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ado
5 years ago50,000+ Views
재지팩트 다크나이트라고 하려다가 말이 안되길래 그냥 재지팩트라고만 하려다가 또 그것도 말이 안되길래 그냥 재지팩트 라이즈라고 하고 이만 재지팩트 편을 마치려고 합니다..(인트로까지 하면 삼부작이니 봐주세요) 나름 이것도 스트레스가 있더라구요 요즘에야 쇼미더머니니 뭐니 해서 워낙에 안 유명한 랩퍼들도 금방 다 유명해지고 해서 재지팩트가 막 나오던 시절의 분위기가 어색할 수도 있겠는데요.. 단적으로 이전까지는 안 유명한 언더의 랩퍼가 무대에 나와서 랩하고 그러면 어색하게 [윤도현의 스케치북 - 무브먼트 편]에서 봤던 깜대로 푸쳐핸접하고 '와 말 빨리하네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 였는데 이제는 푸쳐핸접이 정말 자연스러워지고 젊은 층에서 언더-힙합이나 혹은 그냥 힙합이 그냥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다들 살면서 대학 축제건 어디서건 라이브 힙합 공연 본 경험들이 한번 쯤은 있을 것이구요.. (사실 클럽에 놀러가는 것도 여기에 포함시켜야죠) 이 분기점에 재지팩트(빈지노)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빈지노를 그냥 흔한 얼굴 잘생긴 인기많은 랩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 아주 큰 오산이며 특히 빈지노의 인기가 아주 많아진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런 소리를 건전한 비판인양 하시는 분들이 점점 생기고 있는데요... 이 분들의 사고패턴을 빌려서 잘생긴 얼굴과 결과물 그 자체를 평가의 대상에서 분리할 수 있고 이를 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빈지노의 인기 = 컨텐츠의 영역 (99.9%), 얼굴 (0.1%) 라고 생각합니다 즉 얼굴이 잘생겨서 사람들이 좋아한 건 확실한데 얼굴로 떴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빈지노보다 덜 유명한데 더 잘생긴 사람도 많고.. 근데 만약 빈지노가 못생겼다면(?!) 이렇게 성공할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 라는 반문이 가능하고 무언가의 억하심정이 느껴지는 이런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것은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내가 임마보다 부족한게 도대체 뭐야.. 그것은 바로 얼굴.. 이런 느낌) 대답하자면 제이지는 잘생기지 않았습니다.. 개성있는 얼굴이기는 합니다. 이런 흥미로운 질문들을 뒤로 하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빈지노가 가진 위상은 기존의 한국 힙합의 범주에 있지 않다는 겁니다. 어떤 가사에선가 빈지노가 '개코 다음 누구, 버벌 다음 누구, 메타 다음 누구' 라는 식으로 기존 씬의 플레이어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빈지노가 솔로 1집 이후로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는 슬럼프는 기존 씬과 자신이 가진 위상의 괴리감에서 비롯되는 측면 또한 있습니다. 어떠한 씬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 것이냐(포지셔닝), 라는 삶에 대한 근본적이진 질문에서 비롯되는 문제인 셈입니다. P'SKOOL에서 빈지노의 포지셔닝은 프라이머리가 만들어주었습니다. 프라이머리가 가사를 써주었다는 말이 아니고, 빈지노가 가사만 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즉, 빈지노가 가사를 씀에 있어서 어떤 곡을 만들어내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를 그 스스로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빈지노라는 아티스트의 방향성과 만들어지는 컨텐츠 사이에 틈이 있었고, 그 틈을 프라이머리가 수월하게 메꾸어 주었습니다. 즉 아티스트로서의 방향성이 곡에 투영되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재지팩트는 그야말로 24살 빈지노라는 인간의 방향성이 아주 자연스럽게 담길 수 있는 프로젝트이며 작품이었습니다. 어릴 때 부터 같이 해온 시미트와이스라는 친구이자 프로듀서가 옆에 있었고, 어릴 적부터 그와 함께 공명했던 것들이 있을 것이며, 굳이 만들어야겠다 해서 만든 것이 아닌 당연히(즐겁게, 설레며) 만들 수 있었던 상황이자 작품입니다. 이전에 에이샙 라키를 빈지노랑 비교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국 온다면서요) 에이샙 라키가 센세이션이었던 건 'A$AP'이라는 심볼이자 프로젝트이자 작품이자 '친구'들은 일부러 만들려고 만든 것이 아닌 만들어져 있던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친구들이죠. 그럼 나도 어릴 때 부터 친한 친구들이랑 작업도 같이 하고 하는데 나는 왜 빈지노처럼 안되는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그게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자 이번 포스팅의 결론입니다. 한국에서 힙합 컬쳐라는 것은 항상 어떤 어색함을 담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글 앞에서 밝힌 바 대로 지금 힙합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정착하기 전에는 바지 내려입는 희한한 문화, 발라드 못 부르고 얼굴 좀 덜 잘생긴 애들이 누리는 문화라는 인식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 어색함은 디트로이트 힙합 컬쳐를 통째로 들고 와서 바로 한국에 던져놓음으로써 생겼습니다. 느끼는 사람도 있고, 느끼지 못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어색하지 않지만 우리는 분명히 어색해 했습니다. 그런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준 게 빈지노입니다. 재지팩트의 트랙리스트에는 그의 나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소하고 그렇기 때문에 귀엽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담백하고 오글거리지 않죠. 나 스물넷이라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왠지 앞으로 좀 잘 나갈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적은 나이지만 그래도 나이 좀 먹으니까 굳이 세상 일이 흑과백으로 나뉘지는 않더라, 미드나 야동 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에 푹 빠진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기 전의 설레임, 키스, 불금에 놀러나가는 이야기, 옛날에 가볍게 만났던 여자애가 술쳐먹고 밤에 갑자기 전화해서 다시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 너무 바쁘게 살기만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 어제 신나게 놀고 늦잠자고 있는데 엄마가 아침에 전화해서 얼른 기어나가라고 전화하는 이야기, 무언가에 열중하다가 밤을 새버리는 이야기, 신나게 살다가도 간혹 느끼게 되는는 세상과 나와의 이질감, 사랑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 담배에 대한 이야기 재지팩트가 했던 이야기들입니다. 동시에 A.T.Q.J 라는 해당 앨범(혹은 프로젝트)가 오마주로 잡았던 A.T.C.Q(A Tribe Called Quest)에 대한 트리븃이라는 인트로는 이 앨범이 '힙합' 앨범이다 라는 것을 듣는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이 앨범은 힙합 앨범이죠. 대신 아주 자연스러운 스물 넷 한국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힙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제 나이 또래 애들이 열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맘때 들을 노래가 없기도 했습니다. 이전의 대학생들은 대학가요제라든지에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해줄 사람들을 찾아내고는 했습니다. 산울림이나 이적, 뭐 많죠. 저는 재지팩트가 이런 노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기타가 빠진 자리에 볼륨 맥스로 해놓고 재지팩트가 흘러 나오는 스마트폰이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힙합 씬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어느 정도씩은 빈지노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글을 너무 길게 쓰니 승모근이 땡기네요. 암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담에 또 뵈요. 아 마지막 영상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상인 것 같아서 첨부합니다... 빙글 많이 좋아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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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초반 남자 대학생들이라면 재지팩트1집 lifeslike를 좋아할수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20대초반에 이걸 알고 즐길수있다는건 행운이고 만약 20대후반에가서 재지팩트앨범이 이렇게좋았다니 하며 후회하는 걸 상상하면 억울할것같네요. 근데공연장이나 sns를 보면 여자팬이대부분인것처럼 보입니다. 근데 사실 저나 제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재지팩트 빈지노감성을 찬양하고 옛노래까지 같이들으며 즐거워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감성도 모르면서 "멍청한 암캐들은, 악수만해허구한날" 이걸 라이브에서 따라부르고 핸드폰카메라만 높게 쳐올리고 있을 멍청한암캐들을 생각하니 역겨워서 콘서트가기도 싫네요. 재지팩트감성으로돌아가 어디시골 양평군서종면 컨테이너박스에서 500명한정 무대에서 마이크없이 불러도 다 들릴 멍청한암캐 없는 소규모 콘서트가 있다면 하던일 다 때려치고 가격이얼마든 달려갈 생각입니다.
@paradis 올릴때 긴가민가했는데 역시 ㅋㅋㅋㅋㅋㅋㅋㅋ 희대의 명장명을 잡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paradia 아뇨 전 못가요ㅜㅜㅜ 노동자의 슬픔
빈지노 좋아하는 여자분들 많지만 빈지노가 잘생겼다기보단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훈남스타일인거 같아요:) 하지만 빈지노도 몇년전의 영상들보면 좀 덜세련되지 않았나요?ㅋㅋ 공연많이하면서 점점 훈남이 된 케이스인거같아요ㅋㅋ 사실 재지팩트 노래들도 그렇고 여성팬들이 멀어 정말 좋아하는거같던데 그런 감성적인 게 특히 어필한게 아닌가 싶어요
@1plt 님께서 일리네어공연보면 대부분 여자에 휴대폰으로 찍는다고 공연제대로 즐기지도 못할것같다고 하시지만 여자분들이라고 모두 휴대폰으로 영상찍고있는건 아니구 남자분들도 영상 열심히 찍으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며칠전에 신세계에 일리네어 구경갔다가 보고 생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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