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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다.

내 꿈은 대부분이 3인칭 시점이다. 이상하게도 내 기억도 때로는 3인칭이다. 하루는 꿈에서 죽어가기위해 살아가는 나를 보았다. 사실 꿈은 별 의미도 내용도 없었지만 내 눈에 보이는 나는 죽어가기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 후 살기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이 지칠 때면 그 꿈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곤 했다. 지금은 죽기위한 삶은 아니지만 살기위한 삶도 아니다. 그냥 살아지는 삶. 등떠밀려 살아지는 삶 같다. 대학교 전공시간에 배운 것들이 참 많이도 생각이 나는 요즘이다. 사회적 시계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나는 이번 시간에 찾아 온 숙제를 끝내고 나니 다음 시간에 기다리고 있는 숙제를 위해 살아지고 있다. 이 살아지는 삶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또 다른 부분에서 즐거움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 을 알고 있다. 전공시간에 나는 학문이 아닌 인생을 배웠나보다. 죽기위한 삶보다 비참하지는 않지만 살아지는 삶도 그리 좋은 건 아니다. 살아지는 순간 나는 점차 사라진다. 예전의 나를 되찾기 위해 아등바등, 새로운 나를 찾기위해 아등바등 애써야만 한다. 돌아가고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움직여야한다. 살기위한 삶을 살기위해 사라진 나를 찾는 일, 살아가기 위한 삶을 살기위해 새롭게 나를 찾는 일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예전처럼 끊임없이 책을 읽고 꾸준히 글을 쓰고 기록하는 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를 수 있도록 새 자전거를 사고 밤 바람을 쐬러 가는 일. 또 다른 즐거움을 위해 기타를 배우는 일. 지금의 나를 고양시키기 위해 좋아하는 락밴드의 공연을 찾아가는 일. 이런 사소한 일 따위들이 나를 살고 싶게 만들고 살아가게 만든다. 더 이상은 살아지는 삶이 아닌 내가 살기위해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겠다. 누구도 사라지지말아요.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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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지는 게 아닌 살아가는 삶을 살아보려고 매일 아침마다 다짐하지만 늘 그렇듯 어제의 기억들과 습관들을 버리지 못하고 반복되어 살아지는 삶을 사네요... 부디 모두 살아가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hyperbolic님은 살기위한 삶을 살고있나요?
사라지는 걸 느끼는 건 참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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