 패턴에 도전해도 늦지 않으니까.

결론적으로 양말은 입는 사람의 센스를 말해주는 척도이자 에티켓을 드러내는 마지노선이다. 비즈니스맨에게 후자가 전자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센스를 위해 에티켓을 희생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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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zy23 자신이 캐주얼한 차림이라면 유니클로 양말이 매우 좋습니다. 가성비 갑인 양말인 것만은 분명하지요.ㅎ 수트를 입어도 종아리 부근까지 올라오는 양말이라면 그럭저럭 입을 만합니다. 앉을 때 간신히 종아리를 가려주어 입을 만합니다. 좀더 클래식한 양말을 원하시면 알란스 매장에서 파는 양말이 괜찮습니다. 바나나리퍼블릭에 있는 양말도 괜찮긴 한데 좀 가격이 비쌉 편입니다~
이래 봬도
양말에 중요성을 알게됏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양말은 어디 추천 브랜드가 잇을까요? 잘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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