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ga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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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는 1분은 족히 의자에서 앉음새를 고치다가 마침내 얘기를 시작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우리들의 이 직업.
맨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가? 언제, 어디서?
흐흠, 내가 알기론 옛날 남북전쟁이라는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우리들의 업무 지침서엔 그보다 더 오래 전이라고 나와 있지만
사실은 그렇게까지 올라가지는 않네.
사진이 발명되기 전가지는 모든 게 부확실했지.
그리고 활동 사진이 나왔네.
20세기가 막 동틀 무렵이었지.
또 라디오, 텔레비전. 그때부터 모든 것은 엄청나게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네."
몬테그는 침대에 앉은 채 꼼짝 않고 듣고 있었다.
"광범위한 영향력. 광범위한 대중들을 상대로.
그 때문에 모든 것은 갈수록 단순해졌네.
한때는 책이란 것도 이곳저곳 모든 사람들에게 대접받았지.
경제적인 부담이 적기도 하고. 세상은 아직 여러 모로 여유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갈수록 인구가 늘고, 대중의 규모도 커지고,
따라서 대중 매체도 변화하기 시작했네.
인구가 두 배, 세 배, 네 배로 계속 늘어났지.
영화와 라디오, 텔레비전, 잡지,
그리고 책들이 점점 단순하고 말초적으로 일회용 비슷하게 전락하기 시작했네.
내 말을 이해하겠나?"
"그런 대로요."
비티는 허공에서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담배 연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상을 해 봐. 자네가 영사기를 돌린다고 생각해 보게.
19세기 사람이 말과 개와 짐마차를 끌고 느릿느릿 꾸물거리던 광경을.
그 다음 20세기엔 화면이 좀더 빨라지지.
책들이 점점 얇아지기 시작했지.
요약, 압축, 다이제스트판, 타블로이드판.
그리고 내용들도 죄다 말장난 비슷하게 가볍고 손쉬운 것들로 변해 갔지."
"가볍고 손쉽게."
밀드레드가 끄덕거렸다.
"고전들이 15분짜리 라디오 단막극으로 마구 압축되어 각색되고
다시 2분짜리 짤막한 소개 말로,
결국에는 열 내지 열두 줄 정도로 말라비틀어져 백과 사전 한 귀퉁이로 쫓겨났지.
물론 내가 좀 과장하긴 했지만,
백과 사전은 원래 그렇게 보라고 만든 거 아닌가.
아무튼 예를 들면 [햄릿]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차츰 줄어들었네.
[햄릿]이란 제목은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부인도 아마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나중에는 '햄릿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해서 보면
기껏해야 한 페이지 정도 설명해 놓은 게 다가 되었지.
그러면서 광고엔 이렇게 나오고.
'이제 당신은 모든 고전들을 완전히 통달할 수 있습니다. 읽으십시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 되십시오.'
알겠나? 보육원을 나와서 대학에 들어갔다가는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거네.
지난 5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사람들의 지적인 문화 형태라는 건 그런 식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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