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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해주기,’ 잘해야 본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가 말해줄게. 내 조언은 말이야..’ 이 말, 우리가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그리고 또 들으면서 얼마나 짜증났던가? 언제 상대가 원치 않는 조언을 해주게 될지는 종잡을 수가 없다. 조언을 받는 쪽은 성가시다는 생각에 방어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지만, 주는 입장 역시 짜증이나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기껏 생각해서 해준 말에 상대가 대놓고 거부감을 표시하거나 내가 지난 그렇게 열심히 말해줄 때는 콧방귀를 뀌더니 다른 누군가가 똑같은 조언을 하자 바로 받아들일 때 그렇다. 무엇보다 조언 해주기는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성공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아이오와대 연구진이 신혼부부 100쌍을 상대로 7년간 6건의 연구를 진행한 결과, 남편과 아내 모두 배우자에게서 너무 ‘많은’ 조언을 들었을 때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에서도 원치 않는 조언은 피해 정도가 가장 심각했다. 가장 최근 연구는 2009년 ‘가족심리학’ 저널에 실렸다.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둘 중 하나가 가진 문제(체중 감량이나 금연)를 놓고 대화하는 배우자들의 모습을 녹화했다. 한 명은 조언을 주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나서 조언을 구하거나, 받거나, 혹은 주는 쪽의 긍정적∙부정적 행동 양상을 평가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조언을 주는 쪽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보다 조언을 구하거나 받는 쪽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더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에리카 로렌스 교수는 “조언을 필요로 하는 쪽이 약한 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다른 결과는 조언이 거의 없는 결혼생활에서 힘들어하는 쪽은 여성보다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남편들이 힘들 때 1차적으로 격려를 받고자 하는 상대가 아내인 반면, 아내들은 친구 또는 남편을 제외한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고민에 빠진 친구나 동료, 가족에게 해 줄(그리고 해주지 말아야 될) 조언’의 공동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애나 라니에리는 남성과 여성은 상대에게서 조언을 들을 때 각기 다른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내가 조언해 줄 때 남편은 이를 훈계나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반면 남편의 조언(아내의 조언보다 더 실질적인 것인 경우가 많다)을 듣는 아내는 자신을 깔보는 듯하다거나 무능한 사람 취급한다고 느낀다. ‘양파 사건’을 겪은 클라우드와 케이트 콜프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3년차로 메사추세츠 웨일랜드에 거주하는 부부는 퇴근 후 함께 저녁을 만들곤 했다. 어느날 케이트가 신나게 재잘거리며 살사소스에 넣을 양파를 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클라우드가 칼을 잡더니 아내에게 그렇게 썰면 안된다고 말했다. 채썰지 말고 잘게 조각조각 썰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직접 시범을 보이며 양파썰기를 마쳤다. 기업복지프로그램 어카운트매니저인 케이트(31)는 “너무 심했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이기라도 한 듯 칼을 빼앗아갔다”고 토로한다. 최근 MBA를 마쳤다는 클라우드(32)는 “양파 써는 법을 요리사에게 배워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케이트 역시 조언을 주면서 남편의 심기를 상하게 한 적이 있다. 다른 커플 셋과 멕시코 레스토랑에 갔을 때였다. 클라우드가 다시는 치킨 타코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케이트는 남편이 친구들을 지루하게 만들었다며 자기 얘기만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좀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클라우드는 몹시 화를 냈고 집으로 돌아오는 45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엄마에게 혼난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다.” “아내가 하는 말에는 뼈가 있다. 아내가 내 약점을 공격하는 게 싫다.” 배우자들은 이처럼 우리가 일부러 그들의 약점을 건드린다고 믿기 때문에 선의의 조언조차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은 조언을 반복하는 것에도 진저리를 친다. 배우자들은 서로를 잘 알기에 상대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기가 정확히 안다고 어림짐작하곤 한다. 라니에리 박사는 “마치 자기가 독심술이라도 할 줄 아는 것처럼 실제로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는 중요한 중간 단계는 생략한 채 조언을 하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보다 나은 조언을 줄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먼저 배우자가 실제로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내 생각 좀 들어볼래?”하고 물어봐도 좋다. 로렌스 박사가 ‘황금 규칙’이라 부르는 것을 한번 보자. “남이 네게 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남에게 하라”다. 즉 입을 닫고 들으라는 것이다. 때로는 조언 해주기보다 듣기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무언가에 대해 말을 하다보면 스스로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지 해답이 보일 수 있다.” 아니면 이야기를 해주는 거다. “네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비슷한 문제로 고민했을 때 썼던 방법인데…”라고 하면서 말을 꺼내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정보의 교환을 가능케 한다. “문제를 안고 있는 쪽은 ‘얘길 들려줘 고마워. 하지만 내 상황은 이 부분이 달라”라고 말할 수 있고 “그 다음엔 그런 반응이 나왔을 때를 대비해 생각해 둔 조언을 할 수 있다”는 것. 원치 않는 조언을 받는 쪽이라면? 일단 “고맙다”는 말로 상대의 호의를 인정하고 지금은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라. 그러면 나중에라도 필요할 경우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 또한 자신에게 어떤게 도움이 될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냥 얘기를 들어줄 사람? 영감을 줄 사람? 아플 때처럼 따뜻한 음식으로 위로해 줄 사람? 도와줄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상대 입장도 편하게 해주는 길이다. 로렌스 박사는 “우리는 스스로도 뭘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기 때문에 상대의 조언이 도움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 보길 권한다. 조언인지, 실질적인 도움인지, 아니면 그냥 들어줄 사람인지.” 콜프 부부가 조언 해주는 문제에 대해 힘들게 깨닫게 된 교훈은 ‘아웃소싱하라’이다. 이제 케이트는 남편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면 좋을지 모친과 상의한 후 조언도 모친의 입을 통해서 한다. (사위와 장모 사이가 돈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클라우드는 최근 친구에게 부탁해 아내에게 웨이크보드 타는 법을 가르쳤다. 부부는 조언할 때의 말투와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둘 다 허기진 상태인 저녁식사 전에는 조언을 삼가한다.) 또한 상대가 요청할 때만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아내가 요리할 땐 부엌에 가지 않는다. 그랬더니 오히려 아내 쪽에서 칼질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한다. 원해서 해주는 조언인만큼 내 놀라운 양파썰기 기술을 받아들이려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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