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2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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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진화 중 김기택 믿을 수 없다. 저것들도 먼지와 수분으로 된 사람 같은 생물이란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시멘트와 살충제 속에서만 살면서도 저렇게 비대해질 수 있단 말인가. 살덩이를 녹이는 살충제를 어떻게 가는 혈관으로 흘려보내며 딱딱하고 거친 시멘트를 똥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입을 벌릴 수밖에 없다. 쇳덩이의 근육에서나 보이는 저 고감도의 민첩성과 기동력 앞에서는. 사람들이 최초로 시멘트를 만들어 집을 짓고 살기 전, 많은 벌레들을 씨까지 일시에 죽이는 독약을 만들어 뿌리기 전, 저것들은 어디에 살고 있었을까. 흙과 나무, 내와 강, 그 어디에 숨어서 흙이 시멘트가 되고 다시 집이 되기를, 물이 살충제가 되고 다시 먹이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빙하기, 그 세월의 두꺼운 얼음 속 어디에 수만 년 썩지 않을 금속의 씨를 감추어 가지고 있었을까. 로봇처럼, 정말로 철판을 온몸에 두른 벌레들이 나올지 몰라. 금속과 금속 사이를 뚫고 들어가 살면서 철판을 왕성하게 소화시키고 수억톤의 중금속 폐기물을 배설하면서 불쑥불쑥 자라는 잘 진화된 신형 바퀴벌레가 나올지 몰라. 보이지 않는 빙하기, 그 두껍고 차가운 강철의 살결 속에 씨를 감추어 둔 때가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아직은 암회색 스모그가 그래도 맑고 희고, 폐수가 너무 깨끗한 까닭에 숨을 쉴 수가 없어 움직이지 못하고 눈만 뜬 채 잠들어 있는지 몰라. *** 바퀴벌레는 세계적으로 약 4,000종이 있으며, 바퀴목(Order Dictyoptera) 곤충으로 사람의 집이나 그 주변에 서식한다. 시인은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바퀴벌레의 강한 생명력을 통해 야기하고 있다. 2억5천만 년 전의 공룡들은 모두 멸종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수억 년 전부터 모질게 그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생명체들이 남아 있으니, 그중 하나가 바퀴벌레이다. 살충제와 시멘트로 뒤덮인 생존 조건에서도 비대한 몸뚱이와 민첩성을 보여주는 바퀴벌레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멸망해도 유일하게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몇 년 전 신문에 난 기사를 인용하면, <최초로 우주에서 임신하는 생물이 탄생했다. 나데즈다라는 이름의 암컷 바퀴벌레는 생명과학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무인 캡슐 ‘포톤M’에 실려 우주 공간에서 12일을 보내는 중 임신에 성공했다> 2007년에 있었던 일이다. 강한 자가 승리자가 아니, 오래 가는 자가 승리자다. 책나무출판사 http://blog.naver.com/n_o_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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