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mbun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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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2. ‘찰스 디킨스’ 님

주요 저작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외

최첨단의 시대이지만, 야만의 시대요. 부의 시대이지만, 곤궁의 시대요. 정의로운 자들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국에는 침묵하는 위선자들의 시대다.

더욱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해야하고, 민주주의자들과 공화주의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F학점을 맞은 이후로는 더 심해졌다. 나는 알고 싶지도 않은 다른 큰 나라들의 방식을 따라야만했고, 시민들이 밤새도록 일하는 동안 그들에게 주어질 푼돈이 저 남쪽 땅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건 새 하얀 목화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나약한 꽃을 죽여야만 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잔인한 방식으로 죽여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건 한 줌의 푼돈이었다.

나는 일자리가 없나 싶어서 성스럽고도 성스러운 동네 은행에 갔다. 그들의 영업시간을 마주하는 것은 백수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이 은행이 하는 짓은 우리나라와 꼭 닮아있었다. 젊은 백수들은 ATM기계에 줄지어 서있었고, 노인들은 창구 로비로 몰려가 번호표를 뽑아들고 기다리고 앉아있었다.

돈과 신용, 직장이 없는 젊은이들은 대출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창구에 갈 일이 없었다. 길고도 짧은 영업시간이 지나가면, 그들은 창문세 비슷한 돈을 내고는 통장에서 자기 돈을 빼야만했다. 그건 정당한 비용으로 간주되었고, 그건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에 적용된 것이었다.

나는 창구 직원에게 다가가 일자리를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번호표를 손에 쥐고서 말이다.

"당신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디킨스 씨. 여기는 힘없고 늙은 사람들을 원하지 않거든요. 당신은 꼭 그래 보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 하는 것이 당신을 더 높은 삶으로 이끈다고 생각하지도 마세요. 그리고 디킨스 씨, 당신이 살아가는 인생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이미 틀렸다는 이야기예요. 여기서 가만히 서있고 싶다면 그래도 좋습니다. 그래서 행복하다면 말입니다. 당신을 도울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현실적으로 서로 간의 헛된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결국에 우리는 그 현실 앞에서 서로 불쾌감만을 느낄 겁니다. 그러니까 선택은 당신이 하세요." 은행원은 똑똑하게 그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거, 참 유감이군……. 그럼 한 가지만 묻겠네. 다른 곳 어디에 취직할 수 있겠나."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망할,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디킨스 씨. 여기 보다는 국회에나 가보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 추천장이라도 써드리죠." F. 토니라는 이름의 은행원이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들며 말했다.

"그거 괜찮군. 어서 빨리 추천장을 써주게나. 그리고 보증인인 당신의 서명도 빠트리지 말고!"

은행원 토니는 그 즉시 추천장을 멋진 필기체로 휘갈겨 쓴 후, 끝에는 자신의 서명도 빼먹지 않았다. 'Fox I. Tony'

나는 그 길로 추천장을 들고 곧장 국회로 향했다. 이제는 나도 국회에서 한가락 하다 생각이 들었다. 길을 걷는 내내 초라한 행색을 한 박스 줍는 노인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곤궁해보였고, 힘없는 손으로 박스가 실린 수레를 힘겹게 끌고 있었다. 그런 행렬은 어느 지점에선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고물상 앞에 늘어선 그들의 모습은 절망적인 광경이자 인생의 공허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외제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국회 앞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련의 시위대들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지금 무얼 하고 있소?"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 줄 아십니까! 이 더러운 세상이! 저 더러운 정치가들은 우리들을 말려죽일 생각입니다!"

젊은 시위자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군, 나는 저 곳에 취직할 생각이오. 내가 세상을 바꾸고 싶소."

"당신! 정치가였군? 당신도 마찬가지야! 더러운 위선자! 매국노!"

"누가 당신을 그렇게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소."

그들을 뒤로하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랐다. 그 위에는 거대하고 위대한 건축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국회 건물이었다. 그곳으로 들어가자 일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국회의원들이었고 지금은 무슨 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아마 또 거추장스런 법을 만드거나 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서있는 방청석에는 국회에 견학 온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천진난만해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은 세상의 고통도 모르는 것 같이 밝아 보였다. 바로 그 때였다. 앞서 국회 건물 밖에서 보았던 일련의 시위대들이 국회 안으로 난입해 들어왔다.

"이 더러운 망할 돼지들을 응징하라!" 아까 본 젊은 시위자가 외쳤다.

국회의원들은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곧장 경비원 수십 명이 달려들어 시위대들을 덮쳤다. 젊은 시위자의 손에는 커다란 양동이가 들려있었다. 그리곤 그는 그것을 이곳저곳에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건 흰 색의 액체였고, 경비원에 붙들려 가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뿌려댔다. 내 앞으로 붙들려 자나가는 와중에 외투에도 조금 튀어 묻어, 손으로 찍어서 맛을 보았다. 그건 우유였다.

견학 온 아이들은 이곳저곳에 흩뿌려진 우유들을 문지르며, 또는 밟기도 하며 재미있어했다. 그 중 어떤 아이는 바닥에 뿌려진 우유를 손가락에 찍어 벽지에 익숙지 않은 솜씨로 하나의 글자를 완성해갔다. 'ㅋ'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ㅋ'

혼란이 지나가자 언제 소동이 벌어졌냐는 듯 아까의 침착한 분위기로 다시 되돌아갔다. 나는 복도를 걸어 어느 사무실로 들어섰다.

머리가 벗겨진 사내가 위풍당당이 앉아있었다. 그 옆으로는 턱이 큰 사람이 앉아있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나는 이곳에서 일하고 싶소." 그러자 그들은 사람을 본체만체 하고는 다시 자기 일에 몰두했다. 나는 다시 한 번 크게 그들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고 싶소!" 그러자 턱이 큰 사람이 내게 말했다.

"또 왔구먼, 이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오. 하지만 아무나 일 할 수는 없소. 이곳에 일하려면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가능한 것이오." 시민들의 지지가 있어야만 이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대체 어느 시민들이 저들을 뽑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들이 말하길 내가 이 곳에서 일하려면 최소 십만 명의 멍청이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상에는 멍청이들 천지였지만, 그런 멍청이들을 십만 명이나 모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은행원 토니에게 건네받은 추천서를 그들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이 정도면 십만 명의 지지를 얻어 낼 수 있겠소?" 그러자 유능한 사무관으로 보이는 머리 벗겨진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로는 부족할 거요. 나도 도와드리겠소. 이리 주시오." 그리고 그는 토니의 서명 옆에 자신의 이름도 서명했다.

'Pawn U. Swayer'

나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이제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글쓴이 - 참붕어 (Chambungg) - 참붕어의 작가별 취업 면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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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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