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can
10,000+ Views

산 중 일 기

복사꽃 흐드러진 산기슭 양지바른 곳 양철지붕 햇살에 달구어지던 그때 쯤 강 건너 완행버스 흙먼지 뽀얗게 일으키며 신작로 따라 누이를 실어 간 시절 뻐꾸기 울음에도 울컥 눈물이 솟던 초록빛 나이 주변의 모든 가난은 넘을수 없는 산으로 보였다 가난이 누이마저 데려갔으므로 누구를 미워할 수 없어 뻐꾸기처럼 울면 되었으므로 복사꽃 피고지며 개복숭아 열리기를 몇해가 지났을까 벌레먹은 개복숭아가 오히려 약이된다며 물컹하게 반을갈라 지문같은 씨앗을 발라내며 허기를 채우던 청동의 나이 누이를 싣고 떠났던 완행버스에 누이는 없었다. 물기묻은 뒷모습이 차창에 덜컹거릴 뿐 흔들리는 심정이 척추로 전해지는 핏빗 노을 먼지맛에 들이켜던 콧물에도 노을이 물들었다. 일부러 신작로를 울퉁불퉁 걷는다 고향의 흙냄새 같았으므로 먼짓내 나는 신작로를 언제 걸어보았던가 산 제비 울음소리 앞산에 부딪히고 여전히 양철지붕 뒤로 복사꽃 무리지어 노을처럼 붉어지는 나이 구불구불한 삶의 신작로를 걸으며 걸으며 매캐한 연기 배고픈 굴뚝이 지은 보리밥에도 굵어진 나잇살 턱없이 가난해서 마음만 맑았던 세월 모난 돌을 굴려 강돌을 만들어 내는 개울물의 속성을 이해하게 된 은빛나이 밭고랑 돌멩이가 햇살에 데워 졌다가 새벽녁 흙 보다 더운 몸으로 이슬을 만들고 그 이슬 받아 실하게 자란 수숫대궁 붉음을 아는 나이 신작로의 먼짓내가 달게 삼켜지는 내 유년의 잔인한 뻐꾸기 울음소리 들리는 꽃피는 시절 양철지붕 따스히 달구어지는 오후의 햇살쯤...
Comment
Suggested
Recent
이런곳에서 캠핑하면 없던 캠핑욕도 생기겠어요 '_'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토박이말 살리기]1-83 마닐마닐하다
[토박이말 살리기]1-83 마닐마닐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마닐마닐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음식이 씹어 먹기에 알맞도록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기월로 홍명희의 임꺽정에 나오는 "음식상을 들여다보았다. 입에 마닐마닐한 것은 밤에 다 먹고 남은 것으로 요기될 말한 것이 겉밤 여남은 개와 흰무리 부스러기뿐이었다."를 들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음식이) 씹어 먹기에 알맞게 무르고 부드럽다.'라고 풀이를 해 놓고 "마닐마닐한 군고구마는 겨울에 누릴 수 있는 하나의 즐거움이다."는 보기월을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가 비슷한데 둘을 더해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마닐마닐하다: 먹거리가 씹어 먹기에 알맞게 무르고 부드러우며 말랑말랑하다. 이 말은 저처럼 이가 튼튼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주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이가 좋지 않다고 마닐마닐한 것만 찾으면 이가 더 안 좋아진다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너무 단단한 것을 많이 드시면 이를 다칠 수도 있으니 알맞게 단단한 것들을 꼭꼭 씹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먹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마닐마닐하다'에서 '하다'를 뺀 '마닐마닐'은 '먹거리가 먹기 알맞게 무르고 부드러운 됨새(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목구멍으로 마닐마닐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벌써 다 먹었고 지금 있는 것이라고는 보리죽 쑤어 먹을 것밖에 남지 않았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저는 마닐마닐한 것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달걀'이 떠오르는데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시는지요?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열달 스무엿새 두날(2021년 10월 26일 화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마닐마닐하다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