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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L] ‘리버풀 정신’을 이끈 클롭의 승리

클롭은 '리버풀 정신'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 리버풀 페이스북
[청춘스포츠 3기 이종현] 묘했다.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은 1-3으로 앞서며 절대적으로 유리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상대가 수많은 극장경기를 만들었던 리버풀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도르트문트는 거짓말같이 내리 세 골을 허용했다. 리버풀은 기념비적인 승리를 적는 리스트에 새로운 항목을 하나 추가했다.
특별했던 경기는 더 특별해졌다.ⓒ 리버풀 페이스북

#힐스브러 참사 27주기

리버풀 안필드에는 경기 전 You'll Never Walk Alone을 합창하는 리버풀과 도르트문트 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필드에서 울려 퍼진 이 노래가 일주일 전 도르트문트 베스트 팔렌 스타디움에서 울린 목소리보다 엄숙하게 들렸던 건 96명의 팬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던 힐스브러 27주기 하루 전 열린 경기여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팬들의 목소리는 이내 잦아들었고 리버풀의 장내는 숙연해졌다. 힐스브러 참사 27주기를 위한 묵념이 진행됐다. 리버풀 선수와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하프라인에 나란히 서 96명의 고인을 추모했다. 리버풀엔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경기는 90분이 지나자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경기가 되었다. 클롭의 말처럼 리버풀 선수들은 팬들에게 잊지 못한 순간을 선사해줬다.
*힐스브러 참사
1989년 4월 15일 영국의 셰필드 힐스브러 경기장에서 열린 노팅엄 포레스트와 리버풀 간의 FA컵 4강전 경기를 관전하러 온 리버풀 원정팬 25,000명 중 96명이 압사당한 사건.
ⓒ 청춘스포츠 이종현

#포메이션

두 팀 다 1차전과 같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다만 리버풀은 부상으로 빠진 핸더슨을 대신해 피르미누가 들어왔고, 도르트문트는 벤더와 두름을 대신해 소크라티스와 카가와가 선발로 나섰다.
시즌 44번쨰 경기에서 37번쨰 골을 기록한 오바메양 ⓒ 도르트문트 페이스북

#9분, 2골

1차전 결과는 1-1, 득점이 필요한 팀은 도르트문트였다. 하지만 리버풀 역시 수비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후반기 무패(14승 4무)를 달리고 있는 팀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와도 실점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르트문트는 경기 초반부터 파상 공세를 이어갔다. 전반 4분 쿠티뉴의 볼을 끊은 음키타리안으로 시작된 도르트문트의 역습은 매서웠다. 카가와와 카스트로 그리고 오바메양으로 이어지는 역습의 흐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오바메양의 슈팅은 미뇰렛의 슈퍼세이브에 막혔지만 음키타리안의 리턴 슛까진 막지 못했다.
전반 8분 리버풀은 두 번째 실점을 했다. 하프라인에서 피르미누가 볼을 잃었고 로이스가 리버풀 진영까지 빠르게 볼을 운반했다. 로이스의 발을 떠난 공은 뒷공간을 파고드는 오바메양에게 정확히 연결됐고, 오바메양은 자신에게 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이전 13번의 유럽클럽대항전에서 독일 클럽들은 안필드에서 단 한 골만 득점하고 있었다. 그만큼 독일 팀들에게 안필드 원정은 지옥과도 같았다. 그러나 도르트문트는 전반 9분 만에 안필드에서 두 골을 넣었다. 범상치 않은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복선이었다.
후반 초반까지는 좋았던 도르트문트의 2선 자원ⓒ UEFA 페이스북

#2선의 컨디션

도르트문트의 경기력은 확실히 1차전과 달랐다. 패스 템포는 빨랐고 역습은 매서웠다. 그 중심에는 2선과 오바메양의 컨디션의 차이에 따른 결과였다. 1차전과 다르게 원정 경기에서 음키타리안과 로이스 그리고 오바메양의 몸놀림은 가벼워 보였다. 게겐 프레싱에 점유율까지 탑재한 도르트문트는 지공 상황에서도 역습 상황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 9번의 슈팅 중 4번의 유효슈팅을 기록했고 그 가운데 2골을 넣었다. 반면 리버풀은 8번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유효슈팅은 없었다. 그만큼 전반전까지만 하더라도 두 팀 선수들(특히 2선)의 컨디션 큰 차이를 보였다.

#오리기

클롭의 선택이 다시 한 번 적중했다. 지난 1차전 독일 원정에서 깜짝 선발 출전해 중요한 원정 골을 넣은 오리기는 주중 리그 33라운드 스토크시티를 상대로 후반 교체 출전했다. 오리기는 짧은 시간 출전했지만 두 골을 기록했다. 오리기의 컨디션은 상승세였고, 중요한 유로파리그 2차전에서 클롭은 다시 한 번 오리기를 기용했다.
오리기는 전반만 하더라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프타임 클롭은 선수들에게 “팬들에게 특별한 밤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자손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했다.
클롭의 동기부여를 받은 오리기는 후반 3분 만에 추격의 발판을 놓는 만회골을 넣었다. 최근 3경기에서 4골을 넣기 전까지 9경기에서 득점이 없었던 오리기는 클롭의 동기부여에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오리기도 “우리가 첫 골을 득점했을 때, 우리는 이것이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리기의 첫 골은 매우 특별한 순간의 시작이었다.

클롭의 동기부여는 리버풀 정신을 일깨웠다 ⓒ 리버풀 페이스북

#클롭의 동기부여

전반 초반 음키타리안과 오바메양에게 연속골을 헌납했을 때 클롭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리버풀의 수비실책보단 도르트문트의 플레이가 뛰어났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듯. 만회골을 넣으려는 리버풀의 움직임은 있었지만, 도르트문트는 1차전과 다르게 확실히 단단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고 전반 초반 원정에서 두 골을 넣은 상황이라 자신감과 여유도 있었다.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도르트문트는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보였다.
후반 3분 오리기의 만회골이 터졌지만 기쁨은 10분을 채 가지 못했다. 로이스가 훔멜스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었다. 스코어는 1-3. 기적이 필요했다. 클롭은 그때 선수들에게 “2005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의 승리한 리버풀 정신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리버풀은 과거 불가능할 것 같았던 결과를 뒤집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팬들은 이걸 '리버풀 정신'이라고 말했다. 클롭은 자신의 선수들이 안필드에서 다시 한 번 리버풀 정신을 보여주길 바랐다.
오리기의 날카로운 슈팅이 포스트를 벗어났고 쿠티뉴의 날쌘 움직임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클롭은 특유의 제스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후반 11분 쿠티뉴의 만회골이 나왔고 연이어 사코의 동점 헤딩골이 나왔다. 잠잠했던 안필드는 점점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리버풀의 운명은 이제 11년 전 그때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정규시간이 끝나고 추가시간이 진입했을 때 로브렌이 믿을 수 없는 역전골을 넣었다. 시즌 첫 골이었다. 이스탄불의 기적은 11년이 지나 안필드에서 다시 한 번 재현되는 순간이다. 클롭은 경기 후 “모두들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느꼈다. 당신도 느낄 수 들을 수 그리고 맡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클롭은 이 기록적인 승리로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는 감독이 됐다.
*이스탄불의 기적
2004/05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반 AC밀란에게 3골을 허용한 리버풀은 거짓말같이 후반 3골을 넣고, 승부차기를 통해 우승을 차지한 경기.
빛났지만 결점도 있었던 리버풀 수비듀오 ⓒ 리버풀 페이스북

#불안했던 수비

기념비적인 승리에 가렸지만, 리버풀은 이날 경기에서 많은 실수를 범했다. 사코는 우승에 발판을 놓는 동점골을 넣었지만 도르트문트에 헌납한 세 골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전투적인 수비를 보여주던 최전방과 2선의 선수들은 때때로 집중력을 잃으면서 수비에 부담을 주었다. 도르트문트의 세 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센터백 훔멜스가 하프라인을 넘어 페널티에어리어에 가까워질 때까지 그를 저지하는 리버풀 선수는 없었다. 리버풀이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 'BIG 4'에서 떨어진 이후 과거의 역사와 현실에서 방황하던 리버풀은 동기부여에 능한 클롭을 감독으로 맞이했다. 시즌 중에 왔지만, 분명 리버풀이 최근 하지 못한 끈질긴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 앞으로 클롭의 리버풀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 리버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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