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ct
▲7일 집단 망명한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은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 ‘류경(柳京)식당’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매체들은 “류경식당이 문을 닫았다”면서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북한의 상납 압박이 심해졌고, 이것이 집단 탈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는 “베이징에 있는 다른 북한식당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View
4월 7일, 집단 망명한 북한 종업원 13명은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식당 ‘류경(柳京) 식당’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경식당은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 시내에 있는 전통문화 거리이자, 카페 거리인 ‘난탕라오제(南唐老街)’에 위치해 있다. 서울 종로구의 인사동 거리와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기존 언론은 류경식당과 중국‧동남아 등지에 있는 다른 북한식당의 표정을 일제히 스케치했다. 그런데 보수 ↔ 진보매체들의 보도 태도가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보수지 “썰렁하다” ↔ 진보지 “다른 곳은 호황”… 엇갈리게 보도
보수 매체들은 11일 일제히 “류경식당이 문을 걸어 닫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며 이 식당의 썰렁한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보수 매체들은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북한의 상납 압박이 심해졌고, 이것이 집단 탈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대북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중국 당국이 탈출을 사전에 알고도 북측에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의 태도변화와 연결 지었다.
반면 진보매체들은 “닝보의 류경식당은 당분간 영업을 중단했지만, 베이징의 북한 식당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며 ‘성업중’임을 강조했다. “각종 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공식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만 확인해 주고, 나머지는 깜깜이로 대응하는 정부 행태가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이 거리에서 류경식당만 문을 닫았다”
조선일보는 “류경식당 주방에서 일해왔다”는 한 중국인 직원을 인용해 “5일부터 영업을 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장사가 잘 안되면서 분란이 일어났다. 북한 관리원들이 여성 종업원들을 심하게 꾸짖고 비난하는 일이 잦았다”고 전했다. 식당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여직원은 “(류경식당이) 문을 닫은 지 며칠 됐다”면서 “종업원들의 비자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 돌더니, 다들 도망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이 거리에서 문을 닫은 가게는 류경식당 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 있는 북한식당 상황도 전했다. 이 신문은 △미얀마 양곤의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은 파라솔을 펴놓고, 부식(副食)을 팔고 있었고 △태국의 북한식당은 손님이 줄자 김밥, 컵밥 등을 납품하고 있으며 △네팔 북한식당에서는 도라지, 다시마무침 같은 밑반찬을 내다팔고 있고 △자카르타 북한식당에서는 노동당의 상납 압박을 견디다 못해 판매금지된 북한산 비아그라 ‘양춘삼록’이나 웅담을 몰래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고질적 영업난에 시달렸다”
중앙일보는 “류경식당 주변이 10일 하루 종일 을씨년스러웠다”고 했다. “정오~오후3시까지 류경식당 문을 두드린 손님은 네 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중앙은 “고질적 영업난에 시달렸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식당 인근 재즈바의 바텐더는 “류경식당은 이 거리에서 유일하게 한국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손님이 적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계산이 밝은 닝보에서 터무니없는 고가 정책은 외면 받았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옌지 류경식당도 영업에 곤란”
동아일보는 집단 망명자들이 닝보 류경식당에 오기 전 근무했다고 알려진 옌지(延吉)의 류경식당 소식을 함께 전했다. 옌지는 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있는 옌볜 조선족 자치주다.
이 신문은 “(옌지 류경식당은) 올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후 한국인들의 북한식당 출입이 급감하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옌지의 한 소식통은 “(옌지 류경식당의) 사장 부부가 평양에서 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는 그 이유에 대해 “할당액(외화 상납)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면서 “(앞으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연합 “폭행사건으로 공안당국 조사 받기도”
연합뉴스는 닝보의 류경식당에 대해 “닝보시 전통가옥을 본떠 지은 이 식당은 베이징이나 선양 등 다른 주요 대도시에 있는 다른 북한식당들보다 훨씬 호화로워보였다”고 했다. 연합은 “일부 2층으로 지어진 건물의 대지 면적은 어림잡아 1000㎡(약300평). 식당 주변에 놓인 크고 작은 화분과 벽면에 내걸린 대형 유화들은 이 식당이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벽을 따라 수십 개의 청사초롱도 내걸려 있다”고 묘사했다.
“류경식당의 전기, 수도시설 등 각종 설비를 담당했다”는 5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은 “최근 중국 사업가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큰 다툼을 벌였다”면서 “폭행사건까지 일어나 (식당 관계자들이) 공안당국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최근 분란이 있었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한겨레 “대북제재 영향력 파악하는 데 시간 필요”
한겨레는 닝보나 옌지에 있는 류경식당을 찾지 않고, 베이징에 있는 다른 북한식당을 찾아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매체는 북한 식당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한 북한 식당’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1시간30분 동안 1층 홀에 놓인 테이블 15개 가운데 3~4개를 빼고는 모두 들어찼다”고 썼다. 이 매체는 ‘베이징 외곽에 있는 또다른 북한 식당’을 비슷한 시각에 찾아갔다며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었지만, 점심 내내 손님이 전체 테이블의 절반가량 밖에 차지 않았다”고 했다.
이 신문은 유엔 대북제재가 북한식당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 매체들과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한겨레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베이징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식당의 매출이 줄었다면 그 이유가 (중국의) 반부패 때문인지 (한국의 대북) 제재 국면 때문인지 알려면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 비판
경향신문은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했다고 전격 발표한 지 사흘째인 10일에도 정부는 식당 소재지, 탈출 시점 등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면서 “그러면서도 이들의 발언을 언론에 소개하며 ‘대북 제재의 효과’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매체는 “대북 소식통 사이에서는 이들의 근무지가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류경식당으로, 동남아의 제3국을 거쳐 지난 7일 한국에 입국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동남아 한 국가에서 일했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각종 ‘설’이 쏟아지지만 정부는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총선을 닷새 앞둔 시점에 깜짝 발표를 한 데 이어 강조하고 싶은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는 확인하고 그 외에는 ‘깜깜이’로 대응하는 정부의 행태가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