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는 신문 지면에서 성공한 기업 지도자가 규제당국에 조언을 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21일(금) 아침 인민일보 경제면에서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날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중국 인터넷쇼핑 기업 알리바바의 잭 마 창립자는 당국의 금융 규제가 “과도”하다고 말하며, 중국인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산업을 더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중국의 금융 산업, 특히 은행 산업은 20%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며 내가 보기에 80%의 사람들은 이들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며 “나 역시 평범한 사람으로서 금융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금융서비스는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만 이루어지면서 돈버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비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대형 은행들이 대형 국영 기업 및 인적 네트워크가 넓은 기업가들을 상대로 대출을 하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지적한다.
이번 기사는 온라인 지불 회사인 알리페이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한 지 일주일 뒤에 나온 것이다. 알리바바와 제휴관계인 알리페이 역시 잭 마가 설립했다.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에 넣어둔 돈을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할 때 수수료 없이 돈을 예금하거나 인출할 수 있다. 알리페이에 따르면 이미 100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알리바바 금융사업부는 지난 3년 간 중소기업들에게 대출을 제공해왔으며, 2013년 말까지 대출액이 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예금 서비스를 통해 일반 은행도 알리바바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알리페이 서비스는 은행 예금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이용자들이 채권과 국채에 기반한 저위험 머니마켓펀드에 간편하게 직접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마치 은행 예금처럼 사용하면서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알리페이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페이의 고객들이 투자했던 펀드는 3~4%대의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상업은행 저축계좌 금리 약 0.35%보다 훨씬 높은 수익이며 1년 예금이자인 3%보다도 높다.
은행 업계는 높은 수익과 8억 명이라는 이용자 수 때문에 알리바바의 금융시장 진출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번주 초 민셩은행의 홍치 행장은 알리바바의 금융부문 진출이 이 업계에 “대단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잭 마는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금융산업의 허가 절차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종 인민일보의 기사는 중국 공산당 정책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으나 이날 아침 실린 잭 마 인터뷰는 순전히 의견으로서 제시되었고 공산당이 반드시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업계와 규제당국이 알리바바의 최근 행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신문의 시니어 기자인 셰웨이쿤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잭 마의 매력을 강조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잭 마는 중국 금융시스템의 단점을 지적하는 데 있어서 평소와 다르게 직접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비판을 긍정적으로 표현했고, 예전에도 그랬듯이 향후 중국의 경제 발전은 더 많은 소기업들이 대출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금으로부터 30년 뒤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지금 준비하기 시작한다면 10년은 지나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금 당장 개방을 도입함으로써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오늘의 문제가 10년 뒤에는 성취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